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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Nov 05. 2017

공론조사, 국회와 국민투표의 한계를 넘어선 대안

현대에 들어서 국가 주인은 국민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위정자들은 귀를 기울였다. 흔히 쓰인 방식은 여론조사였다. 특정 사안에 대해 국민의 직감적인 의견이 담긴 불완전한 자료였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이제는 한 단계 진화된 방법이 고안됐고, 최근 정책결정 과정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시민들의 학습과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공론조사 방식이다. 성·지역·이념·계층 등으로 분열이 심한 한국사회에 갈등 관리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공론조사로 대표되는 숙의민주주의는 현재 민주주의 제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은 두 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일어났지만, 대의제 기관인 국회에 대한 불신은 크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회에 대한 사회 신뢰 인식은 4점 만점에 1.7점을 기록해 최하위를 기록했다. 불신이 팽배해진 원인으로는 정당의 당파성이 극심한 환경을 들 수 있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 사이에 합리적 토론이나 의견수렴보다는 주요 정파와 정당의 공식입장 및 당론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주요 정파 수장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비민주적인 행태 속에서 합리적이고 깊이 있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힘들다. 국민 특성에 비례해 시민 대표를 선발해 서로 학습하고 논의해 결론을 내는 과정이 정파성으로 얼룩진 국회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법원에서 운영 중인 국민배심원 제도를 참고해 정책 결정으로 확대해 볼 수 있다. 


국민의 대표나 전문 관료를 대신해 국민이 주요 정책에 참여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공론조사는 앞서 언급한 대의제 민주주의 외에도 직접 민주주의가 가진 단점 또한 보완한다. 불특정 다수가 단순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일부네 의해 선동될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충분하게 고민하고 학습이 보장되기도 힘들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브렉시트'선거가 대표적이다. 브렉시트 이후 검색엔진 구글의 인기 검색어는 'EU란 무엇인가?'와 'EU를 탈퇴하면 어떻게 될까?'였다. 기초적인 의미를 이해하거나 충분한 지식 습득과 의견 청취 없이 국민투표가 이뤄졌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공론조사는 일정기간 동안 양쪽 의견과 자료를 제공받고 의논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만큼 섣부른 결정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대표단 선정에서 공정성이 담보된다면, 특정 이슈에 집단 지성이 발현되는 통로라고 볼 수 있다. 


공론조사를 거론할 때 '숙의'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깊이 생각해 넉넉히 의논함'을 뜻한다. 정파성이 짙은 대의제 민주주의 맹점과 충분한 준비가 부족한 직접 민주주의 한계 사이에서 나온 것이 바로 숙의민주주의다.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토론보다는 공방에 익숙한 한국사회에 시민대표단의 정책결정은 한 단계 발전된 정책결정의 수단이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 주권자의 정책 결정 참여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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