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뇌리정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류 May 29. 2018

뇌리정돈(Braingement)_02

옛날 영화 다시 보기, 여성주의 관점에서

지난 주 월요일엔 존 리 행콕 감독의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2009)」와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를 봤고, 어제는 데이빗 맥낼리 감독의 영화 「코요테 어글리(2000)」와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퍼블릭 에너미(2009)」를 봤다. 주로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주관적이며 짧은 평가 및 리뷰.


사운드 오브 뮤직(●●●●◐)

봉건적 질서에 저항하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여자 주인공. 다른 등장인물의 사상과 행동을 변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인물, 나아가 시대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내 부모님이 3살도 되기 전에 개봉했지만 지금도 재밌는 영화. 아름다운 목소리, 듣기 좋은 음악과 함께여서 더 좋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코요테 어글리(●●○○○)

평소의 성격은 자유롭고 주체적인 데다, 협상과 설득의 전문가인 여자 주인공. 하지만 주인공이 꿈을 이루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다른 등장인물-특히 아버지와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음. 주인공의 아버지와 남자친구는 딸(여자친구)을 무척 사랑하지만 그만큼 과도하게 보호하려 드는, 가부장적 남성의 전형. 여자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하게 되는데, 성공의 밑거름이 될 만한 내면의 변화를 딱히 찾아보기 어려움. 뭐 성공엔 운빨과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많으니, 꼭 내면의 변화 같은 게 필요 없을지는 모르지만.

코요테 어글리

블라인드 사이드(●●●○○)

실화 바탕. 카리스마로 가부장 그딴 거 씹어 먹어 버리는, 한 가정의 어머니가 주요 등장인물. ‘빈민가 출신 흑인 아이가 백인 상류층 가정에 입양되어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한 편의 성장 드라마’로, 인종차별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고 보기는 어려움. 하지만 이 영화는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백인과 흑인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직면하는 환경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려움.

[여성주의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보기 드물게 개념 있는 남자 임원을 만난 덕분에 성공가도를 걷게 되는 비정규직 여자 직원 이야기’가 여성차별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고 보기는 어려움. 하지만 이야기 속에 ‘여자 직원과 남자 임원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직면하는 환경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면, 이 이야기가 여성차별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려움.]

블라인드 사이드

퍼블릭 에너미(●◐○○○)

실화 바탕. 크리스찬 베일과 조니 뎁 주연. 이외에도 주요 등장인물은 거의 남자. 여자 등장인물들은 조연, 그것도 너어~무 조연. 그나마 조니 뎁의 애인으로 나오는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급 조연인데, 잠깐씩 드러내는 카리스마 이외에는 너무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여자의 전형(상대가 조니 뎁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남자 주인공이 매력을 어필하는 방식. ‘범죄는 저지르지만 악랄한 자본의 상징인 은행 돈만 훔치는, 악당이자 영웅’, ‘다른 사람에겐 한없이 차갑고 냉정하지만 내가 신뢰하는 친구에게만큼은 의리를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만큼은 따듯한 남자’ 이런 건 그렇다 쳐도, ‘넌 내 여자야, 널 두곤 아무 데도 안 가, 내가 지켜줄게, 아무도 날 못 잡아’ 따위 멘트는 9년 전에 나온 영화라기에 너무 시대착오적.

퍼블릭 에너미
매거진의 이전글 뇌리정돈(Braingement)_ 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