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선 Jan 04. 2024

우붓에 온 판교엄마05

생각은 어떻게 열려가는가 water meditation02



water session을 마치고 Aymara와 함께 차를 마셨다.

직후 찍은 사진에서 내 얼굴은 금방 깐 삶은 달걀처럼 보드랍고 충만한 얼굴이었다.

명상이라면 요가도 닭살돋아 기피했던 나인데,

이 무슨 당황스러운 순간이란 말인가.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 개운한 느낌이 흡사 수면마취에서 깨어났을 때와 비슷한 것 같기고 하지만, 처음 느껴본 개운함이었다.


내 경험을  김주한 저자의 내면소통 에서 발췌해 이해해 보자면, 나는 “배경자아”의 존재를 인식한 것 같다.

좌우뇌가 분리되어 움직인다는 가설에 의하면 오늘 일은 우뇌의 목소리, 원시인들이 말한 신의 목소리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날 내가 물 속에서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인간 몸의 움직임이 우주와 상호작용을 통해 human universe 인간의 우주가 만들어진다는 카파토스가 주장한 가설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싶다.

Water Session에서 했던 새로운 경험은 후에 읽은 이 어려운 책 - 나는 아직도 베개 같이 두꺼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의 새로운 이론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현대과학에서 이미 wifi, 유전법칙의 기본이 된 양자역학의 논리로 인간의식에 대한 이론화를 시도한 Wigner의 사고실험에 내가 참여한 듯 했다.

딸친구 엄마 Aymara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은 사실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자아이며, 이 모든 것을 곁에서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배경자아“가 존재한다는 파격적인 이론을 제시했다.배경자아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밝혀지지 않은 자기자신과 소통하며 마음의 근력을 다질 수 있다는 말인데,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인가. (매우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내 친구와 12살 된 큰 딸은 배경자아 이야기를 듣더니 그런 상태는 미친 거 아니냐는 말을 했다.)


우붓 수영장에서의 경험은

40년 넘게 나는 어떤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일관되게 살고자 노력했었던 내게 머리 뒷 쪽에서 나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나, 배경자아가 신호를 보내온 순간이었다.

인간의 의식이 물질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각 개인의 의식에 따라 각자 서로 다른 우주에 살게 되었다면, 그 날 이 수영장 안은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우주일 것이다.


내 미지의 경험을 뒷받침할 석학들의 연구를 읽고나서야 용기가 나서 water session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다니

나는 여전히 근대적 교육의 틀에 갇힌 20세기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이런 천하의 Big Head 인 나도 Ubud 에 가서는 최신 학문의 가설을 몸으로 체험하고 내 마음의 다른 면과 소통할 단서를 찾았으니 기쁘기 그지 없다.

머리 뒷쪽의 근육을 한 번 쓰고 올 수 있었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도 얻을 수 없던 경험이다.


따뜻한 물 속에 따뜻한 Aymara의 보살핌에 힘입어 깐 달걀같은 해맑은 정신으로 돌아온 그 순간의 경험은 다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한국 서울에서도 내게 힘을 준다. 이 여행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내 몸과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의식은 언제나외부를 향해서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발리 #우붓 #판교엄마 #내면소통 #배경자아

매거진의 이전글 우붓에 온 판교엄마0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