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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이 공감컴퍼니 Jan 27. 2020

상담사의 꿈을 꾸게 한 청소년 캠프

65회 유스캐빈 청소년캠프


얼마전 65회 유스캐빈 청소년 캠프를 다녀왔다.

대전 어느 산자락, 20년쯤 된 청소년 수련관 건물에 100명 안되는 아이들에 자원봉사 교사가 50명이 되는 말도 안되는 캠프다.


나는 중학생이던 1988년 2회 캠프부터 참가 했으니 30년이 되었다.

'성서유니온 청소년 등잔불 캠프'

아직 유스캐빈캠프로 독립하기 전의 이름이다. 성서유니온과 관계가 있던 외삼촌께서 자녀와 조카들을 청소년 캠프가 열린다며 보내셨다.


       


매우 보수적인 교회를 다녔던 나는 설교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삶의 정곡을 찌르는 내용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그리고 젊은 대학생 선생님들이 돈을 따로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청소년들을 예의를 다하여 대해주셨다. (소중하게 대하셨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을 거 같아서...) 교회에서 청소년들은 말썽을 일으키기 쉽상인 존재로 취급되거나, 동원인력처럼 잡다한 일을 하기도 하고, 아직 청년처럼 주된 일은 하지 못하는 뭔가 메인이 못되는 존재였다. 그런데 색색깔 종이로된 명찰이나 안내문이나, 선생님들의 따듯하고도 열정적인 지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인생과 종교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가진 내 또래의 많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캠프의 시작은 '포크댄스'였다. 나보다 더 보수적인 교회를 다녔던 부산 친구들은 기독교 캠프에서 모르는 남녀가 어떻게 포크댄스를 추며, 댄스로 캠프를 시작하냐면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2회 캠프에서는 아직 그런 열성분자가 없었고, 모두들 수줍게 인사하면서 포크댄스에 빠져들었다.

        


 그 뒤 이어졌던 독도법 프로그램은 실제 지도를 들고 3시간여 동안 동네의 주요 포스트를 찾아내 방문하고 돌아오는 프로그램이었다. 모르는 친구나 언니 오빠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캠프가 끝나고는 선생님들께서 삼삼오오 아이들이 사는 동네에 성경공부 모임을 꾸려주시고, 매주 방문해 주셨다. 캠프가 끝나고 다른 동네 사는 다른 성경공부팀의 의 안부를 묻곤했다. 당시엔 삐삐도 핸드폰도 없어서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다음캠프에서 다시 만나곤했다.


나는 선생님들과 인격적인 교제를 하면서 청소년을 존중하는 대화가 어떤 힘을 가지는 지 경험을 했다. 언제나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생님들, 아무리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도 깔깔깔 웃으며 들어주시는 분들. 개인적인 어려움들이 가벼워지면서 상담사가 되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때는 상담사가 직업으로 먹고 살만한 건지도 잘 몰랐지만 내가 크면 상담빌딩도 생기고 먹고 살수 있을 뿐 아니라 , 상담사가 사회적으로도 많은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대학생이 되서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대학원에 가고 또 직장을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캠프에 참가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녔던 두 명의 청년이 어린아이들과 처음 캠프를 했다던 이야기나, 호주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렸다는 한달짜리 청소년 캠프 이야기들은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나와 친구들에게 캠프는 하나님과 깊이 대화하고, 꿈을 꾸고, 그리고 고향이 된 곳이다. 가난했던 하마대장 김목사님의 청바지와 단벌 스웨터인 겨자색 스웨터, 마복숙 선생님이나, 임소영 선생님 정기영, 원남희, 최영봉 목사님과 올랐던 남한산성과 한강고수부지, 떡볶이 집들. 우리 의 가슴속에는 사랑의 빚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나는 나의 내담자들에게 나눌 사랑과 지혜를 달라고 기도한다. 그건 단순히 상담을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여전히 철딱서니 없던 나를 바라보며 웃으시던 선생님들의 눈동자를 기억한다. 나는 어떤 눈동자로 내담자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번 캠프에서 고3 담임을 맡았는데, 특수체육교육과에 입학하는 은수가 하나님께 '사랑을 달라고' 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이 아이의 진지한 마음과 사랑, 그리고 나에게 꿈을 주었던 캠프와 선생님의 사랑,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서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 마음속에 지금까지도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다.

        


유스캐빈 캠프는 그냥 이름없는 작은 캠프일 뿐이다. 하나님을 담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그릇이다. 하지만 이속에서 참 많은 일들이, 많은 청소년들이 자라났다. 하마대장님은 이 캠프에서 기독교를 이끌 지도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하셨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많은 캠프가 생겨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그 점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요즘 더 많이 든다. 선생님과 학생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런 소규모 캠프는 찾아보기 힘들다.


캠프가 많은 선생님의 수고로 30년 넘게 이어져 왔음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책을 내보려고, 글을 썼다.

성서유니온에 들고 갔는데 거절되었다. 글은 좀 못썼다면 편집을 잘 해주시면 될테지만......성서유니온에서는 더이상 캠프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고, 내가 유명인사가 아닌 것도 이유인듯 하다. 다른 출판사에서도 같은 답을 받았다. 지금처럼 스스로 수련회를 할 없는 작은 교회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정겹고도 깊이있는 캠프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람으로 글을 써봤지만 그건 내 바람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형편이 닿고 캠프가 받아줄 때까지 한 사람의 자원봉사자로 계속 참가하는 일인가 보다. 외모도, 마음도 멋진 쥬니어 교사들의 젊음과 열정을 보면서 물러날 시간이 온다면 아쉬워도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캠프파이어가 있던 둘째날 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느라 고개를 젖히고 그 반짝임을 음미하면서 아이들은 또 저마다의 꿈을 꾸고, 소원을 빌었을 거다. 마음이 순수할 때 드리는 기도는 더 강렬하고,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 소원들과 기도가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이루어지길 바란다. 캠프를 거쳐가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하길, 하나님을 깊이 알고, 인격적으로 온전히 성장하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v7FtphTwBRE&t=508s

  165화 [청소년패널] 영화 [부활]을 보고_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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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링크]

1부 http://www.podbbang.com/ch/12471?e=23...

2부 http://www.podbbang.com/ch/12471?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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