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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Jul 24. 2017

나를 기억해 쿠바 _pt.5

전시준비, 그리고 아트상품

하나의 일을 기획하고 끝까지 추진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그것이 작은 것이든 큰 프로젝트이든 말이죠. 이번에도 절절하게 느꼈습니다. 그동안 해오던 것 보다 더 원하는 것도 많았고, 하고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두 친구와 함께 셋이서 모든 과정을 감당하려니 결코 녹록치 않더군요.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다음카카오와 하고 있는 스토리 펀딩도 목표금액을 훌쩍 넘었지만, 처음 설정한 목표금액으로는 전시를 준비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터키항공으로부터 여행을 후원받고, 캐논에서 공간을 후원받으면서 더 욕심이 생겨났고 거기에 맞춰 다음 그림을 그렸습니다.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그곳을 채우려면 사진의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만 두 번, 9년 전에 한 번 다녀왔으니 충분하지 않느냐 하지만, 오롯이 사진에만 전념한 시간이 적었다 판단했습니다. 고민끝에 혼자 티켓을 끊어 다시 그곳을 향했습니다. 시간도 빠듯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가지 않고 후회를 남기느니 다녀와서 한계를 체감하는 편이 좋을거라 판단했습니다.


그때 공항에서 적어둔 글.

_전력질주

한 번이라도 모든 것을 걸어 본 경험이 있느냐 물으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생에 가장 치열했던 그 순간을 꼽으면, 좀 안어울리겠지만 내게는 공부다.
심각하게 수학을 못했고, 그런데도 공대에 가고싶었다. 
응. 나는 우주소년이었으니까.

넘치는 의지가 부족한 머리를 넘어서고, 
막연한 꿈이 집중력을 끌어다 모았다.
고등학교 수준의 공부는 엉덩이 힘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성실함이 더해지면 결과가 나오는 제법 정직한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밤을 새거나 해 본적은 없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 수능 전 날까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시간의 양으로 1년을 버텼다. 나름의 결과를 얻었다. 덕분에 용기도 얻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적당히해서 결과가 좋았던 것은 술이 유일했다.





_시간의 절대량

누가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 했던가. 수 만 겹의 순간 중 하나를 잡아내는게 아니라, 수 만 겹의 순간을 모조리 기록해 두었다가 그 중 하나를 꺼내어 소개하는 일이었다. 그동안의 내 해석은 틀렸다. 9년 동안 다 걸고 사진에 몰두해 본 적이 있느냐 물으면 대답할 자신이 없다.

오른손으로 예약해두고 왼손으로 취소하기를 네 번. 욕심이 과하다 생각했다. 올해만 두 번을 다녀왔으니 찍어둔 건 넘치도록 많은데.. 그곳에서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둘 중 어느것이든 후회가 남을거라면 해놓고 후회하는 길을 택하는 것. 다 해보고서야 지금의 나는 여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 세계여행 출발했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생에 제일 비싼 표를 끊어 다시 그곳에 간다.

다행히 이 달리기는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아니고, 낙오도, 패배도 없다. 목표는 그저 성실히 나아가 이 트랙 맞은편에 있는 다음의 나 자신을 만나는 것 뿐.

더디 자랄지언정 그저 멈춰있지는 않겠다.


마지막 저 말을 좋아합니다. 누구보다 빨리, 더 높이 갈 수는 없겠지만 멈춰있지는 않겠다는 생각.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 준비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네 번 째 간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니더군요. 암. 당연하지.)

펀딩에 필요한 아트제품을 준비하면서도 스스로 많은걸 배우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선수(?) 세 명이 모여 또 다른 전문가에게 결과물을 의뢰하면서 보니 아주 그럴듯하고 테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트북도 그렇고, 에코백도 그렇고 들여다 볼수록 묘한 쾌감이 일었습니다.  


이전의 걱정하고 고민하던 시간을 거쳐 곧 전시를 치를 때가 오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습니다. 모금 종료 이틀이 남은 시점에서 확인하니 펀딩도 마지막까지 순항을 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결코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을 현실로 이르게 해 주신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하나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관심과 사랑으로 더욱 향기로운 작품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단순한 후원 이상으로 작가의 크나큰 자양분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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