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겨울에게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구매하면 반드시 함께 들어있는 것이 있죠. 반듯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빳빳한 사용설명서. 도톰한 그것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무언가 빽빽이 적혀있어요. 부위별 명칭과 끄고 켜는 법, 그리고 다양한 사용방법과 주의사항까지. 구매자가 모든 것을 알게 하겠다는 단호한 다짐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그것.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많은 정보가 적혀있는 '사용설명서'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사람보다, 무턱대고 전원 버튼부터 누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이죠.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가진 고가의 물건이라도, 그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복잡한 아름다운 존재인 '나'. 1분 1초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매 순간 변화하고 있는 '나'를, 이토록 무심하게 대하다니.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나'를 아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머리로만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상상해 봐요. 2024년을 '나 사용법'을 만드는 한 해로 보내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저 깊은 곳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겠죠?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을 사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