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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잘 하고 계신가요?

By Wodian Grace Choi

by Grace Choi

코로나로 재택근무 많이들 하시지요? 사실 재택근무할 수 있는 직종이라면 복받으신 겁니다. :) 그런데 재택근무 안 하다가, 재택근무하는 거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처음 재택근무를 했을 때는, 전 직장 사무실 이사 이슈로 한 달간 했었는데 12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 이틀 정도는 정말 좋았는데 그 이후에는 뭔가 붕 뜬 것 같고, 일을 해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막막하더라고요. 중간중간 미팅 차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어찌나 집중이 안 되는지... 쭉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사무실의 내 자리, 내 컴퓨터, 적절한 소음 뭐 그런 환경에 최적화되어 일하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티비도 보던 공간에서 일을 하려니 자꾸만 눕고 싶고 놀고 싶고... 그렇다고 편히 놀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시간이 반복되었지요.



어쨌든 그 한 달은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흘러 워디랩스를 창업하고, 우리는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창업자인 Jasmine은 싱가포르에 살았고, 저는 서울에 있었으니까요. 직원일 때와 스스로 대표가 되었을 때 업무 몰입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환경 따위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요. 집이든, 카페든 컴퓨터가 있으면 눈에 불을 켜고 일에 달려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후 회사를 키우기 위해 새로운 멤버를 초대 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고집하면서 일을 했지요. 10년 전 제가 얼마나 재택근무에 적응하지 못했던 직원이었는지 까맣게 잊고 말이지요.



이후 워디랩스와 함께 한 분들은, 솔직히 재택근무를 어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유 사무실을 구해, 그곳에서 한동안 일하기도 했지요. 나쁘지 않았지만 회사가 잘 될 때는 교육과 코칭으로 사무실을 쓰는 날이 거의 없었고, 회사가 너무 조용할 때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짐을 했지요. 재택근무를 잘만 활용하면 사무실을 이용해야 하는 계륵 같은 상황에서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했고, 우리는 이렇게 일하기로 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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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도의 자율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은 바로 무조건적인 '신뢰'이다.


누군가를 신뢰하고, 그 일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믿으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는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무조건 믿었습니다. 믿으니, 정말 다들 잘 했습니다. 극도의 자율성이 부여된 것이지요.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저 역시 제 마음대로 시간을 썼지요. 다만 하기로 한 목표와 그 목표에 대한 '질'에 대해서는 서로 냉정한 피드백을 했지요. 실제로 워디안들은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했습니다. 자신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일을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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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만나지 않는다고,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훨씬 더 많은 소통이 사실 필요하지요. 일단 우리는 오전에 서로의 안부를 간단히 물으며, 업무 목표를 설정합니다.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설정하고,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괜찮은 목표인지, 달성 가능한 수준인지도 서로 체크해 줍니다. 가령 너무 오버해서 목표를 잡으면, "그레이스 그건 이번 주 금요일까지 해도 늦지 않아! 오히려 급하게 해봐야 퀄리티가 안 나올 거야!"라고 바로바로 목표를 피드백 해 줍니다. 디테일한 업무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바탕으로 각자의 시간과 환경과 에너지를 고려해서 수행하고 그 수행 방법과 시간은 존중해 주지요. 중간중간 카톡이나, 이메일로 소통하며 보완하긴 하지만 글을 써야 하거나 등의 고도의 집중시간이 필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몰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서로 많은 배려를 해 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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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택근무의 장점을 최대한 누린다.

집에서 근무해서 좋은 점이 뭘까요? 일단 편안한 옷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출퇴근 시간의 복잡하고 답답한 대중교통지옥도 피할 수 있고요. 그리고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와 얼굴을 더 많은 시간 볼 수 있습니다.(물론 질적으로는 좀 떨어집니다) 병원을 가거나, 우체국을 가거나 하는 볼일도 좀 덜 복작거리는 시간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누리면 됩니다. 누릴 수 없는 이유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근무환경에 익숙해져서 반드시 9시부터 6시까지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입니다. 저는 진정한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이 근무시간에 대한 압박 자체를 벗어버려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집이 회사가 아닌데, 어떻게 같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집은 방해를 받는 요소가 많은 곳입니다. 그러니 방해를 받는 그 시간은 일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거나, 몰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그 시간에는 그냥 집에서 해야 하는 다른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조용한 시간대 (아이가 잠을 자거나, 새벽 등)에 몰입감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집중하면 됩니다. 충분히 그 시간을 활용해도 평소 하는 일의 성과 그 이상을 해 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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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잘 먹고, 많이 움직이기!


낮에 혼자 밥을 먹으면, 잘 못 챙겨 먹습니다. 라면이나, 간식으로 대신하기도 하지요. 대단히 잘 먹을 필요는 없지만, 세 끼를 영양소 잘 챙겨서 잘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못 먹는 영양가 있는, 집 밥을 챙겨 먹는데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많이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금방 뱃살 붙고, 몸이 무거워집니다. 출퇴근으로 왔다 갔다 하는 에너지가 꽤 큰데 그 시간이 줄었으니, 그만큼 움직여야 합니다. 저는 동네 산책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나름 노력하지만 일에 집중하는 날들은 움직여야 하는 것을 완전히 망각하고 열 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한 바로 다음날은 어깨와 목이 양껏 뭉쳐 두통으로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움직입시다!!!





일단 재택근무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시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무척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좋습니다.



코로나19로 시도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기업에서 알게 된다면, 진정된 후에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차원에서는 나쁜게 별로 없거든요.. :)


다만, 성과를 보여주어야겠지요. 그것이 가능하다는! 그리고 팀의 리더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지요. 믿어주고, 목표를 적절히 주고, 그 과정 과정에서 시간을 쓰는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진짜 일의 본질에 가까운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그 '역할' 말이지요. :)


https://www.youtube.com/watch?v=SHomkgQxYDM





Be wodian


Grace Choi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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