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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론크래프트 Nov 19. 2016

드론크래프트 : 드론의 서막

넌 우리 가문의 영광이야!

2016년 1월 중순 내 나이 스물여섯


오늘도 내 작은 방 한구석에서 평소와 같이 TV 시청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서히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 "아들, 3D프런터와 드론(Drone)에 대한 직업이 앞으로 미래 전망이 밝다고 하던데 학교를 다녀보는 게 어떻겠냐?"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물으셨다. 3D프런터, 드론을 떠나서 공부에 적성이 맞지 않은 나에겐 학교란 장벽과도 같았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난 후 그 두려운 장벽을 부수고 부모님의 바람대로 학교를 다닐지 아니면 평소처럼 알바를 하면서 방황하며 살지에 대한 생각을 며칠을 반복하면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들과 미래와 꿈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는데 각자의 목표와 꿈이 있는 반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듣고만 있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초라해 보였다. 경찰이 되고 싶어 공부하겠다는 친구, 돈이 전부였던 친구가 공부해서 대학교에 들어가겠다는 친구, 연기하는 게 즐겁다고 배우가 되겠다는 친구, PD가 되겠다는 친구, 미국 대학교에 가겠다는 친구,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나에게 갑작스레 어떤 한 친구가  "넌 뭐할 거야?"라고 물었다. 난 대통령이 될 거야 라고 웃으며 넘겼지만 떳떳하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학교 다니겠습니다."라고 무심코 내뱉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나의 드론의 서막이 열렸다.


<드론크래프트가 드론으로 촬영한 안산호수공원의 모습>


입에서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서 당장 학교를 알아보니 3D 프린터와 드론을 같이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적이 아닌 100% 면접으로만 선발해 면접만으로도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은 학창 시절 성적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다. '2016년 신입생 선발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연락을 받고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입학 첫날 드론 학과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스물여섯인 내가 제일 맏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큰 오산이었다. 스무 살의 학생들을 포함해 스물넷, 스물다섯, 스물여섯, 서른, 서른 하나, 서른둘, 심지어 서른아홉, 마흔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드론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들어왔다. 스물여섯에 학교 들어간다는 게 늦었다고 부끄럽고 창피해했던 나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되었다.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건축하던 사람, 연기하던 사람, 일본에서 배우 하던 사람, 중국에 유학 갔다 온 사람, 소방사, 평범한 직장생활 한 사람 등등 IT계열에 종사하던 사람은 없었다. 드론에 대한 전문가는 없었고 관심만으로 들어온 모두가 동등한 사람들이었다.


우선 나의 첫 목표는 공부에 대해 관심이 없어 'F' 학점만 맞던 스무 살의 대학시절을 대신해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생이 되어보자였다. 그리하여 나의 첫 목표인 1학기 성적 장학생이 되었다.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7명의 대가족 모두가 나에게 축하해주었다. 가족들이 그렇게 밝고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친구들에게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 기쁨도 잠시 첫 목표를 이루고 난 뒤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지금까지 국내에 드론 학과가 없다가 2016년에 최초로 드론 학과가 개설됐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드론 학과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지금도 드론 학과 학생이라고 하면 그런 학과가 있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계속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하는 게 즐거운 건지, 내 옷에 맞는 건지, 졸업하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리고 계속 드론을 배워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렇게 방황하던 시기에 나에게 내밀어 준 따듯한 손, 과대표였다.


그 덕분에 학교 드론 영상 동아리  팀인  'Droners'에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가고 난 뒤에 일이 술술 잘 풀렸다. 드로 너즈(Droners)라는 팀을 통해서 현재는 학교라는 곳에 얽매이지 않고 외부행사에 참가하여 국내 최초 대한민국 부산 드론 영상제 총 76개 팀 중 1위를 했고 가평드론협회에서 추최 한 캠프 통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드론 영상제에서도 우승을 했다. 그 외에도 학교를 통해 국제능력 교육원 - 민간자격증 발급기관에서 교육지도 지도사 1급을 발급받아서 초등학교 방과 후 교육, 스카우트 연맹에서 드론 교육을 했다.


<드론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드론크래프트>


드론 고지쟁탈전, 장애물 피하기, 서울 모빌리티 해커톤 등등 다른 대회에도 참가하여 체험해보고 드론 영상공모전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 했던 우리나라 명소와 숨은 명소, 발길이 닿지 않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하면서 겪지 못했던 뜻밖의 경험을 해서 즐거웠고 이 외에도 드론에 대해 공부하면서 얻는 것들이 많아 드론이라는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떳떳하게 드론에 대한 나의 의지와 꿈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의 업적들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인들이 부러워하고 시기했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 넌 우리 가문의 영광이야! "




드론에 해박하신 분들은 저의 '드론크래프트 : 드론의 서막' 편에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저에 대한 드론 이야기들과 제작, 영상, 국내외 드론의 여러 가지 소식 등의 글을 쓸 예정입니다. 저의 브런치와 드론에 대해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배우는 '드론크래프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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