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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er Jan 23. 2023

Grand Canyon National Park

나에게 그랜드 캐니언은 13년도 사우스림, 18년도 노스림 그리고 이번 22년까지 총 세 번째다. 그러니까 각각 학생 때, 사회초년생 때, 사회초년생을 벗어난(?) 시점에 방문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했을 10년 전에 내가 본 것이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일까 하는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생각을 했다. 


Flagstaff에 있는 Greentree라는 Inn에서 숙박을 했다. 저렴하고 깔끔하고 따듯하고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쌀쌀하고 상쾌한 아침 공기마저 너무 좋았던 곳이다. 내가 지냈던 숙소 사진을 꼭 촬영해 두는 편인데 다시 보면 그 기분이 리마인드 되어 기분이 몽글몽글하기 때문이다.

I-40W에서 AZ-64N를 타고 쭉 북쪽으로 올라간다. AZ-64 도로를 타고난 직후 Kaibab lake라는 이정표가 보였고 궁금한 마음에 곰이 나올 것 같은 울창한 숲을 들어가 본다. 사람 한 명 없는 고요한 동화 속 옹달샘 같은 곳이다. 

다시 쭉 북쪽으로 가던 길을 간다.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 입구에 도착할 즈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토 스팟이 나온다. 여기에서 내가 사진을 찍어준 인도에서 온 가족들을 그랜드 캐니언 내부에서도 계속 마주쳤었다. 

Entrance를 통과하기 전이다. 항상 친절하게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고마운 레인저들 덕분에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우스림의 관문 같은 Grand canyon viliage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차들 사이에 겨우 찾은 자리에 주차할 수 있었다. Visitor center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Mather point로 걸어간다. 날이 제법 쌀쌀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국립공원 중 한 곳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걸어가 보니 거의 10년 전 내가 봤던 그랜드 캐니언이 저 끝까지 보였다. 겨우 10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라고 하기엔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그랜드 캐니언이었기에 철없는 말장난 같았다.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가드레일에 매달려 그랜드 캐니언을 촬영하기에 바빴다. 지평선 끝을 보고 있자니 말을 잃게 되는 장관이었다. 

우뚝 솟은 협곡들이 촘촘하게 모여 그 아래에 콜로라도 강이 지나가는 장관을 이룬다. 붉은색으로 그라데이션이 입혀져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이 모습은 그랜드 캐니언이 어떻냐는 질문에 그냥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밖에는 묘사할 수 없게 한다. 

주차장 근처에 있는 엘크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이 지나간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추고 구경을 하는데 이 엘크는 너무도 익숙한가 보다. 신경도 안 쓰고 천천히 풀을 뜯는다. 

Desert View 드라이브 도로를 따라 마지막 목적지인 Desert View Watchtower로 출발한다. Watchtower 까지는 20마일 정도, 직진으로 가게 되면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인데, Entrance에서 받은 지도에서 보다시피 이 드라이브 도로에는 많은 view point가 있어 중간중간 놀다 쉬다 먹다 가기로 한다. 출발하자마자 Pipe Creek Vista를 가장 처음 마주한다.  Vista라는 말을 로드트립 하며 참 많이 보게 되는데 그 아래 내려진 뷰를 내려다보기도 전에 이곳은 끝내주는 곳이구나 라는 보장을 의미하는 말처럼 다가온다. 

몇 마일을 달려 Duck on a rock에 도착한다. 안내문을 보니 정말 오리 같기도 하고. 그랜드 캐니언에서는 오리인지 뭐든 간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넓은 그랜드 캐니언을 차를 이용해 다각도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다음은 얼마 가지 않아 보이는 곳이다. 딱히 이름이 정해진 뷰 포인트는 아니지만 일단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차에서 내려본다. 이곳이었는지 기억은 정확하진 않지만 유럽에서 온 듯한 남자 몇 명이 국립공원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런 21세기에 누가 국립공원에서 흡연을? 어떻게 금연인 것을 모르는지? 금연이라고 바로 알려주고 끄는 것까진 확인했어도 흔히 미국에서는 건조한 시즌엔 우리나라 도 크기 몇 배에 달하는 면적이 불타서 몇 날 며칠에 걸쳐 불을 끄는데 그런 일이 왜 일어나지 싶은 생각이 앞섰다가 이런 직접적 경험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시 잘 가다가 이번에는 좌회전을 해서 Grand view point에 도착한다. 제법 주차장에 차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파스텔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질감의 자연화가 그랜드 캐니언이 된 듯했다. 파스텔 특유의 뿌연 느낌이 암석에 입혀져 수억 년에 걸쳐 완성된 마스터피스는 정말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십 분 정도를 달려 Moran Point에 도착한다. Canyon on Canvas라는 안내문이 알려주듯이 색깔이 조화스러운 곳이다. 

이곳 벤치에서 전날 먹고 남은 저녁을 점심 겸 해서 먹었다. 그랜드 캐니언을 앞에 두고 먹는 점심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이 아닐까.

점심을 먹으며 앞에 펼쳐진 뷰를 천천히 씹고 뜯고 맛보게 된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협곡 사이로 지나가는 콜로라도 강을 포착한다. 

데저트 뷰 타워를 얼마 안 남기고 Lipan point 전에 위치한 이름 없는 아무 곳에서 또 내려본다. 내리기 전 차에서 보는 흔한 그랜드 캐니언 풍경이다. 

여기에서 우리를 사진 찍어준 미국인은 메릴랜드 주에서 왔고 그랜드 캐니언은 처음 왔다고 너무 멋지다 한다. 이런 소소한 연대(?)가 또 로드트립의 장점이 아닐까.

드디어 데저트 뷰 와치타워에 왔다. 한 디자이너가 인디언 건축물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전망대라고 한다.

타워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내부 모습이다. 차가운 바깥공기와는 다르게 아늑하고 따뜻하다. 

우리의 기억엔 계단 위로 올라가서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막아 놓아 기념품 샵 캐시어분에게 물어보니 1년 반 정보부터 막아놓았다고 한다. 그래도 창문을 통해 멀리 보이는 캐니언으로도 충분하다 느껴진다. 

뷰포인트 끝을 가보면 지금까지 달려왔던 전망대 가드레일에 매달려 캐니언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너무 멀어 다 보이진 않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상상하며 보게 된다.

추위에 지쳐 갈 즈음 근처 하나밖에 없는 카페 및 기프트 샵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어본다. 

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잘 쉬어갔다. 좋은 날씨와 기온과 시간과 여유에 감사함을 절로 가지게 된다. 

늦은 오후가 돼서 데저트 뷰 와치타워를 출발해서 Flagstaff로 돌아온다. 국립공원을 떠나며 운 좋게 야생동물 무리도 볼 수 있었다. 

갈 때는 올 때와 다르게 US-180 E 도로를 통해 다른 경로로 왔는데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 녹지 않은 눈이 너무 멋있어 운전하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시네마틱 동영상을 촬영해 놓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늦은 밤 지쳐 샤워를 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냉동피자를 사다 먹을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따땃한 피자(?)를 먹어보자 해서 간 리틀시저스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방전된 체력과 허겁지겁 먹은 피자가 이 날 하루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이다음날은 내가 가장 오래 기다린 세도나를 가는 날이다. 내가 세도나를 갈 수 있다니. 설레 잠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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