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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픈라잎 May 12. 2023

유산, 남겨진 상처

누군가에게 쉬운 일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자궁 외 임신이 종결되고 심리적인 우울감에 집에서 혼자 우는 일이 많았다. 결혼 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다양한 감정의 파편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번 유산으로 남편이나 가족들은 여전히 똑같은 일상을 살아갔지만 나만 어딘가 달라져있었다. 내 외모도 내 컨디션도 나의 사소한 감정들까지 모든 게 이전과 같지 않았다.


호르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 피부는 MTX주사로 인해 얼굴에 시작된 피부발진으로 그 후 몇 년 동안 이나 나를 나약하고 움츠러들게 만든 큰 원인이 되었다.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 혹은 그들의 지인이 겪은 다양한 유산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유산경험이었고 단지 조금 소란스러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3개월 후 나는 새로운 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정년까지 다니기에 좋은 직장이었고 집에서 우울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하지만 출근을 하고 보니 내가 맡은 업무 외에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 나이 또래의 동료들이다 보니 본인 혹은 배우자가 임신 중이거나 육아에 한참인 이들이 대다수였다.

사적인 이야기의 대부분은 육아 혹은 태교가 주제였다. 최대한 담담하게 대화에 참여했지만 때로는 그런 시간이 너무 큰 부담이 되었다.


최근의 유산 사실을 털어놓은 나는 그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받았지만 항상 무언가 다른 사람, 외톨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자궁 외 임신 중에 맞은 MTX주사의 약효과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시점을 기다렸다가 다시 임신을 시도하기로 했다.


저들과 같아질 수 있는 방법은, 비참한 기분을 벗어내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임신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나프로임신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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