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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r 08. 2024

당신의 상사가 재택근무를 싫어했던 이유

무언가가 싫을 때, 우리는 내가 왜 그게 싫은지 아리까리하다

"아니... 이제 코로나 끝나가는데 재택근무 이거.. 이제 좀 아니지 않아??"


이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지도 벌써 한 1년반은 된 거 같네요.

실제로 재택근무가 많이들 사라졌죠.

그 때 진짜 재택근무로 말도 탈도 많았었습니다.

제 주위를 둘러보면, 재택근무 절대 안 된다는 회사부터, 아예 재택으로 전환해버린다는 회사, 재택근무 선택하게 만들어놨더니 그걸로 눈치주고 고과에 반영하고 난리도 아니었던 곳도 있었죠 ㅋㅋ


실제로 재택근무는 그 회사의 성과나 직원들의 업무능률, 직원들의 업무만족도 이런 여러 가지 지표에서 크게 문제가 될만한 방식의 근무형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업무장소를 사무실에서 집으로 바꾼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어차피 생산현장에서 몸으로 일하시는 분들에겐 해당이 없는거였고, 대부분의 사무직은 어차피 페이퍼로 일을 하니까요.


그.러.나.

재택근무는 실제로 엄청난 비난과 비판, 상사들의 매서운 눈초리와 질타를 피해가지 못했고 이제는 안하는 곳이 훨씬 많습니다 ㅋㅋ


뭐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지표별로 논해보려는 건 아니구요.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재택근무는 왜 꿀이 되었나


가장 많이 했던 속마음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사무실에서,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했던 이야기는 언제나 회사의 장래와 회사직원 간 결속력과 보고 효율성 등에 미치는 재택근무의 영향.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음 속에서 들리는 이야기, 우리가 사석에서 진심을 그나마 살짝 내비칠 수 있을 때 나온 이야기는, 이런거였죠.


"재택근무 막 계속 하겠다는 직원들, 솔직히 그냥 너무 편하려고만 하는 거 아니야?"

"재택근무 그거 하면 일 안 하고 그냥 노는 거 아니야?"


자.

재택근무는 뭐였다? 이었다... ㅋㅋ

재택근무 그거 그냥 편한거고 노는거고 소위 꿀이었다는 겁니다 ㅋㅋ

왜 재택근무를 꿀로 생각하는걸까요.


이 생각이 사실 직원들이든 관리자급 부장 팀장이든 서로 비슷하게 합의하는 상황이긴 했던 거 같습니다 ㅋㅋ

재택을 원하는 직원이든, 맘에 안드는 상사든, 이게 꿀이다라는 공통된 생각이 있었던 거 같다는거죠 ㅋㅋ


자, 왜 재택근무가 꿀이냐.


재택근무가 단순히 업무장소가 사무실에서 집으로 바뀐거라면, 아마 꿀이라는 생각은 출퇴근 지옥철에서의 고생을 덜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소의 이동에서 오는 고통을 없애버렸으니까요.

물론 그것도 너무 큰 이점이긴 했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업무 외적인 요소들이 너무나 많이 바뀌게 되었거든요.


일단, 오랜 시간 한국조직문화의 꽃이었고 지금도 사실 여전히 꽃인 문화.

뭐죠?

바로 회식입니다..! ㅋㅋ

재택근무하면 회식을 안 하는거죠 ㅋㅋㅋㅋ

회식 안 가려고 핑계대는 직원들, 가서 술안먹는 직원들을 조직에서 어떻게 치부하고 눈치주고 매도했는지 한 번 잘 생각해보시면, 그게 얼마나 큰 변화였는지 짐작할 수 있으실겁니다 ㅋㅋ


회식 가서 술 안먹는다고 XX하던 문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이 글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심리적 역학을 알 수 있습니다 ㅋㅋ


회식 말고도 재택근무가 가져다준 꿀같은 혜택은 직원들에겐 너무나 많았습니다.

식사? 상사랑 다같이 모여 재미없는 이야기에 웃어줘가며 먹을 필요도 없어졌죠.

