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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O Mar 11. 2024

공간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2024 리빙디자인페어

전시 부스만으로 흥미를 자아내는 브랜드들

그동안 리빙디자인페어와 같은 전시를 보러 갈 때는 관심이 가는 소품을 위주로 구경했었으나

최근 전시 부스 브랜딩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각 부스가 어떤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해 브랜딩을 녹여내고 어떻게 스토리를 전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공간은 임팩트가 없어 관심이 가질 않고 어떤 공간은 자연스레 발길이 닿게 된다.

각 브랜드의 제품을 전시하는 부스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내 브랜드를 알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 나아가 머무는 시간이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전시부스가 공간과 예산의 제약으로 대형 구조물과 가벽에 이미지와 로고를 부착하고, 제품을 진열해 보여주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부스를 구성한다. 그러나 수많은 브랜드가 모여있는 이곳에서,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제품의 브랜드가 아닌 이상 공간의 첫인상만으로 누군가의 이목을 끌고 관심을 갖게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콘셉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방법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결국, 전시부스 콘셉트의 중요성이다.

단순히 부스에 제품만을 나열한 것보다 공간 자체가 가지는 콘셉트가 브랜드와 잘 어우러질 때 브랜드의 매력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 여러 부스가 나열된 전시장에서 먼저 눈에 띄어 자연스레 발길이 닿게 된다.


무드로 보여주는 공간

[VILLA RECORDS / Mose Carpet / FLAT POINT]


카펫이나 램프처럼 집 안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소품을 보여주는 브랜드는 파스텔 톤의 색감과 미니멀한 구조를 바탕으로 무드를 보여주는 공간이 많았다. 이런 브랜드들은 대부분 제품을 활용해 내가 만들어갈 나만의 공간의 무드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


콘셉트로 보여주는 공간 1

[Flasier - Strange Hotel]


개인적으로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는 곳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멀리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커튼으로 뒤덮인 대형 구조물이 있어 발길이 이끌린 곳은 1인 소파 브랜드 플레시어의 빈백을 전시한 부스였다. 양쪽 벽면엔 미니 빈백과 열쇠를 묶어 컨시어지로 구성한 공간이 여러 컬러로 구성되어 있어 디테일을 엿볼 수 있었고, 공간 전체에 호텔 콘셉트에 맞게 재미있는 볼거리들을 구성해 두어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부스 중 하나였다.


콘셉트로 보여주는 공간 2

[앳홈 미닉스 - 아케이드 게임]


앳홈은 1인 가구용 소형 음식물 처리기 '더 플렌더'를 아케이드 게임 콘셉트의 공간으로 만들어 음식물을 몬스터처럼 부수는 체험을 진행했다. 가전과 레트로한 감성의 아케이드 게임 월드로 꾸며놓은 곳은 전시장 전체에서 유일해 독특했으나 재미있는 콘셉트를 잡은 만큼 조금 더 제품을 게임의 주인공처럼, 음식물을 악당처럼 표현해 콘셉트와 브랜드의 제품을 딥하게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으면 어떨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콘셉트로 보여주는 공간 3

[JUNG - 미술관]


스위치를 만드는 브랜드 JUNG은 미술관의 전시관 형태로 스위치를 전시해 두어 스위치의 개발부터 디자인, 그리고 여러 스위치를 체험해 보기까지 브랜드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스위치 자체가 집안에서 기능적으로만 작용하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는 작은 요소인만큼 '스위치에도 관심을 가져볼까?'라는 인식을 들게끔 만들기 위한 구성을 한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콘셉트로 보여주는 공간 4

[브랜드 기억 안 남 - 실험적인 공간]


공간을 개방형이 아닌 폐쇄형으로 구성해 줄을 서서 안에 들어가야만 관람할 수 있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부스들도 있다. 거대한 원뿔이 솟아있는 검은색의 나무로 지어진 이 공간은 좁은 틈으로 동굴을 바라보는 것 같은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부스를 오고 가는 곳에서 부스의 콘텐츠를 내세우지 않는 방법은 도박이기 마련이지만, 길게 선 줄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안에 색다른 콘텐츠가 있다면 기억에 남게 된다. 다만 전시를 본 느낌이지 어떤 브랜드였는지는 잘 남지 않는다. 실험적인 콘텐츠를 하더라도 어떤 브랜드인지를 각인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콘셉트가 일치하지 않는 공간


