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경민 Jul 11. 2019

#60 필름

   사진 찍을 때 수동 필름 카메라를 자주 이용합니다. 필름이 주는 느낌도 좋지만 카메라의 조작감이나 신중함이 생기기 때문이죠. 주력으로 사용하는 필름은 후지 C200, 아그파 비스타 200이고 실내 위주로 찍을 것 같으면 아그파 비스타400, 코닥 울트라맥스400을 사용합니다. 카메라도 오래된 것들이라 고속 셔터스피드가 불완전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셔터는 1/8, 1/15, 1/30, 1/60, 1/125, 1/250초로 6개며 이 노출의 범위 안에서 조리개 값을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맑은 날 실외는 감도 200 필름의 경우 셔터스피드는 1/250초 조리개는 f8, 실내는 1/30, f1.4로 찍습니다. 노출값은 경우에 따라 조금씩 변경하면서 사진을 찍지만 어디까지나 감에 의지하기 때문에 안 맞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불편함이 있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필름 카메라는 필름의 제한성으로 대상을 쉽게 찍지 못하는데요. 물론 필름이 아깝지 않다면 다릅니다. 이런 제한으로 대상에게 즉흥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간격을 만들게 됩니다. 이 간격을 통해 대상을 관찰하면서 기회를 보는 행위를 거치는데요.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이 간격의 틈이죠. 필름은 디지털에서 주어진 간격의 틈보다 넓고, 틈에서 나타난 짧은 시간은 발견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필름만 간격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만 필름의 물리적 성질은 간격이 생기도록 유도하거나 강제하죠. 찰나에서 발견되는 다름의 나타남. 그 순간이 필름에서 자주 나타난다면, 필름 말고 다른 것을 대치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59 욕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