음악? SNL에서 이어폰 낀 맑눈광이 희화화되어 나오긴 한다만,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업무할 수 있게 되었죠.

복장? 자유롭습니다 ㅋㅋ 잠옷 입고 그대로 일하면 되는거죠 뭐 ㅋㅋ

휴식? 담배피러 가야 그나마 휴식시간이 허락되던 문화에서, 그냥 잠시 눈붙이거나 유튜브 숏츠 몇개 보며 커피마시며 10분이라도 쉴 수 있게 편안한 휴식이 가능해졌죠.

감정노동? 상사들 무지하게 직원 자리 와서 사생활 캐물어가며 자기 애가 어쩌니 저쩌니 궁금하지도 않은 사담 엄청 해대면 또 직원들 애써 웃음지어가며 바빠죽겠는데 감정노동하고 경청하는 시늉 하는거 ㅋㅋ 그것도 없죠.


이게. 나열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회사는 일하러 가는 곳인데, 일 외적인 게 너무 너무 많았다 이 이야깁니다.

이러니 상사들이 재택근무가 좋을 수가 있을까요?

이러니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안 좋아할 수가 있나요?


솔직히... 니가 편한 게 난 ....


자, 상사들이 너무너무 재택근무가 싫은 이유를 그럼 두가지로 간략하게 이야기해보죠.


우선 첫번째 이유는, 직원들에게 종횡무진 권력을 휘두르며 얻던 심리적 만족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거, 엄청나게 큰 겁니다 ㅋㅋ

조직이 우리 회사 팀장, 부장에게 준 급여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급여보다 더 큰 엄청난 보상인겁니다.


직원들이 편한 건, 내가 그들이 편안해도 되도록 허락해주고 풀어줬기 때문인거구요.

직원들이 불편하고 긴장된 상태로 있는 건, 다 내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인겁니다.

내 밑에 부하직원들은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이, 일상이, 기분이, 자존감이, 인사고과가, 급여가 달라지는 거예요.


회사 전체의 비전과 방향은 이윤극대화겠지만, 여기서 일하는 상사들은 그렇지가 않다구요 ㅋㅋ

여기서 오는 심리적 보상, 사실 크게 남는 것도 없는 내 인생에서 내가 내 젊음 바쳐가며 얻은 나만의 심리적 보상이라구요 이게.

근데 재택근무라고 강제로 죄다 집에 가버리니, 나는 여기서 얻는 나의 심리적 만족을 어디서 얻냐구요!


가뜩이나 회식도 사라져가는 추세라 스트레스 엄청났었는데....

난 집에 가기도 싫고, 가족들하고도 솔직히 뭐 대화할 것도 많이 없고...

회식가면 어린 친구들이 내가 한 마디만 하면 다 빵빵 터지고 내가 좀 심기 불편한 거 XX하면 딱 고개 숙이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내 이야기 경청 다들 딱 예의있게 하고.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세워서 자기 삶에 몰두하고 있는 극소수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중년 이상의 상사들에겐 이게 인생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놈의 재택근무가 그걸 가져가버린 겁니다!


오죽하면, 이거 놓지 않겠다고 막 재택근무하는 직원한테 갑자기 문자보내거나 메신저 들어오라 해서 얼마만에 반응하나 체크하는 만화같은 에피소드들도 꽤나 많았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

회사는, 일하러만 가는 곳이 아닌거였던 겁니다.

거꾸로 완전하게 드러난거죠.

업무장소가 일시적으로 사무실에서 집으로 바뀌게 되면서.


그럼... 여지껏 살아온 내 인생은 뭐야


자, 그리고 두번째 이유.

상사들이 보기에, 재택근무를 위시한 그 수많은 변화들.

편하게 누워서 업무보고 잠옷입고 전화받고 노래 틀어놓고 유튜브도 봐가면서 편하게 회사일 할 꺼 아닙니까 재택근무하면.

그러면 이게....

내 인생은요...?


