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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박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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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Aug 23. 2023

안녕_여름

수박시

<Poem_Story>    

 

폭염이 한창이다.

참을만하다, 참아야 하고.

지구를 학대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죄의 대가로,

폭염은 우리에게 너무 가벼운 경범죄, 아니 무죄다.


그래도 입추(立秋)가 지났고, 처서(處暑)도 지나간다.

지구를 식힌 바람이 돌아 돌아 우리 곁으로 불어오면 미련 갖지 말고 어김없이 떠나가라.  


나무줄기에도, 사람들이 묶어 놓은 등산로 안전줄에도,  

얼마 전까지 매미의 탈피한 헌 옷들이 햇볕에 널려 있었는데,

매미는 벌써 폭염도 끝이 있음을, 자신들의 삶도 곧 끝이남을 알고,

티끌만한 여름을 보낸 듯 만 듯 했음에도,

내 짝을 찾아 사랑을 이루면 행복하게 왔던 곳으로 돌아가리라.

그래서 숲 속 어디에서 비벼대는 저 날개 짓은 경외로움이지.

쏜살 같이 지나가는 우리네 삶도 같다.


폭염의 여름이라도 아름다웠고, 즐거웠기에 순회하는 인연으로 이제 떠나갈 때.

안녕 여름아...





  <안녕_여름>

     

입추(立秋) 바람 불면

반 팔 티셔츠도 소매가 붙지.


털어버리면 좋겠어 나무야 이제,

초록 비늘도 무거워 보이니

네 계절은 이쯤에서 가는 거야

아름답고 즐거웠던 모습으로.


버리고 가벼워지는 것도 삶이야

슬퍼는 마

더 단단해지거나

새로 태어나기 위한 기쁜 이별이니

이쯤에서 뒤돌아보며 흐느끼지 말고

어떤 언약도 말고

소리 없이 가줄래.


안녕 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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