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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샐리 Feb 07. 2022

100년된 기업은 어떻게 전략을 짜는가

전략 기획 프레임워크




입사 후에 바로 맡게된 업무는 모빌리티 사업 확장 관련하여 글로벌으로부터 비즈니스 플랜을 approval 받고, 예산을 따내는 일이었다.



중국의 디디추싱이 점유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해외 완성차 기업이 어떻게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사업을 스케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플래닝이었다. 모빌리티가 전세계에서 앞서가 있는 중국이다보니 글로벌에서도 관심이 컸고, 글로벌 펀딩으로 운영되던 프로젝트다 보니 리더십도 매우 꼼꼼하게 확인을 했기에 리포팅 전 내부 리뷰도 매 주 했었다.



다행히 마이크로 모빌리티에서 0부터 1까지 디벨롭시킨 경험이 있었기에, 이동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내는지 익숙한 편이었고, 투자 관련하여 딜을 준비한 경험도 있었어서 모빌리티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과 비즈니스 확장 방안 관련하여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 덕분에 매니저는 모든 걸 나에게 맡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대기업이 사고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전략 기획 프레임워크를 빠르게 배우고 습득할 수 있었다.



우선 사업 운영 관련 수익 구조 등의 운영 모델을 설정해야 했다. 다행히도 이미 소규모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을 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었다. 10대의 차량으로 운영했던 데이터를 분석해서 주요 수요 지역이 어디며, 키 수요 지역에서 발생하는 트립 디맨드를 분석하고, 차량 대수를 늘렸을 경우 1대당 발생할 수 있는 트립 건수를 가설로 잡았다. 그렇게 나올 수 있는 일 수익과 발생하는 비용을 산정하여 운영 모델을 만들고 6개월 동안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글로벌 파이낸스 매니저가 모델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가설 수치마다 rationale 근거가 합당한 지 재확인 하는 과정들을 거쳤고, 미국과 다른 중국의 시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6개월 동안 해당 예산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어떻게 빠르게 포착하고 Prove 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흥미로웠던 점은 파이낸스 팀에서 꼼꼼하게 비즈니스 상황을 이해하고 이에 맞추어 P&L 목표가 합당한지를 같이 리뷰하는 것이었다. 전에는 스타트업이었다보니, 파이낸스는 거시적인 마켓 예산만 보고 허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가까운 discussion이 없었는데, 미국에서 상하이로 출장까지 와서 운영 계획을 같이 검토하는 것이 새로웠다.



합리적이고 동시에 다소 공격적인 운영 모델을 설정한 이후에는 장표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운영 모델 확정 후에는 모빌리티 사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스케일업 관련하여 중장기 전략 플래닝을 하게 되었다. 다이렉트 리포팅하는 매니저는 장표 만드는 능력이 부족한 편이었고, 그에 반해 부문장은 컨설팅 출신으로 logical thinking & strategy 의 전략적 사고를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운 좋게도 한국인의 장표 솜씨를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회사의 리더쉽에게 보고하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장표로 만들고 부문장과 함께 전략적 선택 스토리라인을 기획하는 프로세스를 주도적으로 맡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배운 100년된 기업의 사고 방식과 프레임워크는 추후 어떤 비즈니스 분야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바이블과 같이 내가 사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떠한 관점에서 사업의 지속성을 분석하고, 시장 진입 전략을 기획하며, 스케일업을 고려하는지 볼 수 있었으며, 이에 맞게 스토리라인을 기획하고 세부 전략을 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리더십이 던지는 주요 문제는 How do we play to win?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데?"이다. 이 문제를 대답하기 위해서는 Winning Strategy "승리의 경영전략" 같은 프레임워크를 통해서 모든 세부적인 결정 사항과 관련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고, 마켓 상황을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쟁사와 비교하여 우리가 부족한 능력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지까지 제공해야했다.



Playing to Win
승리의 경영전략이란?