나는, 주말에도 부장님 이사님 모시고 등산하고 낚시 가면서 우리아들 졸업식도 못가고 와이프 아픈 데 휴가내고 병원가는 것도 눈치보며 평생 살았다구요.

당연히 팀장님 퇴근 안 하고 야구보고 있으면 나도 퇴근 못하고, 숙취해소제 때려넣어가며 토해가며 회식에서 어거지로 버텨가며 술마셨는데.

아니 XX, 얘네는 가뜩이나 뭐 나이도 어린데 회식도 잘 안가 야근도 안 해 주말에 등산도 안 가 여가생활 다 즐기고 아주 세상 좋아졌다 싶은데.

이제 재택근무랍시고 아예 집에서 그냥 편하게 지내면서 일을 하면.


온갖 힘든 일 다 참아내고 울며 겨자먹기로 버텨가며 흘려보낸 내 젊은은, 내가 살아온 건 그럼 왜 그렇게 다 지나가버린거냐구요.

나나 부하직원들이나 같은 회사 들어와서 사는건데.

내 인생은 그럼 뭐가 되냐, 이말입니다 ㅋㅋ


이게.

약간 서글픈 이야기가 됩니다.

나는 그래도 그 힘든 걸 감내한 내 젊음을 바친 세월들이.

그래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이고. 어차피 내 의지와 무관하게 그래야만 하는 게 사회생활이고.

뭐 이런 면죄부들로 그나마 그 슬픔을 애써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오고 있는데.

근데 이게 가만보니, 그냥 내가 바보처럼 살았던 것일수도 있고 그게 불가항력이 아니라 내 선택에 의한 것일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될 위험에 노출되는 겁니다 자꾸.

재택근무 제도가 그거에 아주 화룡점정을 찍은거죠.


'라떼'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겁니다.

실은 속으로는 아는 겁니다.

나도 그냥 재택근무하고 요즘 어린 부하직원들처럼 젊음을 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내 진심이라는 걸.

하지만 그렇게 다 불편하고 쓰라린 진실을 인정해버리자니 너무 내 살아온 세월을 부정당하고 매도당하는 것 같잖아요.

그러니 그냥 재택근무제도와 저걸 선호하는 직원들이 '잘못된' 것이어야 하는 겁니다.

너무 너무 싫고 거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으시나요? ㅋㅋ


이 글을 쓴 이유


이 이야기를 이제 재택근무도 사라질 곳은 다 사라지고 정리된 마당에 하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가 싫고 거북한데 왜 그런지에 대해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경우가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회사의 장래와 업무효율 때문에 싫어하는 상사의 입장이, 살다보면 우리의 입장이 될 때도 있어요.

그냥 뭔가가 일단 막 싫어죽겠는데, 왜 그런지 실은 내 진심을 잘 모르겠고 일단 대외적으로는 다른 이유를 뱉는 경우가 생기죠.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습니다만.

이런 일이 삶에서 잦아지고 자꾸 중요한 순간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우리는 먼훗날 큰 상처와 환멸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서 돌이켜보니, 내 삶은 어리석었고 후회로 가득찬 삶이었다.

이렇게 되어선 안 되잖아요?


특히 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잠재력과 개성을 모두 발휘해서 가장 각자가 원하는 삶을 조각해나가는 모습으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게 제가 책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 진짜 마음을 아는 일입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손가락질당하지 않고 존중받을만한 마음만 내 마음인 것처럼 여기며 오랫동안 살아온 덕에, 언젠가부터 우리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내 진짜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이 소망하는 삶을 조각해야, 우리는 공허감 없이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나오는 재택근무가 실은 그저 자신들의 '못난' 이유로 싫었던 상사들의 모습이, 사실 우리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예술작품은 그 작품을 즐긴 후에 결국 우리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진솔하게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의 마음에 대해 단 1분이라도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면, 이 글은 제 기준으로 대성공한 글이 될 거 같네요^^


진짜 내 마음을 항상 이해하고 나 스스로와 최고의 친구가 되어 하루하루를 조각해나가는 유쾌한 사람이 되어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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