사부곡 思父曲
찻잔에 물을 따랐습니다.
또르륵...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무심한 눈물은 찻잔 속으로 제자리를 잃고 떨어졌습니다.
금방 오실 줄 알았습니다.
읍내에 잠시 마실 나간 것처럼
손에는 생선 두어 마리 들고 쉬이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그리도 더디게만 흘렀고 당신도 무심했습니다.
앞마당의 맨드라미와 채송화는 꽃이 지고 씨를 맺고
안방 창호지에 꽂아 둔 코스모스가 바스라지게 말라 가도
당신의 자리는 여전히 빈자리로 남아 있습니다.
내 마음은 애가 타서 까맣게 익은 장독대의 먹때왈처럼 타들어갑니다.
바싹 말려 빳빳하게 풀 먹인 날 선 무명이불 깃은
기다림에 서러워진 내 마음처럼 위태롭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간절함이 도를 넘어
아리도록 애절한 사무침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식어버린 찻물을 다시 부을 때 쯤
낯익은 인기척이 들립니다.
바람조차 알고 있는 누군가의 따뜻한 목소리
사무침의 끝은 절정으로 치달아
당신을 와락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