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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20. 2017

Eureka 비문학 읽기 11 "모든 순간의 물리학"

진정 세상을 깨닫고자 하는 사람은 기존에 믿어왔던 세계관을 깨뜨려야 한다


다음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나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만약 위 문장의 ‘새’를 ‘과학자’로 바꾼다면, 이런 문장이 탄생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기존의 세계관이다. 세상을 깨달으려는 자는 기존의 세계관을 깨뜨려야 한다. 과학자들은 신에게로 나아간다. 신의 이름은 자연법칙.”

- 목차 -

1. 들어가는 글

2. 작품 해설 ① 사과 이야기

3. 작품 해설 ② 양자 이야기

4. 핵심 이론 소개

  - 물리학

  - 고전 물리학 vs 현대 물리학

  - 일반상대성이론

  - 양자역학


1. 들어가는 글     

코페르니쿠스는 행성들의 중심에 태양이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우주의 천체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기존의 세계관을 깨뜨렸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있는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중력은 시공간의 곡률 때문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임을 증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함으로써, 질량이 있는 물체들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중력)이 작용한다는 뉴턴의 법칙을 깨뜨렸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올 때 '자연선택'을 통해 주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아 내려옴으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 따 인간을 창조했다는 창조신화적 세계관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이들처럼, 진정으로 세상을 깨닫고자 하는 사람들은 종종 기존에 믿어왔던 세계관을 깨뜨려야만 한다. 우리들은 보통 눈에 보이는 현실만을 믿고 살아가는데,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들에서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럴 때 과학자들이 동원하는 것은 현실을 뛰어넘는 창의력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도저히 두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까마득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창의적으로 추측하고, 실험을 통해 추측을 검증한다. 이처럼, 과학은 베일에 싸인 세상의 정체를 깨닫기 위한 도구고 과학자들은 세상을 깨닫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과학자들이 증명해 내는 사실들 중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과학적 명제들은 마치 우리의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신에 대한 이야기처럼 허황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신을 믿는 것과 과학을 믿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과학은 증명할 수 있는 명제만을 사실이라고 말하기 때문이고, 엄밀하게 검증된 과학적 사실들조차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얼마든지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짧은 책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원자보다도 작은 미시세계에서 우리의 은하계보다도 큰 거시세계까지 우주의 구석구석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우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대체 열은 무엇이고 왜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만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예측할 수 있는지’,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블랙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가장 최근의 이론들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우주에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세상이 무엇인지, 나는 도대체 무엇인지 그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200쪽도 채 안 되는 이 책으로 함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작품 해설 ① 사과 이야기     

물리학을 공부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뉴턴의 사과 이야기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겁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논의에서 이 이야기의 사실 여부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 뉴턴의 사과 이야기는 제 머릿속의 흐릿한 기억대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사과나무 옆에서 생각에 빠져 있던 뉴턴의 눈앞으로 사과 하나가 떨어집니다. 평소에 하늘의 천체들이 무슨 힘으로 움직이는지를 궁금해하던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사과는 왜 제멋대로 날아가거나 하늘로 솟구치지 않고 땅바닥을 향해서 떨어졌을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구가 사과를 당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늘의 천체들 사이에도 그렇게 당기는 힘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 주변의 모든 물체들이 서로를 잡아당기고 있지만, 그 힘이 너무 약해서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뉴턴은 결국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들어 내고 실험을 통해 자신의 계산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 냈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뉴턴의 역학은 멀리 떨어진 물체들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력이 작용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는데 아인슈타인이 그것에 성공하면서, 뉴턴의 만유인력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시공간의 곡률 때문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사과 이야기에 빗대어 표현해 보겠습니다.

『사과나무 옆에서 생각에 빠져 있던 아인슈타인의 눈앞으로 사과 하나가 떨어집니다. 평소에 서로 다른 관찰자가 하나의 현상을 바라볼 때 하나의 현상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궁금해하던 아인슈타인은, 떨어지는 사과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질량이나 에너지를 가진 물체는 우리가 바라보는 시간과 공간을 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사과도 자기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지구도 자기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데, 지구가 사과보다 주변의 시공간을 훨씬 더 많이 휘게 만들기 때문에 사과가 지구 쪽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서로가 서로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중력은 사실 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 아닐까?’』

가장 중요한 대목을 눈치채셨나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은 “시간과 공간이 휘어진다.”라는 것입니다. 물질 혹은 에너지가 있는 곳에서 공간이 곡선을 이룹니다. 태양의 곡면을 따라서 지구가 돌고 있고, 지구의 곡면을 따라서 달이 돌고 있죠(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합니다). 늘 직선으로만 가는 줄 알았던 빛도 공간이 휘면 휜 공간을 따라서 돌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은 물질 혹은 에너지의 존재가 시간까지  휘게 만들 거라 예측했고, 자신의 계산에 따라 지구 대기권 밖처럼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반대로 중력이 센 지구 표면에서는 시간도 천천히 흐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시공간이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예측은 실험을 통해 진실임이 밝혀졌고, 우린 이제 뉴턴이 주장한 ‘중력’이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 일뿐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말하자면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인 셈입니다.