2013년에 A.G. Lafley & Roger L. Martin 두 명의 작가가 집필한 성공 전략 관련된 책인 <Playing to Win>은 현재까지 바이블과 같이 사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P&G의 Olay, Gillette 등과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성공시키고 시장 가치를 1000억 달러 이상 증가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공동 집필서 중 한 명은 교수 출신이라, 전략적 선택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아주 자세히 정의하였는데, 해당 프레임워크는 100년된 회사에서도 따르는 내용이다.


주요 5가지의 전략적 선택의 요소가 정의되어 있으며, 아래 도표가 실제로 부문장 임원이 우리 부문에게 공유했던 내용이다. 모든 내용은 전략적 사고를 거쳐 고려되야하며, 비즈니스 운영 기획 내용도 아래의 요소들을 포함했어야 했다.  

Winning aspiration

Where to play

How to win

Core Capabilities

Management system



1. Winning Asipration (성공 포부)


Winning aspiration 은 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 또는 거시적인 목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내용인데,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것이며, 변화를 만들어낼 지를 적은 내용이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나이키의 초기 Winning aspiration


그 한 문장에 기업이 추구하고자하는 가치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전세계의 운동을 즐겨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성공 포부 아래 목표를 추가 설정한다면 1. 전세계라는 커버리지를 달성한 물류망 2. 영감을 불러오기 위한 브랜딩 및 디자인 전략 3. 혁신을 이루기 위한 기술 방안 등을 세부적으로 리스트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성공 포부는 "측정 가능한 목표"로 연관되어 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위의 예시는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설정된 초기 성공 포부로, 모든 비즈니스 조직마다 성공 포부를 각각 설정하기 때문에, 현재는 더 구체적인 수치를 포함하여 작성하게 된다. 100년된 완성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사업 기획을 하면서 "측정 가능한 목표"가 매우 중요했기에, 목표로 운영하고자하는 Fleet의 규모와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시장규모를 우선시하여 성공 포부에 작성했었다.



2. Where to Play (사업 분야)


비즈니스의 성공 포부가 설정되면 다음은 Where to play, 즉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놀 것인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업 분야를 더 자세하게 설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어떤 시장을 대상으로 할 것이며, 어떤 고객층을 목표로 하며, 어떤 채널을 사용하고,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어떤 기술을 사용할 지에 대하여 디테일하게 기획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빌리티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면, 지역적으로 어떤 나라 및 도시를 목표로 할 지 정하고, 고객층은 30세에서 40세 사이인 소득이 어느 정도 있는 워킹 클래스의 남성 또는 여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정한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시, 해당 시장 segment에서 우리가 레버러지 할 수 있는 기회 또는 전략적인 이점은 무엇이며,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목표 고객층의 pain point와 어필할 수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깊게 분석해야 한다.



그 외에도 사업 운영에 필요한 채널은 무엇인지 정의해야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일 경우 온라인 채널과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물류 공급망을 고려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일 경우 리테일 스토어, 대리점, 물류 창고 등의 네트워크를 거점으로 사업 운영에 활용할 채널을 설정하여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기술을 사용할 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설정하게 되는데, 화장품일 경우 안티에이징 기술을 사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모빌리티의 경우 IoT 또는 어플리케이션과 관련된 기술을 사용한다고 정의내릴 수 있다.



3. How to Win (성공 전략)


성공을 위해서 진입해야하는 시장과 사업 분야를 명확하게 정의내린 후에는, 해당 경쟁 분야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디테일한 고려사항을 정의하게 된다. 목표로한 시장과 특정 고객 세그먼트가 필요로 하는 가치 또는 니즈가 무엇인지 세밀하게 확인 후 비즈니스가 제공할 수 있는 고유의 가치를 정의하고, 그 가치를 고객에게 지속 가능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사업 기획의 필수 단계인 "가치 제안서" Value proposition 설정으로 우리 비즈니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경쟁사와 대비하여 우리가 가진 이점이 무엇인지 등으로 구성한다. 고객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 또는 니즈는 무엇이며, 다른 경쟁사들이 하지 않고 있는 또는 달성하기 어려운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이점으로 성공 포부를 달성할 것인지 고려해야한다.



