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인의 범죄는 언제나 발견된다." 뒤렌마트의 『고장』이라는 극 작품에 나오는 어느 검사가 한 말이다. 우연히 접한 이 말이 인상에 남은 이유는, 작년 말 아니면 올해 초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어느 지역 국힘당원 모임에서 한 말과 완전히 겹쳐졌기 때문이다...
트룹스라는 어느 회사원이 자동차 고장이 나서 투숙하게 된 하얀 별장은 알고 보니 전직 법조인들이 매일 저녁 재판 놀이를 여는 장소였다. 그들은 트룹스에게 그날 저녁 재판놀이에서 피고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앞의 인용문은 자신은 평생 죄를 지은 적이 없다고 하는 트룹스에게 검사가 한 말이다. 국힘당 대선 후보가 한 말은 이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뿌리를 지닌다. "피의자들을 딱 보면 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라고 그때 그가 말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자신의 감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말이지만, 신이 아닌 다음에야 사실은 어떤 근거도 제시할 수 없는(모두가 죄인이라는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면), 뒤렌마트의 검사가 보여준 자기 확신과 일맥상통한다. 어찌보면 직업적으로 누군가의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일을 평생해온, 또 계속 해야 하는 검사들이 걸린, 심리 치료가 필요한 직업병이다. 그런데 공적으로 정당하다는 명분으로 권력이 행사될 때 여기에는 하나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 겉으로는 어떤 법적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하지만 은밀하게 상위의 목적이 있다. 힘 그 자체를 공고히 하는 것. 모든 사회가 그렇다고 검찰국가, 경찰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뒤렌마트의 또 다른 작품 『노부인의 방문』에서 경찰을 찾아간 주인공에게 경찰이 한 말도 비슷한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자신에 대한 살인을 시민들에게 교사하는 억만장자 노부인을 체포해달라는 주인공의 부탁에 대해 "체포하고 안하고는 경찰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다. 물론 살인 교사의 직접적인 증거가 있냐고 물으면서 증거 없이는 체포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는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이 처음 한 말과 나중에 한 말을 합하면, 경찰의 체포권이 지닌 이중성을 드러낸다. 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자 법으로 보장된 영역을 넘어서는 권력. 권력 행사를 위한 경우의 모든 수가 법적으로 다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법의 맹점. 증거를 발견하기 위해 무한정 허용되는 압수수색권도 마찬가지이다. 법에 의한 정당화를 내세우지만 법적 정당성을 넘어서는 초월적 영역에 자리잡은 힘을 신화적 힘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