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달라졌을 거다.
상담사의 일상도 많이 달라졌다.
상담이 확 줄었고, 문을 닫은 달도 있었다.
그대신 줌 온라인 상담이 늘고 있다.
지방출장이 잦으신 분과도
지방에 사시는 분과도
해외에 계시는 분과도 줌 상담은 매우 유용하다. 물론 대면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중 가장 인상적인 줌 내담자는 초등학생 내담자들이다.
상담실을 오픈하면서 초등내담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느새 초등학생 내담자들이 많아졌다.
나의 메인 내담자들이 초등학생들이 아니어서인지
이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
엽.
다.
장난감 많고, 그런 유치한데는 싫고, 상담 이야기하는데 가고싶다고 해서 오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깜찍한 녀석들 ㅎㅎ.
엄마가 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판단하신 경우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는 여러번 강조한다 '저는 놀이치료 전문이 아닌데....'
그럼에도 어른처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초딩들이 열심히 온다.
거침이 없다.
오자마자 묻는 많은 초딩 질문 중 하나.
"선생님 한달에 얼마 벌어요?"
요즘 아이들은 자본주의를 온 몸으로 실천하고 실현하려는 듯 보인다.
초딩상담이라고 짧지 않다. 50분을 꼬박 진행된다. 하지만 50분이 길다고 하는 아이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나의 체력이 좀 딸릴 뿐이다. 모래놀이 했다가 이야기 했다가 색종이 접었다가 지점토 했다가 이런 활동을 많이 하는 날도 있고, 고작 1,2학년밖에 안됐지만 내내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귀여운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 중에 잊을 수 없는 호칭이 있다. 지금도 떠올리면 뭉클해진다. 그건
'마음 선생님'
이다. 아이들이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영광스럽기도 하고, 참 포근하고 따듯하게 느껴진다. 그 애와 내가 나누었던 이야기와 감정들이 가득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절이 되어 초딩 상담은 전면 중단했다. 그런데 줌이 초딩들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줌으로 초딩내담자들을 만나다보니 줌에서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역시 넘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공통점이다.
그 아이의 인형, 프라모델, 피규어, 화분, 사진, 읽고 있는 책, 그리고 자신의 작품들.
작품들을 보여줄 때면 왠지 뭉클해지고, 나도 모르게 큰 박수를 치게 된다.
어른들이라도 상담시간에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생에는 세경지가 있다고 했다.
짐을 지고가는 낙타의 경지,
조금은 자신의 의지를 발동하는 사자의 경지,
의식하는 것이 없이 자유로운 어린아이의 경지..
어린아이도 인간인지라 완전하진 않지만 비교적 자유롭고, 소박하다. 자랑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보다 심플하다.
어른 내담자분들은 뭔가를 자랑하고 싶을 때 허락을 구하신다. 나름의 어른으로서의 예의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그러는 일이 없지만.....어쨌든 자랑을 편하게 할 수 있어 좋고, 그분의 기분좋음을 나눌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칭찬과 인정을 받아 싫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내 자랑을 그대로 받아주고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있는 건 큰 힘이 된다. 이제 그런 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어른에게도 큰 힘이 된다. 유치함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 어린아이가 되는 순간,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는 또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