세부적으로는 프라이싱, 고객 서비스 퀄리티, 한정 수량 특별 커스터마이징 제품, 저가 상품,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시장의 First mover로 진출 등의 디테일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4. Core Capabilities (핵심 역량)


앞에 정의 내린 경쟁 사업 분야와 성공 전략 두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량이 필요한지 정의내려야한다. 이는 즉 목표 시장에 진행하고자하는 비즈니스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예산을 따내는데 필요한 내용.



기존에 있는 역량을 보충하거나 추가 개발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고, 신규 역량을 쌓아야하는 방향을 적을 수도 있다. 기존 역량의 추가 개발은 R&D 또는 브랜딩 등의 내용이 될 수 있으며, 조직이 갖지 못한 신규 역량을 필요로 한다면 역량을 확보하는 방법에서 아래의 3가지 방식으로 나뉠 수 있다.



Build, buy or partner?


Build는 필요한 역량을 조직내에서 만들고 키우는 과정을 의미하며, 대부분 신규 사업으로 필요한 인력, 기술 개발 등에 필요한 내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역량을 기르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업 기회를 빠르게 잡아야하는 상황이라면 Build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Buy는 필요한 역량을 외부로부터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역량을 이미 갖춘 회사를 M&A 인수합병 하여 빠르게 기존에 갖고 있지 못한 관련 자원과 역량을 확보하여 Gap을 매꾸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대기업들이 신규 시장에 진출할 경우에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관련 능력을 갖추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Partner는 필요한 역량을 외부 경쟁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확보하는 것이다. 대기업 간의 JV 조인트 벤처 또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주 예시가 될 수 있으며, 기존에 회사가 갖고 있는 강점을 기반으로 추가 제품 및 서비스 등의 가치를 구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세부 전략에 맞추어 역량 확보 방식이 확정할 경우 이 모든 걸 합쳐 시장 진출 전략 Go-to-market strategy 를 세울 수 있다.



5. Management Systems (관리 시스템)



마지막 부분인 경영 관리 시스템은 필요한 역량을 관리하고 지원하는데 어떠한 관리 시스템, 구조 및 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내용이다. 비즈니스 데이터 관리 시스템, 물류 창고, 차량 fleet, 파트너 회사와의 관리 구조 등의 내용이 될 수 있다.



위에 설명한 5가지 선택은 모두 상호의존적이며 서로의 내용을 보충하고 강화하는 관계이다. 도표에서 보여지는 5가지 박스 사이에 화살표 방향이 쌍방향으로 되어있는 이유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설정하고 진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택이 서로 맞추어 돌아가야하기 때문이다.



Strategic Logic Flow
전략적 사고 플로우


위의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시장 진입 및 비즈니스 성공 전략을 기획하는 것을 프로세스로 요약한다면 아래의 도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산업 분석, 고객 가치 분석, 경쟁 분야 역량 분석, 경쟁사 분석 등을 마친 후에는 합당한 몇 개의 선택지로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예: 1. 경쟁사 인수 2. 전략적 파트너십 3. 내부 역량 강화 등), 그 선택지 중의 하나를 고르는 것이 최종 "전략적 선택"이 된다. 전략적 선택에 따라서 집중하고자 하는 사업 분야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성공 전략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가 정해진다.



대기업에서는 보고를 위한 보고에 사용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힘들기도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전략적 사고와 전반적인 프레임워크를 통해서 추후 비즈니스 플래닝 시 어느 관점에서 분석하고 어떠한 요소를 고려해야하는지 다양하게 배울 수 있었다.



새로운 개념을 실전으로 배우게 되다보니 장표 만드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고 완전한 스토리와 로직을 짜는데에 희열(?)을 느끼기도 하였다. 100년된 대기업의 전략을 짜는 방식은 기업이 리스크를 파악하고 자원을 활용하고 투입하는데 필수적인 프로세스로, 몇 년에 걸쳐 확립한 프로세스를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배울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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