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직진
결혼식을 가기 위해 예쁘게 차려입은 은수. 기분이 꽤 좋은 눈치다. 지하철 역으로 바삐 걸어가고 있다. 상기된 발걸음.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딸깍)
은수: 오빠, 지금 뭐해요?
강우: 나? 이제 고객 만나러 가고 있어. 기분은 많이 풀렸어? 은수야 그땐 미안해. 네가 편해서 말이 헛 나왔어.
은수: 오빠,
강우: 응?
(은수는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은수: 오빠… 나 어떻게 생각해요?
강우: 응? 은수야, 뭐라고? 못 들었어.
은수: 저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들었으면서.
강우: 너?
(은수는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내려간다)
은수: 네, 난 오빠 좋은데.
강우: …
은수: 오빠는 나 어떻게 생각해요? 여자로?
강우: 음… (5초가량 쉰다) 은수야.
은수: 네
(은수는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안에서 서서 통화한다)
강우: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너를 잃는 거야. 그게 먼저 떠올라. 너는 나한테 특별한 동생이거든. 내가 알고 있는 여자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친한 사람을 뽑으라면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나. 그 정도로 너는 나한테 굉장히 큰 존재인데… 우리는 한 모임에서 계속 볼 사이잖아.. 근데 만약 우리가 헤어지게 되면…
은수: 그건 모르는 거죠. 시작도 하기 전에 왜 겁부터 먹어요?
강우: 그런가..
은수: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강우: 그래도, 지금 생각에는… 아닐 거 같아. 미안해 은수야.
은수: … 바보.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요. (바로 전화를 끊는다)
은수, 지하철 문 옆에 기대 창문을 바라본다.
은수: (혼잣말) 차였네.
#2. 다시 직진
은수가 강우에게 차인 뒤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 강남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겁게 논 네 명의 남녀. 은수, 강우, 성연, 정훈이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한 시가 되어 헤어질 시간이다. 택시를 잡고 있는데…
(은수가 강우 바로 옆에서 조용히 속삭인다)
은수: 오빠, 한 잔만 더 할래요?
강우: … 그래, 그러자.
네 명의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갔던 바를 찾아간다. 테이블 별로 칸이 나누어져 있는 곳이다. 그곳에 다시 마주 앉은 두 사람. 둘 다 술을 좀 마신 상태다.
은수: 오빠.
강우: 응, 은수야.
은수: (앞에 있는 음식을 바라보고 이리저리 휘저으며 말한다) 저는 지금 오빠한테 완전 약자예요. 완전 호구예요.
강우: (웃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은수야.
은수: 오빠가 저 찼잖아요. 오빠는 저한테 그냥 지금 나쁜 새끼예요.
강우: 은수야 그렇게 이야기하지 마. 아니야.
은수: (아랑곳 않고) 이왕 고백했다가 차인 거 솔직하게 다 이야기할게요. 내가 오빠를 좋아했다고 느낀 건… 오빠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였어요. 전부터 오빠랑 진짜 잘 맞는다 생각했고, 너무 편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근데 오빠가 결혼한다고 하니까, 딱! 아, 내가 오빠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어요. 근데 나중에 결혼 어그러졌다고 했을 때… 아, 나에게도 기회가 온건가 한 거죠. 저는 오빠가 좋았던 게… 나랑 잘 맞는 것도 맞는데, 오빠가 교회를 다니니까… 나를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다고 생각도 했어요.. 그랬어요. 그랬어… 결국 차였지만… (눈을 바라보며) 지금도 난 키스하고 싶은데..
강우: 은수야.
은수: 네?
강우: 네가 지금 솔직하게 너 이야기했잖아. 나도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될까?
은수: 뭐예요 그게. 아니라는 거죠 또?
강우: 응?
은수: 운 그렇게 띄우면 또 찬다는 거 아니에요? 또? 길게 이야기 안 해도 돼요.
강우: (옅게 웃으면서)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은수: ….
강우: 은수 네가 전화로 그때 나한테 고백해줬잖아. 그때 나는 좀 당황했어. 생각지도 못했던 거였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했던 거야. 너를 찬 게 아니야.
(은수는 계속 강우를 바라보고 있는다)
강우: 너한테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서.. 마음이 불편했어… 생각도 많이 했고… 내가 진짜 바보 같은 게 아닐까…
은수: …
강우: 은수야,,, 나 너 좋아해도 돼?
은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마음대로 해요. 무슨 허락을 받고 앉아있어요. 마음을… 그게 뭐 마음대로 돼요 오빠는?
강우: (웃는다) 내가 좀 나쁜 사람 같아 지금.. 은수야, 오늘 놀 때도 느꼈겠지만, 나랑 사귀면 엄청 답답한 일이 많을 거야.
은수: 저는 뭐 아무런 기대가 없어요. 그럴 거 같아요. 오빠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제 문자 답장 안 하고 씹겠죠. 기대도 안 해요…
강우, 은수 서로 바라본다.
은수: 아, 키스하고 싶다.
강우: (옆자리를 톡톡 치며) 일로 올래?
은수: 아니, 우리가 무슨 사인데 내가 거기로 가요. 뭐예요.
강우: (테이블 위에 있는 은수 손을 잡는다) 만나자. 만나자, 은수야.
천천히 일어나 은수 옆으로 앉는다.
은수: (상기된 표정)
서로 바라본다.
키스한다.
#전쟁 과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