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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Oct 13. 2024

먹고 마시고 여행 가고 돈 좀 펑펑 쓰시지

J할머니 해운대 아파트 인도사건 이야기

 맛난 거 먹고, 마시고, 여행 가고, 쇼핑하는데 펑펑 쓰면서 인생을 즐기지 뭐 한다고 그렇게 돈 모아서 고가구나 깨진 옹기 등을 샀을까?.

소복한 흰머리, 가득한 근심만큼 주름 진 70대 채무자 할머니 J를 대면하면서 안타깝고 화가 났다.


J는 모 대학교에 재직하다가 정년퇴직한 후 현재 그 대학의 명예교수인 인텔리였고, 그녀의 50평대 아파트는 현관 출입문부터 4개의 룸, 안방 욕실, 주방, 베란다 등에 테트리스게임 초보자가 테트리스를 깨뜨리지 못해 아웃될 때처럼 고가구와 옹기 등이 가득 쌓여 있었고, 안방마저 J가 누울 수 있는 쬐끄만한 간이침대 외에는 고가구 등에 파묻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어떻게 J는 이런 곳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살았을까."  


J는 "새마을금고 놈들이 서류를 위조해 자신 명의로 대출을 받아 빼돌렸고, 경찰에 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하니 경찰마저  새마을금고 놈들 짜고 사건을 말아먹었다.", "법원 판사도 한 통속이 되어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고, 낙찰받은 K 이놈도 새마을금고 경찰, 판사와 짜고 경매로 낙찰을 받은 것이 다 증명이 되니 집을 비켜주거나, 넘겨줄 이유가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담당 집행관과 직원은 채무자의 행동을 보자 노랑 내 나는 한숨이 나왔다. "아~정말...".

 

채무자 J는 아파트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아마 자신이 믿고 있는 것만 옳다고 생각하는 '확증편향성'에 침몰하여 깊게 가라앉고 있었다.


채권자 C와 채무자 J의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채무자와 2회에 걸쳐 직접 나눈 대화, J가 자개농 서랍 속에 꺼내어 보여준 색 바랜 행정봉투 속의 무혐의 처분된 Y금고, 담당경찰관, 아파트 관리실 직원 등을 상대로 고소장, 민사사건 소장, 강제집행 정지 이의신청서의 보정명령이나 기각 결정문 등을 읽어보면서 내린 소심한 결론이다.


J가 주장하는 사건은, Y 새마을금고에서 지인(친척)의 부탁으로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몇천만 원을 대출했는데, 그녀의 계좌에 있던 대출금을 Y금고에서 허락도 없이 문서를 위조해 인출하여, 국세청의 세금으로 변제하는 등 피해를 주었다.
경찰에 Y금고 직원 등을 사문서위조 등죄로 고소를 하였으나 경찰이 Y금고와 짜고 무혐의하였고, 판사도 짜고 자신이 청구한  근저당설정등기말소 청구 이의의 소송과 경매집행정지 신청에 보정명령을 내리거나  기각 결정을 시켜 경매로 집까지 뺏기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J가 살고 있던 아파트는 해운대달맞이길에 있는 고층 중 꼭대기층이다. 광안대교와 오륙도, 해운대 백사장이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50평대 뷰(VIEW)가 맛있는 곳이었다.

강제집행 하기 위해 직접 J의 아파트에 임장하여 베란다를 통해 보인 놀라운 뷰, 고가구박물관 개설을 위해 평생 모아 방구석구석마다 쌓아둔 고가구와 옹기 등을 보니, J가 매수자 C에게 그 아파트를 넘겨주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채권자 C는 1년 전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던 시점에 담보권자인 Y 새마을금고가 경매 신청한 J의 아파트를 10억여 원에 입찰하여 낙찰을 받았으나, 소유자였던 채무자 J가 합의를 거부하고 1년여 동안 집을 넘겨주지 않자 집행관사무소에 강제집행 신청에 이른 것이다.


# 부동산 경매는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분류되는데, 임의경매는 부동산에 등기한 담보권자 등이 채권을 제때에 돌려받지 못하자 추심방안으로 저당권, 전세권 등의 권리로 경매 신청에 이른 것이고, 강제경매는 돈을 빌린 채무자가 채무 변제를 하지 않아 채권을 추심(받아내는 것) 하기 위해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하여 그 판결(집행권원)을 근거로 채무자 재산을 압류한 후 경매 매각대금으로 채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 경매부동산 매수자는 부동산 전 소유자나 권리 없는 점유자가 부동산을 인도, 즉 넘겨주지 않으면 매각대금 잔금을 납부한 후 6개월 이내에 법원의 부동산인도명령 결정을 받아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음.


채권자 C는 경락받은 부동산을 강제집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소연했다.


