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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er Oct 29. 2022

Saguaro National Park

선인장 무법천지

내 키를 훌쩍 넘는 가시 돋은 선인장이 귀여운 곳이 있다. 투싼에 있는 사와로 국립공원이다.

Superstition Mountain을 다녀온 다음 날 피닉스에서 US-60E, AZ-79S 통과해서 플로렌스를 지나 투싼에 도착했다. 사와로는 비교적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거대 선인장의 매력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근사한 곳이다.


Saguaro West인 Tucson Mountain District를 방문하기 위해 Gates pass Rd에서 Kinney Rd를 거쳐 나와 비슷한 한껏 들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리고 국립공원 지도를 받을 수 있는 Red Hills Visitor Center에 도착해서 예정대로(?) 기념품을 산다. 모든 비지터센터를 나를 설레게 하는 절대적인 공간이다. 사실 국립공원 초입구에서부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비가 내리는 날에 방문해서 정말 속상했던 찰나..) 30분 만에 비는 거둬지고 등 따가운 햇빛이 쬐기 시작해서 사막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실감했다.

설마 했던 비가 폭우가 되어 내려버린다.
국립공원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선인장 산매경이다. 이 선인장은 매우 일부에 불과했던..
폭우 내리기 전 흐린 날씨이지만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선인장에 말문이 막힐 정도다.
속도제한표시 상부 고정이 떨어졌는지 난생처음 보는 거꾸리 표지에 사진을 찍을 수밖에..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개어 날씨마저 도와줬던 사와로 국립공원이다.

나에게 막연한 꿈이 있다면 국립공원 레인저를 한번 해보는 것인데 그 이유는 어느 국립공원을 가나 레인저들이 항상 즐거워 보일 뿐만 아니라 기대에 부푼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만큼 재밌을 일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레인저 유니폼도 상당히 멋지다.) 요 몇 년 동안 레인저를 다시 만나면 왜 레인저가 되었는지 꼭 물어보자 다짐을 했는데 Red Hills Visitor Center에서 기념품을 몇 가지 사면서 남자 레인저분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답을 얻었다. 역시 방문객에게 안내하는 일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이제는 유니폼만 한번 입어보면 소원성취다..

선인장에 취해버린 한국인은 선인장 키 고리를 사고 말았다.
지도를 받고 출발한다. NPS 지도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비지터센터 바로 뒤로 나가보면 선인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이 산책로에 또 취해버린 한국인..

비포장도로인 Bajada scenic loop는 세상에 모든 선인장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를 선사한다. 선인장 팔이 하나 나오기까지 70년 이상이 걸리고, 200년까지도 산다고 하니 나는 현재에 있지만 과거도 함께 보는 것이었다. 머리 꽂꽂한 선인장을 보니 당당하기도 하고 참 귀여웠다. 이 루프는 비포장도로이지만 세단으로 운전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한시도 눈에서 선인장을 뗄 수가 없었다. 어림잡아 높게는 4~5미터 이상인 선인장들은 멀리서도 보이고, 한 개의 선인장에서 여러 개의 팔이 나온 선인장을 보면 솔직히 웃음밖에 나질 않았다. 국립공원에서 선인장 한 가지만 보면 단조롭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한다. 구름까지 닿을 것 같은 선인장과 이제 막 몇십 년 전 자라나기 시작한 선인장을 보면 선인장의 그 기준이 반드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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