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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Nov 08. 2017

'공범자들'을 다시 보지 않기 위해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관객 25만 명을 돌파했다. 공영방송이 망가진 현장과 망가뜨린 자들을 쫓는 내용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관객이 찾았다. 날마다 보게 되는 방송에 대해 사람들이 영화관까지 찾아가 보는 이유는 현재 공영방송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그만큼 많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70위까지 하락했고, 그 중심에는 공영방송의 신뢰도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시민이 내는 준조세로 운영되고, 지분 대부분이 국가의 직간접적인 소유로 되어 있는 공영방송의 독립적 운영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 공영방송에 대한 혼란과 위상 추락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생각을 깊이 안 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왜 존재해야 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논의가 부족했다. 가장 기본인 법률에서도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조차 찾기 힘들다. KBS와 MBC, EBS 등 각 공영방송사 조직법만 있을 뿐, 공영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된 의미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도 성찰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여야 이사 추천비율 조정이다. 여당이 임명한 사장과 이사들에 대한 횡포를 줄여보자는 뜻이지만, 사람들에게 공영방송이 왜 필요하고, 각 공영방송의 의미에 대한 좀 더 깊은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 


매일 TV와 라디오를 접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것이 공영방송을 다시 설계하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다. 각 계층별, 세대별로 다른 의견과 감상을 담아내고, 이들의 의견이 수렴하는 방향으로 공영방송이 나가야 한다. 사장 선임은 물론 전반적인 경영 방향도 시청자와 청취자에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사장 선임 구조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여당이 누구냐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과 사장이 결정되는 현재 구조에선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보다 임면권자인 정치권력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학자와 노동자 등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시민대표를 공영방송 이사로 임명해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고 내용에 대해 감시한다. 우리도 이를 참고해 정치권 대신 보다 다양한 계층과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인단을 설정해 공영방송의 방향을 정하고 이를 구현할 경영자를 뽑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수장들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줄을 서고,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사정기관 및 정치권력과 유착돼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모습과 정반대의 행동을 일삼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몇몇 인물의 비상식적인 언행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구조(시스템)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을 대표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포용할 수 있는 공영방송을 만드는 것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과 사장의 면면에 따라 방향과 내용이 바뀌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공영방송의 책무를 던진 사람들이 스크린 화면과 뉴스 화면 상에 나오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 위해선 현재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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