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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림 Jan 31. 2022

Retool 로 한달만에 어드민 페이지 만든 후기 01

코딩도 못하는데 어드민 페이지를 만들라고요?

네? 제가 해요?

진심 저 표정으로 쳐다봤다

입사 5개월 차 조무래기 인턴 주제에, 입사 10년 차 리액션이 튀어나왔다. 무려 회의 도중이었다. 벙쪄서 어버버하는 동안 회의가 끝났다.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하자 천천히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치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마음속에는 물음표 백만 개가 돌아다녔다. 아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그렇다.

스펙 정리도 안 해보고 심지어 코딩은 할 줄도 모르는 조무래기 인턴이 관리자 페이지를 만들게 된 것이다.



리툴과의 첫 만남

나는 문과 출신 프로덕트 인턴이었다. 주요 직무는 제휴 서비스 관리와 리서치로, 와이어프레이밍과 데이터 분석처럼 PM으로서 필요한 스킬은 입사 후 배워나가는 중이었다. 그 당시 우리 팀은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는데, 말이 플랫폼이지 매번 우리 팀이 광고를 돌려주고 데이터를 뽑아주고 심지어는 서비스 소개 페이지를 하드코딩으로 수정을 하는 상황이라 플랫폼이라 부를 수 없었다. 그만큼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해나가는 게 중요했다. 당장 제휴 서비스쪽에서도 쓸 수 있는 관리 툴이 없었고, 대부분의 기능이 다른 팀 기능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품이 아주 많이 들어갔다. 자연스레 대부분의 인력이 서비스 플랫폼화의 기반 작업에 쏠리게 되었고, 남은 리소스는 제휴 서비스용 관리 툴에 들어갔다. 즉, 우리 팀에서 제휴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 여력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던 중 우리 팀 개발자 한 분이 Retool(이하, 리툴)이라는, 로우 코드(low code)* 서비스를 소개해주셨다. 인터널 서비스를 만들기에 적합한 툴이고 개발자가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는 툴이라고 했다. 인터널 서비스까지 개발할 리소스가 없던 우리 팀은 리툴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있으면 좋지만 당장 급하지는 않은 일은 자꾸 밀리기 마련 아닌가? 그렇게 누구 하나 시도할 수가 없던 와중에 갑자기, 코드 한 줄 쓸 수 없는 나에게 그 일이 떨어진 것이다.


사실 리툴이 아예 노코드도 아닌데 내가 어드민 페이지를 어떻게 만들겠는가. 어드민 페이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 데이터와 연결해야 하는데 우리 팀 데이터 구조도 모르는 내가 이걸 어찌할 수 있는가. 심지어, 데이터 구조를 알더라도 그 당시 내 개발 지식은 생활코딩 WEB 1 HTML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고잉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리툴의 기본 언어인 자바스크립트도 모르는 초짜였다.

실제로 JS를 Java라고 불렀다가 비웃음 당함. 아 님들 가정법 예문 5개씩 써오세요ㅡㅡ

하지만 뭣도 모르고 하겠다고 말한 뒤였고, 그렇게 PM으로서도 조무래기인 내가 갑자기 백엔드 개발자 직무를 맡게 된 것이다.



어드민 페이지 제작 성공...

그런데 문제는 성공했다. 심지어 꽤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은 페이지가 나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 팀 개발자분의 어마어마한 도움이 있었다. 나는 어드민 페이지를 만들면서 1) 우리 팀 데이터 구조, 2) 자바스크립트 문법, 3) 데이터 형식에 따른 한계, 4) 기타 이해되지 않는 부분...까지 네 가지 영역에서 질문을 퍼부어댔고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물어봤다. 하나의 질문에 슬랙 스레드가 100개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다들 응원하면서 도와주셔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관리자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개발 직군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는데, 비개발자가 코딩을 하면 유난히 기뻐하면서 가르쳐준다. 대체 왜지? 그리고 적극적으로 직무 전환을 권한다. 대체 왜???

약간 이런 느낌.... 멋쟁이 XX처럼 신입생입니다^^



심지어 시연 강의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름 우리 팀을 포함해 회사 내부에서도 꽤 리툴 이해도가 높은 편에 속했던 것 같다. 물론 이는 나중에 매우 빠르게 뒤집혔지만, 오히려 어드민 페이지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어서 더 리툴 자료를 열심히 뒤졌던 게 꽤 도움이 되었다. 그쯤 되니까 코딩하는 PM 인턴을 부둥부둥해주시던 우리 팀 개발자분들이 개발자 미팅에서 리툴 시연을 해보라고 농담을 하셨다. 당연히 100% 농담인 이야기였기에 거절했다. 그런데 이게... 자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언제 또 이 연차에 베테랑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보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쉬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어느 날, 개발자 한 분이 다시 개발자 미팅에서 시연을 하라는 농담을 하셨고, 그 기회를 놓칠 수 없던 나는 그 미끼를 물어버렸다.


일정까지 잡히고 시연 준비를 하던 중, 팀 내부에서 오히려 개발자보다는 다른 직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소개하는 게 더 필요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렇게 사내 다른 구성원에게도 홍보를 했고, 개발자 미팅에서의 발표가 취소가 되며 발표날이 정해졌다. 강의 내용은 1) 데이터 연결, 2) 페이지 UI/UX 만들기, 3) 데이터 수정 요청 이렇게 세 파트로 이뤄졌다. 미리 만들어둔 간단한 페이지를 카피하는 방식으로 한 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고, 그 이후로 다른 몇몇 팀에서도 리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때 올린 홍보글. 20명 정도 신청을 해주셨다


사실 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이 쉬웠냐고 물어보면 절대 아니었고 부담도 너무 많이 느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십을 갖고 일할 수 있던 건 팀원들의 응원과 도움이, 좋은 프로덕트와 시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런치에서는 업무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인데, 리툴을 이용한 경험과 리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공유하고자 했다. 이번 글은 주로 경험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다음 글에서는 리툴에 대한 소개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한국어로 된 자료가 부족한 만큼, 꼼꼼하게 작성해보도록 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Stay tuned!




참고 링크

* 로우 코드: 복잡한 코딩 과정을 단순화해서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 및 배포하도록 만든 일종의 개발 환경 (출처 : 코딩월드뉴스(https://www.codingworldnews.com))

생활코딩 WEB 1 HTML 강의 링크: https://opentutorials.org/course/3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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