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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바인 Dec 31. 2016

검은 건 우리가 아닌 당신들이다

당신들은 그저 소인배일 뿐인가

 누구나 비판받기를 두려워한다. 누구라도 자신의 뜻과 반대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의 반대편에 설 때, 보통 사람들은 상대편을 설득하려 한다. 또는 그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뜻에 다른 맹점은 없는지 검토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비판에 대처하는 가장 일반적이고도 건전한 방식이다. 하나 때로는 상대편의 의견에 귀를 닫고 자신의 뜻만 밀어붙이려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는 그들을 몰래 기억해두었다가, 기회가 오면 입을 막으려고 든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통 옹졸하다고 여긴다.

 

 처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기사를 접했을 때, 솔직히 고백하면 ‘그럴 만도 하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망과 탄식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그리 놀랄만한 소식도 아니었다. 그런데 ‘공신닷컴’을 운영하는 강성태 씨의 일화를 접하고서는 정말 화가 났다. 2014년에 한 학생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뜻에서 공신닷컴에 노란 리본을 달자는 글을 게시했단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강성태 씨에게 전화를 걸어 노란 리본의 의도와 그 학생이 원래 정치적 활동을 하는 학생인지 캐물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병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래, 그런 식으로 해서 전 국민을 감시하려는 속셈인가. 그런 식으로 해서 전 국민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려 작정한 건가.

 

 정부가 검은 명단을 만들어 검열하려 했다는 문화계 인물들은 시국 선언에 참여했거나, 야권 인사를 지지한 바 있다. 그러니까 현 정부의 입장에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정부의 정치적 행보에 의혹을 가하고 비판하며, 반대되는 입장에 선다. 게다가 문화라는 영역이 대중에게 쉽게 녹아드는 성질이 있다 보니, 정부의 입장에선 손톱 밑에 가시 같은 존재였을지 모른다.

 

 문화계 인사들 또한 국민이며,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나름의 시각을 견지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해서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것보다는 이 정부가 그런 비판적인 의견들을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누구라도 자신에 대한 비판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반대 의견들을 조치하는 바람직한 방식은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일부를 수용해 자신의 입장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대처는 그 상식선을 벗어났다. 자신들에게 ‘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을 검은 틀에 가두고서 불이익을 주는 처사는 영락없이 과거 독재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다양한 입장과 견해가 포만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자신의 의견만 고집할 자격이 없다. 정말 자신의 입장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그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 국민들의 긍정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의 배후에 숨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누군가 당신들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이런 비겁한 짓을 하지 말고 상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런 식의 처사는 당신들 스스로 뭔가 해선 안 될 일을 꾸미고 있다는 의혹만 불릴 뿐이다. 블랙리스트를 기획하고 반정부 성향의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이 그들 딴에는 ‘빨간 것’을 골라내 체제 전복을 막는 애국 행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손을 얹을 가슴이 있다면). 그게 정말 국익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기득을 이어가기 위한 허울 좋은 변명에 지나지 않은가. 사흘전만 해도 특검에서는 최순실이 자신의 문화부문 사업의 걸림돌을 골라내기 위해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리고 대통령이 김기춘 전 실장에게 이를 지시한 정황 또한 드러났다.

 

 검은 것은 국민이 아니라 당신들이다. 이런 식으로 역사의 어둠으로 기록되려 하지 마라. 다른 의견들을 감시하고 가두는 것은 결국엔 당신들 스스로 소인배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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