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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30. 2016

제주 단독주택 적응기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제주도에서 살기 시작한 시작한 것이 2011년 2월 15일이니 벌써 6년 차가 꽉 차 간다. 5년 차가 되던 해인 2015년 초에 지금 살고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왔고, 지금은 이 집에서 2년째 적응(?)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처음에 제주도 내려올 때는 이렇게 단독주택에서 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내가 기억을 할 수 있는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파트 생활만 해왔었다. 그 때문에 처음 제주도에 내려오려고 집을 구할 때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파트만을 선택지에 놓고 집을 구했고, 결국 제주도 생활의 처음은 아파트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불만 없이 아파트 생활에 만족해왔었다. 지금까지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에 사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니까... 근데 제주도에 살다 보면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분들의 집에 초대를 받기도 한다. 그렇게 그분들의 집에 가끔 놀러 갈 때면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2013년 어느 여름이었나... 아들 녀석의 친구네 집에 집에 초대받고, 그날 저녁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자연 그대로 뛰어놀고, 어른들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TV를 보면서 동경했던 그런 풍경 속에 바로 내가 있었던 것이 자극이 되었을까? 어쨌든 이러한 경험들을 계속할수록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내와도 그런 주제에 대해서 자주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30년 넘게 살아온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이 그렇게 쉬운가. 그래서 그냥 그렇게 막연히 "살아보면 어떨까?"인 상태로 꿈만 꾸면서 시간이 지나갔다. 확고한 의지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일이 진행이 안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집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제주도 특성상 임대 물건들이 설날 전후에 집중적으로 나오는데, 전세로 살고 있던 아파트 계약 종료가 10월이었기 때문에 그 시기에 마음에 드는 집, 원하는 위치에 마당도 있는 단독주택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설날 전후로 계약이 종료되는 아파트로 이사 가는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마지막 아파트 생활이었다.


마지막에 살던 아파트 계약 종료를 앞둔 한 두 달 동안은 제주 부동산 관련 매물이 올라오는 사이트들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탐색을 했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오면 회사에 반차를 내고 아내와 함께 보러 가기도 하고, 아내가 바쁠 때면 회사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혼자 매물들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보는 물건들 마다 "딱 여기다"라는 느낌이 오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한 달가량을 탐색을 했고,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다른 아파트들을 보기 시작했을 때, 제주의 한 커뮤니티에서 마침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주 주말에 집을 보기로 약속을 잡아두었다.


사실 사진으로 봤을 때 이미 마음속으로는 반은 계약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집을 보러 왔었다. 시골 마을 안에 자리 잡은 집이라 앞으로 산책 삼아 다니게 될 골목길을 온전히 느껴보기 위해 일부러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골목길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갔었다. 11월이었으니까 약간의 추위가 있는 날이었지만, 그날따라 햇살이 얼마나 따사로웠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그 골목, 그 햇살이 아니었으면 이 집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이 집을 본 날 마당의 모습. (이 드넓은 마당이 고생의 시작일 줄이야...)

연재를 시작하며...


어쨌든 이렇게 제주 생활 6년 차에 우연히 들어오게 된 단독주택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해보려고 한다. 처음에 이사 왔을 때는 나의 느낌들을 고스란히 기록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집에 들어온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연재는 사실 읽히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억 혹은 느낌이 남아 있을 때 남기는 기록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 이 집에 살아본 기억으로 비추어 보면 장점도 많은 밤면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연재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제주도 단독주택 생활기를 기록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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