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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원 Nov 18. 2019

아무 용건 없는 연락

안부인사에 관하여


가끔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엔 꽤 친했었는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참 잘도 웃어보였고 전화와 문자로 대화도 끊이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사라진 이들이 많았다. 나 조차도 바빠서 신경쓰지 못한 탓에 그저 내 뒤에서 잘 걸어오고 있을 줄 착각하며 놓친 이들이.


가끔 그들 중에서는 여러 sns로 모습과 소식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그저 잠시 서로의 일상을 확인만 할 뿐, 그 어떤 대화도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괜히 서먹한 무언가가 그 친구와 나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혹시 그 애가 그 사이에 변했을까봐, 나를 반가워하지 않을까봐, 불편해 할까 봐, 무례하게 느낄까 봐 등 예전엔 그리 허물 없이 지냈음에도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것 마냥 조심스러워지곤 한다. 


그래서 가끔은 내게 용기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저 보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별 일 없어도 보고 싶어 연락했다는 그 솔직한 마음을 민망해하지 않고 건넬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사실 어쩌면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 대판 싸워 볼 꼴 못볼 꼴 다 보고 연을 억지로 끊어놓은 사이가 아닌 이상, 갑작스런 안부 인사는 오히려 고맙고 반갑다는 것을. 만약 상대가 먼저 내게 그런 인사를 건네오면 나도 그럴 테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주저하는 건 솔직하지 못해서 인가보다. 네가 잘 살고 있는지, 보고 싶다고 관심을 먼저 표하는게 그리 쑥스럽고 민망해서 인가보다. 그래도 조금은 더 용기를 내보고 싶은 요즘이다.






그리고 앞으로 올 내가 사랑할 이는 그렇게 다가가고 가까워지고 싶다. 그렇게 행동해보고 싶다. 조금 무례할 수 있어도 그가 한가할 시간에 불쑥 전화해서는 그냥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걸어봤다고. 별 일 없느냐고. 오늘 하루 잘 보내고 있느냐고 그렇게 별 용건도 없이 연락해보고 싶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연락하고 싶은 순간엔 정말 그냥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이지 않나. 그 연락 한번을 하려고 각종 거짓 명분과 이유를 만들어 마음을 꽁꽁 숨기고는 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선에서만 행동하며 혼자 마음을 끓이곤 하지 않나. 나는 내가 너에게 아주 관심이 있다고. 당신이 좋아서 이렇게 궁금한거 같다고. 그래서 그런 것 같다고. 그런 솔직한 마음을 아무렇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덤덤하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그의 일상 속에 조금은 이상하지만 싫지는 않고 계속 생각이 나서 언제부터는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났음 좋겠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고, 내가 좋으면 남도 좋다고 했던가. 나는 누가 내게 용건도 없이 불쑥 그냥 해보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하면 그 하루는 그의 생각으로 꽉 차서 지내게 될 것 같다. 별 생각 없던 그에게 괜히 관심이 생기고 의식하게 되며 어느 순간 그의 연락을 내심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 솔직함을 한번 흉내라도 내보고 싶다. 그렇게 연락이 당연해지는 그런 사이로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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