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wover Aug 08. 2022

Prolog :: 어려운 결혼을 앞둔 누군가에게

웨딩플래너가 해결해주는 것은 고작 ‘스드메’ 뿐이다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우리는 웨딩플래너를 고용했다. 하지만 결혼 준비과정 동안 나에게 더 필요했던 건 (아마 오빠도 마찬가지였으리라) 30초 단위로 달라지는 내 마음을 다독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관계 (우리 둘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속에 감정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줄 무언가였다.


2021년 초, 우리 관계를 애써 외면하고 있던 부모님(이라기보다 엄마)에게 쾅! 짱똘을 날렸다.

“내가 결혼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3시간을 곱씹었던 멘트라서 까먹지도 않는다.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14살 차이의 우리 연애를 외면하기만 하던 엄마 앞에서 말을 꺼내자니 입이 안 떨어졌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와인을 한잔씩 하면서 넷플릭스를 켰다. 운이 나쁘게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고만 아빠는 1편을 보고, 2편을 보고, 신나서 연이어 3편을 틀었다. 3시간째 타이밍을 놓친 나는 결국 리모컨을 빼앗아 TV를 잠시 멈춰놓고 말했다. ‘내가 결혼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빠는 단번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달랐다.  ‘도대체 왜’,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인지 소화하지 못했고, 속상해했고, 불안해했다.


보통에서 벗어난 결혼은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한다. 내가 왜 이 사람을 선택했는지, 이 사람이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 어떻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지, 이 사람이 얼마나 건강한지(?).

결혼 예고장을 날리고 2021년 11월 21일 결혼식장에 들어가기까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고, 확신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확신을 줘야 했던 이 시기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내 결혼이 조금 더 난이도가 높았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결혼은 어렵다. 결혼 준비 기간은 3년의 연애 기간과 결혼 후 1년을 통틀어 (그 이상은 아직 안 살아봐서 모르겠다) 가장 불안하고 어려운 시기였다. 이 시기에 빠져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고 편안하게 결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이 글을 쓴다.


** 여기서는 내 경험뿐만 아니라 그 기간에 내 마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확신을 가지고, 선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시도해보았던 다양한 방법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