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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maker Feb 14. 2024

4. 코로나19, 후원자들이 사라진다

비상사태를 헤쳐나간 비법

비상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자영업자는 폐업의 위기에 놓였다. 긴축재정에 후원자들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주간회의 때 대표님은 혹시라도 후원금이 많이 줄어서 직원들 급여를 주지 못할까 많이도 걱정이 되셨나 보다. 대책회의를 하자고 하셨다. 이렇게 코로나가 오래 지속될 거라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고 또 3년이 지난 지금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날이 다시 오니 어색하기도 하다. 코로나라는 재난상황에 엔젤스헤이븐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와중에도 후원자가 늘고 후원금이 늘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코로나는 영화에서나 보던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음압 병실에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입는 상상 속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 버렸다. 아동보육시설, 장애인 거주시설 등 30곳이 가까운 산하기관이 함께 모여 있는 엔젤스헤이븐은 일 년 내내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이 모든 걸 멈춰 버렸고 특히 감염에 취약한 장애인 시설이 있는 엔젤스헤이븐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경제도 위태로워지니 후원 중단을 요청하는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 막막했다. 기존에도 홍보나 모금을 위해 돈을 써 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이젠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뭐든 해봐야 했다.


1. 집에서 봉사한다?


봉사자는 올 수 없는 상황이지만 봉사시간은 필요한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있었다. 꾸준히 임직원 봉사를 하던 기업의 봉사는 중단되고 봉사 예산은 쌓여만 갔다. 기관을 방문할 수는 없지만 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도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나는 봉사시간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봉사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금은 봉사시간 주는 비대면 봉사키트가 많아졌지만 3년 전만 해도 모자 뜨기 말고는 없었다. 우린 과거 손모아장갑 뜨기 키트를 만들어 펀딩으로 판매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실팔찌 만들기 키트를 만들었고 파일럿 테스트를 해보려고 제작한 500개는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키트를 후퉌홍보실 직원들이 한 땀 한 땀 실을 자르고 opp 봉투에 소분해서 판매하다 보니 너무 힘이 들어 인근 공방을 섭외해 제작을 맡겼다. 우리가 기획부터 포장까지 직접 하나하나 하는 건 너무 어려우니 외부 업체를 찾았다. 하비풀이라는 취미생활용 diy 키트를 만드는 업체에 기획을 맡기고, 엔젤스헤이븐 산하였던 사회적기업 스프링샤인(발달장애인 예술작품 판매)이 제작한 보드게임을 봉사키트로 다시 제작했다. 기획과 판매만 하니 훨씬 순조로워졌다. 어버이날이면 시즌 상품을 만들기도 했고 특정 기업이 원하는 봉사 키트를 특별 제작하기도 했다. 점점 입소문이 나더니 판매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파워셀러가 되었고 연간 매출이 2억까지 되었으니 ‘위기를 기회로’ 제대로 잡았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지금은 슬슬 다음 단계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2. 바자회를 온라인으로 한다?


이것 또한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 시도였고, 꾸준히 매년 2억 정도의 비지정 후원금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대형 NGO가 보기에는 귀여운 숫자일 수 있으나, 과거 엔젤스헤이븐 법인이 하던 바자회는 소소하게 기관 앞에서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하루 종일 해봐야 100만 원 벌면 잘했다고 생각할 때였으니 말이다.


처음 시작은 이랬다.

정말 우연히 중저가 여성화를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재고 상품을 좀 많이 기부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너무 양이 많고 성인 여성화라 산하기관 배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일단 받았다. 받고 고민하자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다. 여하튼 수천 켤레를 받았고 좁은 창고에 꽉 찼다. 어떻게 하면 이걸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든 생각. ‘아! 스타벅스!’ 연말이면 스벅에서 굿즈 재고털이를 위해 팔던 랜덤박스가 생각났다. 재고이고 내가 원하는 제품을 받을 확률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음료쿠폰도 있고 워낙 싸기도 해서 나조차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모두 알다시피 매년 스타벅스의 랜덤 박스는 불티나게 팔렸고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랜덤박스를 적용해 보자! 배송비 포함 13,000원에 여성화 세 켤레로 테스트를 했다. 많지 않은 우리 후원자들에게 문자로 바자회 안내를 하고 구글닥스로 신청을 받았다. 바자회 수익금은 아이들 재활치료에 쓸 요량으로 안내하니 웬걸 평소에 별 반응 없던 우리 후원자들이 움직인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히 보는 저가의 여성화라 신발이 탐난 건 아니지만 소소한 일시 후원으로 치료비도 보태고 신발 하나라도 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으리라 짐작한다. 팔린다. 산 사람들이 또 산다. 주위에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좋다.


얼마 후 지인을 통해 젝시믹스 제품을 2만 벌쯤 받아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고민도 없이 난 당연히 받았고 다시 랜덤박스 온라인 바자회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옷은 너무 많았고 사이즈와 하자제품이 뒤섞여 있었기에 분류만 몇 주가 걸렸다. 법인 전 직원이 달라붙어 분류하고 판매 배송을 했다. 시스템 따위는 당연히 없었고 구글닥스에 신청,  입금자명과 매치하면서 엑셀로, 수작업으로 하나씩 배송했다. 지금 생각하면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나도 처음이라 효율적인 방법을 몰랐다. 노동도 힘들었고 CS도 어마무시했다. 그래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주문이 너무 많아 우린 한 달을 내내 출근하면 포장만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젝시믹스의 위력, 매력을 잘 몰라 너무 싸게 팔았었는데 바자회 횟수를 거듭하면서 우리도 조금씩 시장에 적응하고 시스템도 돈 안 드는 선에서 조금씩 변화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금방 만들 수 있는 아임웹을 사용했고 pg 시스템을 연결했다. 숨통이 트였다. 카드결제가 되었고 주소도 잘 정리가 되었다. 분류작업에는 단기 알바를 투입했다. 처음보다는 많이 수월해졌다. 이제 우리 팀만으로 핸들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마어마한 주문 때문에 배송까지 너무 많이 기다려야 했다. 다시 생각해 낸 방법은 한 번에 다 파는 게 아니라 매일 우리가 감당 가능한 만큼만 수량을 오픈해서 파는 것이었다. 매일 오전 9시 한정수량을 오픈했다. 명품 오픈런이 부럽지 않았다. 5분이면 매진이었고 우리 팀원들은 매일 두 시간정도 작업으로 덜 힘들게 일할 수 있었다. 몇 번의 품절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더 안달이 났고 맘카페에는 소문이 났다. 대성공이었다.




작은 비영리단체 모금담당자들이여!!

인사이트 >> 생각의 틀을 바꿔라. 과거에 해왔던 일들만이 정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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