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록은 영원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온전히 감각을 기록, 저장할 수 없지만 기록을 통해 그 순간을 기억을 불러오고 감정을 소환하죠.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한다든지 그리워합니다. 영원은 한 장의 사진 안에 들어가 있고 존재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멈춰진 공간 안에 있습니다. 존재했었다. 오직 과거만 남은 사진은 그곳에서 자신을 더 이상 진화시키지 못합니다. 변화도 없고 시간도 없습니다. 대상은 고정되어 공간 안에 영원으로 존재합니다.
사진의 목적은 영원으로 만듦에 있습니다. 멈춰있는 영원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이 없는 공간이며 고착되어 있죠. 그 자체로 섬뜩한 상황이지만 사진은 그런 공간을 원합니다. 시공간의 멈춤을 통해 사진은 자신을 드러냅니다. 사진은 자신의 부정을 숨기며 추억과 감정을 통해 자신의 긍정을 드러내는 것이죠. 이는 현실과 대립이며, 항상 위장된 채 존재합니다. 사진의 위험성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메두사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돌이 되는 것처럼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고 대상이 존재했었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사진을 보는 상황은 현재와 과거가 이어져 있다고 착각을 하게 하죠. 사진은 오직 단절된 공간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멈춰있기 때문에 현재로 데려올 수 없으며 온다 하더라도 과거와 현재의 중첩은 혼란만 가져오게 되죠. 사진은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니며, 있음이지만 없음이기도 합니다. 영원의 갈망을 바라지만 환상이며, 헛된 희망이죠. 사진의 직시는 오히려 참혹합니다. 그럼에도 생의 끝에서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사진밖에 없습니다. 망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사진입니다. 아, 그럼에도 사진이 주는 두려움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신기루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