외관은 눈에 띄는 밝은 노란색과 특이한 인형, 그리고 같은 톤의 샵까지 무언가 새로운 공간, 브랜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기대가 되어 내부를 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아늑한 침실이 맞이한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브랜드의 어떠한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특이한 콘셉트의 콘텐츠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예상이 막상 일반적인 침대 가구샵의 분위기를 보자 김이 샜다고 해야 하나, 빠르게 훑어보고 금방 나오게 되었다.



공감에 공감각적 요소를 적용하는 것

공간의 향과 소리도 중요하다.


[청각과 후각 - 작은 디테일로 공간을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


어떤 공간은 들어가는 순간 들려오는 음향이 주변과 분리되는 느낌을 준다. 혼잡한 부스를 이동하다 음악에 의해 별도의 독립된 공간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은 해당 공간에 좀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은은하게 나는 향도 무의식적으로 공간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향이 제대로 이 안된 부스는 불쾌한 기분이 들며 공간을 얼른 빠져나오고 싶게 된다.   


[시각 - 색감과 규모가 주는 임팩트]


시몬스와 코웨이는 대기업인만큼 가장 큰 전시 공간을 차지한다. 시몬스는 초록빛의 네온 컬러가 적용된 반투명 아크릴 소재를 활용한 거대 가벽을 철제 프레임과 함께 배치했고, 전체적으로 연구실 콘셉트로 브랜드의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듯하였다. 스텝들의 의상 역시 흰 가운으로 맞추었고,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매트리스 롤링 테스트기를 배치해 젠틀 몬스터의 실험적인 전시와 같은 느낌도 받았다.

반면 코웨이는 그레이 톤의 모던한 무드로 전체 공간을 조성하고 내부에는 BEREX 안마의자와 정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촉각 - 저렴하면서 효과적인 소재의 활용]


일광 전구는 나무 프레임에 흰 천을 활용해 다소 러프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드를 조성했는데, 천을 통해 곳곳에 스크린 이미지를 투여하고, 텍스트나 그래픽을 적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벽을 세울 예산이 부족하다면, 이처럼 저렴하지만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소재를 활용해 부스를 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촉각 - 소재 자체가 브랜드를 보여주는 경우]


모듈형 철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 DEELLO는 브랜드의 제품만으로 전시 공간을 구성했는데 구조물 자체의 임팩트나 공간 구성이 인상 깊었다. 입구에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파사드와 통로를 만들어 그 자체로 포토월이 되면서 입장 자체가 하나의 몰입감 있는 경험이 되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자


사람이 많고 좁은 공간을 바쁘게 오가다 보면 기가 빨리고 커피가 당기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커피를 제공하는 공간은 사람이 붐비게 된다.

그러나 커피만 마시고 공간과 브랜드에는 관심을 안 가지는 소위 체리피커들이 태반이었다.

마찬가지로 피곤해졌을 사람들을 위해 휴식존이 마련된 곳도 많다.

많은 의자와 침대 등에 기대고 누워 공간에 오래 머물게 되긴 하지만 그만큼 브랜드를 체험하고 관심을 가지는 대신 핸드폰을 보며 각자 시간을 때우다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브랜드의 스토리가 과연 그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었을지는 모르겠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객 방안과 브랜드 홍보를 연계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끝으로, 공간으로 스토리를 전한다는 것


브랜드마다 전하고 싶은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 콘텐츠를 담는 법도 제각각이다.

미술관이나 게임, 호텔의 콘셉트를 빌려 스토리를 전하는 공간, 콘셉트는 흥미로우나 너무 모호해서 어떤 얘길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는 공간, 모듈형 철제 가구 브랜드 DEELLO처럼 구구절절 이야기를 많이 하는 대신 공간의 구조만으로 브랜드의 기능과 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브랜드마다 가진 고유한 특색과 매력을 제품이 아닌 공간과 어우러져 보여줄 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지는 많이 어렵고 그래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그 공간의 의도를 한번 상상해 보며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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