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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진 Dec 04. 2020

용기 내지 마세요

매드클라운 (feat. 김영흠)

울고 있는 그 사람 안아주지 마세요

잡아 주길 바라는 손 잡지 마세요

돌아설 때 그 이름 부르지 마세요
제발 제발 용기 내지 마세요


보내야만 하는 사랑은
그렇게 떠나보내 주세요
그래 때론 그게 맞아
그 사람 참 힘들었을 거야 


초인종이 울려도 모른척하세요
열어주길 바라는 문 열지 마세요
가난했던 사랑을 이젠 놓아주세요
제발 제발 용기 내지 마세요


내 것 일수 없는 사랑이 아름다워 보일 때 있죠
무던해질 마음 미안해 마요
남겨두기에 그리워할 수 있어요


보내야만 하는 사랑은
그렇게 떠나보내 주세요 
그래 때론 그게 맞아 
그 사람 참 힘들었을 거야




한 달쯤 전에 매드클라운의 신곡이 나왔다길래 들어보았습니다. 래퍼로서 좋아하는 가수의, 발라드곡이었습니다. 심지어 작사/작곡만 매드클라운이 하고, 노래는 (저로서는) 처음 듣는 가수의 목소리를 빌렸더라구요.


난 너만 사랑해, 아니면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두 감정으로 점철되는 요즘 가요들 사이에서 정말 오랜만에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였습니다. 처음 듣게 된 그날 저녁, 잠자리에서 십 수 번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리곤 바로 컬러링으로 설정을 해두었어요. 그만큼 간만에 흠뻑 빠진 노래였습니다.


일주일쯤 전에는 집에서 잠시 아이랑 놀다가 휴대폰을 뒤늦게 확인해보니, 어머니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어머니는 대뜸 컬러링 노래가 좋더라는 말씀부터 하셨어요. 괜스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하시면서요.


외할아버지는 작년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으신 후로 현재는 요양원에서 홀로 지내고 계십니다. 외할머니는 몇 해 전에 큰 수술을 받으시고 나서 거동이 불편해지셔서 혼자 힘으로는 집 밖으로도 못 나가는 생활을 하고 계시구요. 이모와 어머니가 매주 외할머니댁을 방문해서 집안일을 돌봐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백발이 성한 두 노부모를 모시면서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치신 어머니의 귀에 이 노래가 어떻게 들리셨을지, 그리고 어떤 위로가 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엊그제에는 회사 상무님께서 업무상 제게 전화를 주셨는데, 그때에도 바로 전화를 못 받아서 제가 다시 전화를 드렸어요. 그런데 감성에 푹 젖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더군요. 요 근래에 마음이 힘든 일이 있었는데, 동진쌤(저희 회사는 '쌤'이라는 단일호칭을 쓰고 있습니다)의 컬러링을 들으니 순간 정말 큰 위안이 되었다, 고맙다 하셨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비단 남녀 사이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존재는 주변에 꼭 있기 마련이죠. 그런 사람을 어떠한 이유에서건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일지 쉽사리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잠시나마,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치 제가 직접 위로라도 해준 것처럼 뿌듯하고 좋은 기분이 들더군요.


오늘 밤에도 잠자리에 누워 이 노래를 틀어놓고 잠이 들 것 같습니다.


[용기 내지 마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TyadEx-zv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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