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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lddae May 30. 2024

인생이 하루씩 분절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그 하루하루, 날씨가 달라지는 것도 다행이다.

사람의 인생이 하루, 하루 씩 나뉘어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즈음이 되면, 요즘 줄곧 이생각을 한다. 오늘 하루 제대로 살지 못했더라도 이제 잠이 들면 어제로 물러나버리니까. 그리고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니, 그 하루를 제대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인간이 하루의 1/3을 잠으로 채운다면 인생 80년 중 26년 이상은 잠을 자는 셈. 그 나머지 54년을 한 큐에 롱테이크로 사는 대신, 24시간씩 나누어 하루 16시간만 살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 다시 16시간을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반복. 반복. 또 반복되는 하루 중 나는 끓였던 된장국을 다시 끓이고, 얼마 전 했던 계란말이를 다시 말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하루를 산다. 그러나 반복에서 오는 지겨움 대신, 요즘은 반복을 통해 조금씩 새로워질 수 있고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거 보니 나이를 먹었나보다.


어제 저녁을 남편이 사온 치킨으로 때우고, 제대로 먹이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설겆이를 하며 또 생각했다. '오늘은 잘 먹이지 못했지만, 내일 잘 먹이면 되지.' 내일은 조금 더 맛있는 된장국에, 조금 더 몸에 좋은 반찬을 만들어 먹여야지. 그래. 그러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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