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미디어 비평가!
OTT 서비스의 등장은 특정 국가 또는 인기가 많은 콘텐츠만을 봐야 했던 이용자에게 반가운 기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국의 기준으로 본다면 다큐멘터리와 같은 교양 프로그램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처럼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중에게 화제성도 떨어지니 쉽게 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장르이지요.
하지만 OTT 기업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OTT의 경쟁력은 그동안 소외받던 개개인의 취향까지 고려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기에 다큐멘터리와 같은 장르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 결과 우리는 저 먼 나라에서 제작하고 내용과 형식에서도 참신한 시도를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들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OTT 다큐멘터리의 특징
실제 넷플릭스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중 드라마 시리즈는 219편이라고 알려졌는데요. 이와 비교해 보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156편, 다큐멘터리 영화는 159편으로 오히려 다큐멘터리 장르에 속하는 작품 수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데에 진심이란 사실을 알 수 있죠. 한국의 OTT 플랫폼들도 최근에는 다큐멘터리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데요. 웨이브의 <악인취재기>나 <국가수사본부> 같은 탐사 보도 다큐멘터리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이나 방송에서 보던 다큐멘터리에 비해 OTT 속 다큐멘터리가 우리의 눈길을 더 잡아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디어 비평가들은 콘텐츠 제작 전반에 대한 과감한 투자, 독특하고 차별화된 소재와 내용, 사실과 극영화적 요소를 적절히 더한 형식미 등을 꼽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이런 특징들이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에겐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시켜 준다는 점인데요. 영상물을 만들 때 경제적 제약이나 내용과 형식의 한계가 줄어드니 자유자재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주제나 소재가 참신함을 넘어 기이하다거나 또는 표현 스타일이 과감함을 지나쳐 자극적인 OTT 콘텐츠들도 속속 등장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범죄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사 다큐멘터리나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하는 과학 다큐멘터리가 그 예입니다.
# 미디어 비평의 필요성
청소년의 영상물 시청에 대해 어른들이 흔히 착각하는 내용 중 하나가 장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 다큐멘터리나 역사 드라마는 자녀나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고, 애니메이션 장르는 실사 영화나 드라마보다 자극적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믿음이죠. 하지만 영상물에는 만든 이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그들이 지닌 고유한 관점과 시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디어에 의해 그려지는 대상이나 인물의 이미지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물의 이미지를 재현할 때 성(gender), 인종, 연령, 직업, 계층, 지역 등에 대해 그릇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특정 사건을 재현할 때 사건에 대한 관점이나 전달 방식이 객관적인지 미디어 이용자가 주체가 되어 콘텐츠를 읽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과정이 귀찮거나 어렵게 느껴지나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질문을 던지며 영상을 보는 연습을 이어나가다 보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미디어를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창작자들이 만든 내용과 그것에 담긴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이용자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 과정부터 질문을 던지고 능동적인 이용자가 되는 방법인데요. 이러한 과정 전체를 바로 ‘미디어 비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비평은 어떤 형태의 미디어나 개별 콘텐츠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활동입니다. 이는 신문이나 영화, 텔레비전, 음악, 문학 등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에 모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구체적으로 콘텐츠의 전반적인 특징이나 이야기의 완성도, 시청각적 표현과 같은 형식미, 작품 속에 품은 메시지, 나아가 사회문화적 의미 등을 평가하고 분석합니다.
물론 미디어 비평은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누가 작품을 보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의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청소년기부터 콘텐츠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경험이 쌓인다면 미디어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관점과 시각을 찾아갈 수 있고, 문화와 사회를 다각도로 이해하며 사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OTT 콘텐츠 비평의 순서
그럼 지금부터는 미디어 비평 중에서도 OTT 콘텐츠 비평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알아보도록 하죠. 그전에 어른들이 만약 자녀나 학생과 함께 OTT 콘텐츠를 시청한다면, 영상을 비평하는 경험이 숙제나 시험처럼 느껴지는 억지스러운 활동이 아니라 콘텐츠의 시청 경험을 더 풍부하게 확장시키는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OTT 콘텐츠 비평을 시작하는 몇 가지 단계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단계) 콘텐츠 감상: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콘텐츠를 감상해야 합니다. 원하는 OTT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선택하고 시청합니다. 이때 주의 깊게 스토리, 연출, 연기, 대사 등을 관찰하고 인상 깊은 장면이나 주제를 기억합니다.
2단계) 감상 후 시간 확보:
콘텐츠를 감상한 후에는 감상한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하기 위해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감상 후에 즉각적인 반응을 표현하지 않고, 잠시 시간을 두고 여러 측면을 고려하며 자기 생각을 정리합니다.
3단계) 분석과 평가의 시간:
콘텐츠를 비평하기 위해 분석과 평가를 진행합니다. 이때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토리의 완성도, 연기의 퀄리티, 캐릭터의 발전, 시각적 요소, 음악 등을 평가합니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를 생각하며 평가합니다.
4단계) 개인적인 의견과 근거 찾기:
비평은 주관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감상한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 이유를 표현해야 합니다. 왜 그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또는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합니다.
5단계) 구조화와 표현:
각자 콘텐츠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을 말한 후에는 글로 이를 정리하여 서술하도록 이끌면 좋습니다. 짧게라도 감상문이나 비평문을 글로 작성할 때에는 구조화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시작, 중간, 결말 등 콘텐츠의 요소를 구성하는 다양한 측면을 다루며, 명확하고 간결하게 의견을 표현합니다.
제안한 것처럼 OTT 콘텐츠 비평을 단계별로 진행할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비평에 대한 의견을 말하거나 비평문을 작성할 때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평의 영역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앞서 말했지만,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콘텐츠에 대한 비평을 할 때는 가능한 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과 경험을 과도하게 반영하지 않도록 주의시켜 주세요. 신뢰성을 갖춘 비평이 상대를 공감시킬 수도, 설득시킬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끼리 한 작품을 본 후, 작품을 본 감상을 나눌 때에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도록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해요. 타인의 의견이나 전문 비평가의 평가를 참고하고, 다른 시리즈나 영화와 비교 분석해 보면서 하나의 작품에도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런 단계를 따라 비평을 시작하면 체계적이고 의미 있는 비평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비평은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청소년이 자신의 생각을 주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생동감 있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