"오래전에 경락받은 J의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아었습니다.", "부진한 사업으로 부도를 맞게 되고  거래업체 사장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주하던 아파트를 팔아 거래업체 대표들의 채무 80%씩 변제를 해주고 다른 아파트 월세로 이사를 갔습니다."


"채무를 80%씩 변제받은 업체 사장님들이 저 보고 신용 있는 사람이라며 믿고 계속 오더를 주었고, 그 후 열심히 일하다 보니 사업이 살아났고, 수익이 난 돈으로 사업부지도 경매로 마련하고, 사업체도 넓혀 오던 중, 예전에 살던 아파트가 경매로 나왔습니다. 

꼭대기 층이라 뷰도 좋고, 현재는 대학생이지만 아이가 어릴 때 살았던 아파트에 다시 살고 싶다고 해서, 결국 채무자 J의 아파트를 경락받게 된 것입니다."


"J가 Y금고 채무로 인한 고소사건, 민사사건 등에 휘말린 충격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한 것 같아 강제집행보다는 이사비를 일부 주고라도 합의를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엉뚱한 말만 하면서 문도 열어주지 않고 직접 대면도 해주지 않아 결국 집행관 사무소에 강제집행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J가 협의할 자식이라도 있으면 진작 해결이 되었을 텐데,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혼자 살다 보니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는데, 오늘 집행비용까지 4,000만 원이 넘게 들어 손해가 막심합니다. 채무자가 이렇게 속 썩일 줄 알았으면 경매를 받았겠습니까."


채권자 C로부터 부동산인도 집행 신청을 받아 열쇠공을 대동하여 강제개문 하여 확인한 바, 노무업체 대표는 J의 아파트에 있는 어마어마한 고가구 등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이틀 동안 고가 사다리차와 차량 1톤 트럭 50대 분량, 노무자 50여 명이 필요한 집행이라고 견적을 냈고 채권자 C와 협의를 통해 강제집행이 진행된 것이다.


집행은 이틀 동안 진행 되었다.


'고가구와 옹기 등이 채워져 있는 방구석구석에는 물이 담긴 쓰레기통 등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J는 습기가 없는 방이 건조해 고가구가 상처 입을까 봐 습기 조절을 위해 둔 것'이라고 하였다.

'이번 여름 그 뜨거운 날씨에도 에어컨 한번 틀지 않고 견뎌 냈다.'고가구 등 골동품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었다.

"에어컨을 오래 틀어두면 방안 공기가 건조해져 고가구에 습기가 말라 부서질 수 있어 아프리카 같이 들끓는 방에도 에어컨 없이 올여름 참아냈다. 니들이 그 정성을 알겠나.", "만약에 내 분신 같은 고가구 등 무엇 하나라도 상처라도 나기만 하면 형사는 물론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옮겨라"며 겁도 주었다.


"J 씨, 특수노무자인 영상담당자가 집행 처음부터 종결할 때까지 고가구 하나하나 뽁뽁이나 골판지로 싸서 운반하는 것을 촬영하고 있고, J 씨와의 대화도 녹음해서 남겨두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부동산인도(명도) 집행 및 철거 등 대체집행 시 채권자와 채무자, 수임자인 집행관 등과의 과실 유무, 불법행위 유무, 손해배상 유무 등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특수노무자인 영상담당자를 통해 집행과정을 증거 영상으로 남겨두고 있음.  


집행하는 이틀 동안 J가 분노하여 내뱉는 울분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했고, 색 바랜 행정봉투 속 J 할머니의 슬픈 역사도 느껴보았다.  J의 확증평향성은 서로의 동병상련으로 이겨내야 했다.

J는 아마 자신의 입장을 화가 풀릴 때까지 이야기하고 싶었고, 끊임없이 들어주는 누구라도 자기편이 돼주기를 바랬나 보다.


J 할머니, 노무자, 집행관, 이웃주민 등 누구에게 사고 없이 강제집행은 마무리가 되었고, 강제집행 과정에서 서로서로는 슬픈 승자가 되었다.


집행이 종료된 J의 비워진 안방을 보면서, 서랍장 고가구 위에 놓여 있었 J할머니의 젊고 이뻤던 시절에 찍어둔 사진이 눈에 밟혀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이 났다.

'저렇게 곱고 이뻤던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제발 자신을 잘 돌보고 살아야 될 텐데...'


"채권자 C 씨, 보관업체 창고에 보관시킨 J의 고가구들은 웬만하면 J가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십시다."


"김 과장, 보관업체에 맡겨둔 J 할머니가 고가구 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알려준 임시 거처로 우편 통지도 하고, 안되면 찾아가서 꼭 보관물건을 찾아가도록 해보자."


보관창고 속에 들어간 J할머니의 고가구와 색 바랜 청춘은 소중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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