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직진의 시절> 뒤에 이어지는 글
은수, 무대 위에 나무자세를 하고 있다. 나무자세란, 한쪽 어깨로 바닥을 짚어 물구나무서기를 한 것으로 형태가 나무처럼 보인다.
은수: (굉장히 밝고 힘차게 큰 소리로) 오빠~ 행복하게 잘 잤어요? 난 어제도 오빠 꿈 꿨넹?
(강우는 목소리만 들린다)
강우: (상대적으로 작게) 응, 은수야, 너도 잘 잤지? 오늘 날씨 춥다. 잘 챙겨 입구~
은수: 네~! 오빠, 보고싶어요~!
강우: (답이 없다)
은수: 오빠~~~~~ 보고 싶다구우~~~~~~!
강우: (답이 없다)
은수: 오빠~~~~~ 나는~~~~~ 오빠가~~~~~ 너무나 보고 싶어요~~~~~!
답은 없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다. 은수의 나무는 살짝 꺾인 모습.
강우: 오늘 잘 보냈어?
은수: 네, 잘 보냈어요.
암전
조명이 켜진다.
살짝 꺾인 은수 나무가 서있다.
강우: 오늘은 쌀국수 먹었어, 은수는 점심 뭐먹어?
은수: (은수는 바로 대답) 나는 짜장면! 지금은 뭐해요?
강우: (답이 없다)
은수: 나는 카페에 왔어요~! 사람이 많아~! 뭐해요? 지금은 집에 가고 있어요~ 오빠가~! 생각 나요~! 나 지금 뭐 보고 있게요~! 뭐 보고 있게~요! 이진아 보고 있어요~! 오빠는 뭐해요~! 오늘은 할머니 댁 왔어요~ 이거 봐요, 우리 할머니 예쁘죠? 오빠는 뭐해요~! 오빠는 뭐해요~~~!
강우: (아무렇지 않은 듯) 어, 은수야. 잘 지냈어? 이진아는 어디서 본거야?
은수: (나무가 또 꺾인다.) 오빠, 어디 있어요? 뭐해요?
암전
조명이 켜진다.
강우: 미안해, 바빴어. 미안해, 시간을 잘못 알았어. 미안해, 상처주려던 건 아니었어. 미안해, 내가 여자를 잘 몰라서. 미안해, 내가 원래 그런 거 잘 못해.
점점 꺾여가는 나무.
은수: 오빠, 그때 왜 사귀자고 했어요?
강우: 미안해서.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