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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May 23. 2021

스타트업의 팀빌딩

20대를 모두 바친 내 스타트업 이야기 Ep5

초기 창업팀의 구성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인데, 대학생 창업의 경우 대학교 내 과동기들이나 동아리 사람들끼리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최초에 졸업 프로젝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학과 선후배 4명이서 팀을 구성했다. 그래서 내가 기획 및 개발을 하고, 2명이 개발을 하고, 나머지 1명이 디자인 및 자료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나와 현재 CTO를 맡고 있는 과 선배 2명만 하기로 했고 나머지 2명은 취업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하긴 했지만 조금 더 돈에 빠삭하고 비즈니스를 아는 팀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비즈니스 쪽 팀원의 경우, 같이 경영학과 수업을 듣고 팀플을 같이 했던 경영학과 선배가 있었는데 회계/재무 쪽 능력이 뛰어나고 취업을 급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던 형이어서 팀 합류를 권했다. 하지만 그 형은 당연하게도 이 서비스가 잘 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서비스를 들고 그 형과 함께 교수님들을 찾아갔다.


그때 당시 우리가 했던 사업 아이템은 우리나라의 교육문화와 교수자 1명당 학습자가 너무 많은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일방향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교수님과 학생들이 쌍방향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질문하거나 교수님의 물음에 투표할 수 있고, 해당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취합되어 스크린에 띄워 질의응답을 진행하거나 투표 결과를 확인하여 교수님이 학생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하였다. 지금 클라썸이라는 회사가 하고 있는 서비스와 유사하다.

<출처: 클라썸>

해당 시스템에 대해서 교수님들은 보통 2그룹으로 갈라졌다. 굳이 스마트폰으로 질문을 받아야 되냐는 그룹과 수업의 흐름도 안 끊기고 학생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할 것 같아 좋을 것 같다는 그룹 2가지였다.


정말 다행히도(?) 경영학과 선배와 같이 찾아뵈었던 교수님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대부분 선배가 수업을 듣고 있는 경영학과 교수님들의 반응이어서 더 효과가 좋았다. 그리고 이후 함께 참여한 대학생 창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렇게 비즈니스 쪽 팀원을 구하였다.


개발자 팀원 같은 경우에는 그 당시에 나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사물인터넷(IoT) 수업을 받고 있어서 거기에는 개발에 뜻을 가진 교육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같이 교육을 듣는 사람들 중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같이  교육을 듣는 사람들은 내가 사업하는 것을 알았지만 딱히 관심과 신뢰는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교육을 듣고 같이 팀을 짜서 나간 해커톤 대회 이후 교육생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해커톤 대회는 무박 2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아이템을 기획하고 프로토타입을 개발해서 보여주는 행사인데 그때 냈던 아이디어가 Ep3에 나왔던 임산부를 위한 좌석 자동 알림 시스템이다.

<출처: tvN 드라마 스타트업>

우리는 각 각 4명씩 2개의 팀으로 대회에 참여했다. 우리 팀은 4명의 팀원 중 서비스 기획과 안드로이드 개발은 내가 맡았고, 나머지 2명의 팀원은 센서와 장비를 맡았고, 1명은 발표자료 제작 및 디자인을 맡았다. 그렇게 밤을 새워가며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발표를 준비해서 발표를 했는데, 임산부가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아이디어에 많은 청중과 심사위원이 공감하여 대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대회를 통해서 같이 교육을 듣던 사람들은 나에게 신뢰를 가지기 시작했고, 추가적으로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SK텔레콤 공모전 장려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신뢰를 줬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제안에 그때 교육을 듣던 사람들 중 5명이 팀원으로 합류했고, 최종적으로는 8명의 팀원이 구성되었다.


사실 그때 5명이 오겠다고 해서 사람 많으면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다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잘못된 판단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좋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초기 창업팀은 캐시도 부족하고, 버는 돈도 없다. 그런데 팀원이 많으면 유지 비용이 높아지고, 초기 창업팀에는 굳이 많은 팀원이 필요 없다. MVP(최소 실행 가능한 제품)만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팀원 구성이면 된다. 결국 우리는 1명은 대기업 취직, 1명은 중소기업 취직, 1명은 내보내면서 5명의 팀원으로 줄어들었다.

<출처: tvN 드라마 스타트업>

우리의 팀 구성 과정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건 다음과 같다. 대학생의 경우, 대학생 풀이 생각보다 좋다는 것이다. 같이 수업을 듣는 다양한 과의 사람들 중에서 팀원을 구할 수도 있고, 학교의 온오프라인 게시판에 공고를 내서 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강연을 하면 개발자, 디자이너 등 전문 기술을 가진 팀원을 어떻게 구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나는 해당 직무의 교육을 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도 결국, 개발 교육을 듣는 교육과정에서 개발자 팀원을 구한 거였다.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이 2가지 있다. 첫 번째로 대표는 각 직무의 실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해당 직무의 팀원과 소통하고 협업하기에 좋기 때문에 교육을 듣는 것이 시간낭비가 아니고, 본인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검증된 사람을 더 쉽게 뽑을 수 있다. 옆에서 같이 교육을 듣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사람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하고, 친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비전을 슬며시 보여줬다면 합류를 제안하는 건 더 쉽다.


그냥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고를 올려서 아무것도 없는 회사에 합류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방법을 추천한다. 요즘은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팀 빌딩 플랫폼도 많기 때문에 이런 곳들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플랫폼, 서비스, 사이트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편에서 정리해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IT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팀 구성은 4~6명이 적당한 것 같다. 이 구성으로 프로토타입을 잘 만들고 작동시켜서 정부지원사업이나 투자를 받아서 팀원을 늘리면 된다.

<출처: tvN 드라마 스타트업>

오픈 채팅으로 질문이 와서 조언을 해드리면서 했던 이야기가 있다. 초기 창업팀은 솔직하게 최고의 실력을 가진 팀원들을 확보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열정을 가진 팀원이나 최선의 팀원들은 구할 수 있다. 스타트업 대표를 해보면 초기 팀원들이 왜 나랑 생각이 다를까, 나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초기에 합류하여 함께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한다. 이들이 없으면 실행조차 불가능하다. 실행이 불가능한 것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목표에 다다르는 게 낫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다음 예정 글: Ep6. 스타트업의 시제품 개발(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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