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다른 우주를 만나다, water meditation 01
발리 우붓에서의 마지막 날 water meditation을 경험한 후, 10개월이 다 되어서야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우붓 생활의 백미와도 같은 일이었으나 글로 쓸 수는 없었다.
이 경험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느낌만을 나열하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어버릴 까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알 수 없는 것에 이끌려 밑도 끝도 없는 우주의 신비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나름 논리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내게 부끄러운 일이어서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김주한 저자의 “내면소통"이라는 책을 읽다가 그날 우붓의 수영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렴풋이 직관하게 되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이미 확신을 가지고 연구하는 주제인,
인간의 의식과 우주가 밀접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대한 대목을 읽는 순간이었다.
우붓에서 한 경험이 뉴튼식 고전 물리학과, 칸트식 정신세계만 존재한다고 교육받은 내게 낯설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던지고 이 일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거창한 일도 아니었다.
그저 우붓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한 엄마가 자신이 하는 Water Session에 와 보라고 제안하면서부터 이 일은 시작되었다.
무용가인 Aymara는 스페인 이비자섬에서 처음 이 활동을 배웠고 이 일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해서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나와 같은 책, Artist Way를 읽었다는 사실에 반가웠고, 이 아름다운 아줌마에 대한 호감으로 이 세션을 예약했다.
우기임에도 화창하게 갠 날이었다.
약속장소의 편안한 분위기, 햇빛가리개가 둘러진 온수 풀에 한 발을 딛고 나는 마음이 놓였다.
여행 와서 빨간 드레스 입고 절벽에서 그네도 탄다는데 이 정도 일이야. 뭐.
잠시후,
자기 개발서를 좋아하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오던 나는 그 풀장에서 온데간데없었다.
물속에 둥둥 떠서 중력에서 자유로워져 파동 같은 울림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저 편안하고 따뜻하고 안심이 되었고, 내 몸을 물속에서 받쳐주기도 하고 휙휙 돌려주기 하는 Aymara의 몸짓에 감탄하고 그 정성에 고마운 마음이었다.
물속에 들어간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부끄럽게도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말로 들려온 목소리는 아니지만, 모든 것이 괜찮아라고 젊었던 나의 엄마가 들려줄만한 말이었다.
실제로 내게 말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나를 감싸주던 어떤 존재의 의지를 느꼈다는 편이 더 낫겠다.
내가 배운 어떤 지식이나 언어로는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큰 물살처럼 크고 강한
내 것이기도, 우주의 것이기도 한 것 같은 어떤 의식의 흐름을 마주하게 되었다.
분명히 나와 연관된 어쩌면 나 자체인 어떤 의지를 마주 대하는 부드러운 순간이었다.
그 당시엔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나,
후에 읽게 된 이 책 속에서 요즘 과학자들이 공을 들여 증명하려고 하는 가설을 우붓의 수영장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외부세계와 나의 의식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한 발 더 나아가 나의 의식이 지금 내가 처한 시공간과 우주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리란 허황된 일이 이 일 이후에는 가능하게 느껴진다.
—2편으로 계속—
#Aymara #watersession #내면소통#배경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