작품 해설 ② 양자 이야기     

옛날 자연철학의 금언 중에는 “자연은 비약을 하지 않는다(Natura non facit saltus; Nature makes no leaps)”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옛날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면 그 모든 단계를 우리가 포착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었죠. 옛날 과학자들은 우리 능력의 한계로 완벽하게 측정하지는 못할지언정, 자연의 변화는 0.000…(0이 아무리 많아도)…0001에 이르기까지 조금의 빈틈조차 없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믿음에 따르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독자께서 유레카 잡지를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금’이지만 당신의 방 불빛이 밝아졌다고 상상해봅시다. 자연은 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과학기술이 충분히 발전하고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금’보다 더 조금만 당신의 방을 밝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금보다 더 조금’보다도 더 조금만 당신의 방을 밝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또다시. ‘무한히 조금’ 당신의 방을 밝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자연은 비약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양자역학의 등장과 함께 이러한 믿음은 완전히 깨져버렸습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자연에는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더 이상은 작게 쪼갤 수 없는(혹은 더 이상은 해상도를 높게 만들 수 없는) 자연계의 최소 단위가 있습니다. 유레카 독자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은 광자(빛의 양자)들이 무수히 많이 모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무리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금’ 당신의 방이 밝아졌다고 할지라도, 그 값은 ‘광자 하나의 밝기’보다 더 조금일 수 없습니다. 광자 반개, 또는 반의 반개만큼 방이 밝아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은 비약을 합니다. 양자 한 개의 크기만큼, 반드시 말이죠!』

자연의 변화는 미끄럼틀처럼 생긴 경사로를 타고 미끄러져 올라가거나 미끄러져 내려오는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연의 변화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의 높이 변화처럼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계단 한 칸의 높이는 양자 한 개의 크기와 같습니다. 양자는 ‘자연의 연속설 알’을 깨고 나온 불연속적인 존재인 셈입니다.

양자의 신기함에 대한 얘기를 하나 더 해볼까요? 자연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는 ‘유레카 양자’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유레카 양자’의 위치를 자세히 관찰하려고 현미경을 들이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어느 계단에서도 ‘유레카 양자’를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유레카 양자’의 존재를 느끼려면 멀리서 계단 전체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양자는 항상 확률적으로 존재합니다. 1번부터 10번까지의 계단 중 하나에 ‘유레카 양자’가 존재한다면, 양자는 “1번 칸에 있을 확률 4%, 2번 8%, 3번 12%, 4번 12%, 5번 14%, 6번 14%, 7번 12%, 8번 12%, 9번 8% 10번 4% 다 더하면 100%”같은 식으로 존재합니다(숫자는 완전히 제 마음대로 쓴 거예요). 만약 이러한 계단이 10개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면, 하나의 계단을 자세히 들여다봐서 ‘유레카 양자’의 위치를 찾을 확률은 무한히 작아지겠죠. 양자역학에서 모든 자연현상은 확률로만 풀이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관점에서는, 따뜻한 손과 차가운 손을 맞잡았을 때 따뜻한 손이 더 따뜻해지고 차가운 손이 더 차가워지는 일이 가능합니다. 아주 가능성이 낮을 뿐!


핵심 이론 소개


≫ 물리학 

물리학은 힘의 작용을 받는 물질의 행동과 중력·전자기력·핵력의 성질과 기원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물리학은 기본적으로 물질·운동·에너지에 관한 과학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물리법칙들은 수학을 이용해 간결하고 정밀하게 표현된다. 이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미시적 척도에서 거시적 척도까지 적용되는 물질·운동·에너지에 대한 통일된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직 완전한 통일 이론은 얻어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놀라울 정도로 적은 수의 법칙들만으로 알려진 모든 물리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     


≫ 고전 물리학 vs 현대 물리학

뉴턴의 역학과 맥스웰의 전자기학을 주축으로 한 기존의 물리학을 고전 물리학이라고 부르며, 아인슈타인에 의한 상대론과 보어, 하이젠베르크, 플랑크, 슈뢰딩거, 디락 등에 의한 양자론이 주축을 이루는 비교적 최근의 물리학을 현대 물리학이라고 부른다. 상대론과 양자론의 등장을 전후로 고전물리와 현대물리를 구분 짓는다는 사실은, 두 이론에 의해 기존 물리학자들의 세계관이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음을 시사한다. 상대론과 양자론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물리학계에 이런 일대 혁명을 불러올 수 있었을까?     


≫ 일반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 이전까지 중력에 대한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뉴턴의 역학 체계에 따르면, 시간은 어느 관찰자가 보기에나 고정된 것이고 공간도 휘지 않으며(시공간의 절대성) 질량이 있는 물체라면 무엇이든 보이지 않는 힘을 먼 거리에서 작용해 서로를 끌어당긴다.

보이지 않는 힘이 먼 거리에서 갑자기 작용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아인슈타인은, 자연법칙이 관성계에 대해 불변하고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효과를 ‘시공간의 곡률(휘어짐)’으로써 설명하고, 적당한 가속 기준틀을 선택한다면 중력장을 변환시켜 없앨 수 있음을 예측하였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라는 것은 없으며, 단지 질량이 존재함으로서 그 질량 주위의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이 곡률에 의해 모든 자유로이 움직이는 물체가 따라야 하는 시공간상의 경로가 결정된다.     

     

≫ 양자역학

양자론의 기초를 이루는 물리학 이론의 체계이다. 원자, 분자, 소립자 등의 미시적 대상에 적용되는 역학으로 거시적 현상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고전역학과 상반되는 부분이 많다. 고전역학은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입장을 취한다. 고전역학은 인과법칙을 따르고 우연성을 배제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고전역학과 달리 확률론적(probabilistic: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 입장을 취한다. 확률론적 입장은 비록 현재 상태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 수 있더라도 미래에 일어나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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