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추워진 날씨. 오늘은 겨울이 품 안을 파고든 것처럼, 종일 차가운 공기에 손이 시려웠어요.
곧 11월도 끝나가고, 올해의 마지막인 12월 한 달만이 남아있다는 실감. 유튜브 알고리즘에 자주 뜨는 크리스마스 캐럴 플레이리스트와 백화점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때마다, 세어보게 되는 2023년의 남은 날수.
어떤가요? 당신은.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어느 해의 크리스마스에는 따뜻한 치앙마이에 있었어요. 홀로 떠났던 2주간의 여행. 서울의 차가운 공기와는 전혀 다른, 따스한 온도의 낯선 도시에서 지냈던 한겨울. 아침이면 요가복을 입고, 숙소에서 몇 분 떨어진 요가 스튜디오로 향했어요. 서울의 답답한 건물 안에서 했던 요가와는 다르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야외 홀에서, 커다란 초록 잎사귀들이 스치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몸을 움직였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선생님의 신호에 맞춰 하나의 동작을 해낼 때마다 느꼈던 평화로움. 그해의 겨울은 온통 그런 기억들로 남아있어요. 여유로웠고 자유로웠죠.
또 다른 해의 연말도 떠올려봐요. 베프와 함께 떠났던 포르투에서 지낸 열흘. 서울보다 포근하던 포르투의 연말은 마치 가을처럼 선선했죠. 포르투는 온통 맛있는 음식들뿐이어서 끼니 때마다 테이블이 가득 차도록 메뉴를 주문하곤 했어요. 아침이면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그날의 계획을 짜보고, 느긋한 걸음으로 종일 이곳저곳 돌아다녔어요. 한낮에 포트와인을 맛보고 슬쩍 오른 취기에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우연히 발견한 파두 공연을 보고 감동하기도 하면서. 우린 그해의 마무리와 새해맞이를 그곳에서 했어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하러 모인 시청 광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3,2,1을 외치고 서로를 꼭 안으며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을 바라봤던 기억. 그때, 영영 빛바래지 않을 아름다운 순간을, 언제까지나 친구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겠죠.
꼭 먼 곳으로 떠나서 경험하는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도 좋아요. 바깥의 시린 공기를 잊게 하는 따스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텔레비전으로 새해의 종소리를 들었던 기억들은 얼마나 포근한가요.
앞으로 우린, 어떤 장면들을 더하게 될까요? 삶이라는 한 권의 앨범 속에, 연말과 새해맞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무엇을 그려 넣게 될까요? 올해의 마지막은, 그리고 언젠가의 새해맞이는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 순간으로 남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