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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maker Aug 19. 2024

7. 씨앗을 한 알 심어보았다.

잠재 후원자를 알게 되었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 상상해 보면 정말 무서운 말이다. 제대로 땅에 헤딩을 하면 머리는 깨지고 피가 철철 날 테니까. 안 될 일이고 나만 상처 입을 일이니 해보지 않아도 안 될 일이라는 뜻이겠지.  길 가다 거리 모금 하는 사람들은 보면  (동종 업계 사람이니 연민이 더 크다) 날 언제 봤다고 돈을 달래나 싶다. 그만큼 일면식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모금하는 건 맨 땅에 헤딩이다. 나만 다친다. 그 와중에 아주 유명한 단체, 유니세프 같은 곳이고 내가 평소에 호감이 있던 단체라면 반감까지는 안 든다. ‘연’이 중요하다.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  


쌓여있던 DB를 모두 모아라!

모금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하는 ‘잠재후원자’의 의미를 이제 알게 되었다. 그들이 그렇게 떠들던 잠재후원자는 ‘우리에게 후원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우리를 만나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두 내가 직접 두들겨 보고 삽질도 해보고 깨달은 너무나 소중한 ‘잠재 후원자’!  처음 잠재후원자 리스트를 활용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난 사실 그들이 잠재 후원자인지도 몰랐다. 그냥 개인정보를 활용한 모금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우리가 갖고 있는 리스트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던 온라인 바자회를 통해 모은 어마 어마한 정보들, 비대면 봉사키트를 판매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등등. 수천 명이었다. 그들에게 ‘엔젤스헤이븐’은 깊이는 아니더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단체이니까. 듣보잡이 아닌 우리의 잠재 후원자들이었다. 그것도 돈을 써서 모은 리스트가 아니라 돈을 벌면서 모은 리스트이었다.


수천 명의 잠재후원자 리스트를 가지고 TM 업체들을 만난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국내의 웬만한 비영리단체들은 다 거쳐간 것 같았다. 우리만 빼고 다 하는구나. TM 업체는 대부분 계약된 프리랜서 TM 전문가들이 각자 리스트를 나눠서 진행하고 총괄 PM이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이 된다. 업체와 계약하기 나름이겠지만 개발된 정기후원자 리스트를 받아서 신규 후원자 등록을 하고 첫 달 후원금이 입금되면 그 금액에 비례해서 업체에 비용을 지불한다. 보통은 정기후원자가 1년 동안 후원금을 납부한다고 가정하고 그 1년 치 후원금의 퍼센티지로 비용은 책정이 된다.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는 비용이지만 우리가 신규 후원자들을 잘 관리하면 마이너스가 나는 구조는 아니기에 나는 엔젤스헤이븐은 갖고 있는 한 알의 씨앗을 여기에 심기로 했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 업체를 믿고 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몇 번의 TM과 몇 개의 TM 업체들을 거치고 보니 누가 이런 것 좀 미리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들이 있다. 업체의 평판도 중요하지만 관리자가 얼마나 꼼꼼한지 그리고 담당 TM 전문가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에 많이 좌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전 준비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잠재후원자 데이터가 어디서 나왔고 이들을 모을 때 어떤 접점이 있었는가에 맞춘 모금 캠페인이 준비되어야 한다. 잠재후원자에게 위기 청소년 관련 온라인 캠페인으로 서명을 받았는데 전화 모금을 장애어린이 치료비로 모금을 한다면 후원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잠재후원자 타깃에 맞는 모금 캠페인을 준비해라!


몇 달 전에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급 마음이 동해 캠페인에 서명을 했는데 6개월 후에 갑자기 모금 전화가 온다면 전화받는 사람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 서명한 사실을 까먹는 것도 부지기수이다. 가능하다면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모으는 전략부터 마지막 전화 모금까지 타임라인과 전달할 메시지까지 미리 모두 세팅을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엔젤스헤이븐도 처음에는 그냥 했다. 말 그대로 진짜 ‘그냥’ 한 거다. 과거의 나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이 말을 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한 알의 씨앗과 단 한 번의 통화 기회뿐이라는 걸 기억해라! 씨앗이 심어질 자리를 잘 다듬고 준비하자. 잠재후원자 리스트를 확보했다면 꾸준히 연락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후원자와 썸을 시작한 거다.


>> 인사이트 

작은 비영리단체 모금가들이여 ‘나’를 알리기 위해 끼를 부리자. 잠재 후원자에게 꾸준히 연락하자.


씨앗은 싹이 났을까?

신기하게도 싹이 난다. 기다렸다는 듯이. 심지어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아 놀라울 정도였으니 해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이너스가 나지 않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이제 난 뭔가를 좀 알 것 같았고 모금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확실해진 거다.


그런데, TM 업체들마다, 아니 담당자들의 역량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모금 성과는 항상 개런티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전 준비와 전체적인 기획을 철저히 한다면 3~5% 정도의 정기후원이 발생하니 해야 한다. 더 나은 방법이 나오지 않는 한.


그다음의 문제는 후원 요청 할 DB를 모으는 것이었다. 잠재후원자는 대체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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