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인스타에는 올리지 못한 글
뭐라도 맛있는 게 먹고 싶었던 날에 먹었던 건 결국 인스턴트 라면이었고 어디라도 놀러 나가고 싶었던 날에도 나는 집에 처박혀 있었고 누구라도 좋으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날조차도 그 누구와도 만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날들은 그랬다. 당연히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놀러 나가고 싶은 날에는 나가고, 누구라도 좋으니 만나고 싶은 날에는 그렇게 누구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정말이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가고 싶은 곳을 가더라도, 심지어 누구나가 아니라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더라도 남는 건 공허함 뿐이었다. 만족감은 잠시뿐이었고 이윽고 죄책감과 불안감이 스토커처럼 따라붙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항상 길었고, 어두웠다. 어째서 이렇게 불안해해야 하고,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다른 어떤 것보다 두려운 것은 이게 나의 전부일까 봐, 목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이럴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