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나이 마흔.
나라에서 깎아준 두 살의 나이를 생각하면 아직 마흔을 논하기 이른 건가 싶지만 그래도 노산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84년생의 아줌마다.
이제는 누군가가 뒤에서 아줌마라 불러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나이, 살림에도 노하우가 생겨 아무리 못한다고 해도 집안일 몇 가지를 한꺼번에 뚝딱 해 치울 수 있는 그런 나이.
결혼생활이 10년 차가 되어 남편과의 관계가 뜨겁다기보다 따듯한 나이, 아이가 둘이나 생겼고 교문 앞에서 미어캣처럼 자식을 기다리는 그런 나이 말이다.
그렇게 엄마로서의 삶이 익숙해진 지금 산 만해진 배를 가지고 또 다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일기를 쓰게 된 이유는 임신의 막달에 서 호흡곤란으로 새벽에 자꾸 일어나게 된다는 것에 있다. 역류성 식도염과 다리에 나는 쥐. 그리고 호흡곤란으로 밤에 더 이상 꿀잠을 자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새벽마다 고요하고 어색한 거실을 의미 없이 어슬렁 거리다 이 감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갑작스런 충동 때문이다.
‘내가 왜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지?’라는 강한 의문을 가지는 이 시간, 아주 멋진 해답을 찾고 싶어서다. 아마 이 일기의 절반은 자기 합리화 혹은 어색한 감정의 포장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이를 잉태하고 기다리는 이 본능적인 행위에 대해 최대한 솔직하게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디데이 40여 일을 남겨두고 적는 적나라한 마흔의 막둥이를 품은 막달일기.(막둥이길 기도해) 얼마나 멋진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