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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지 May 19. 2023

좀 심플한 삶을 살고 싶어

"당신의 인생을 청소해 드립니다."


집을 청소해 주는 청소 업체가 있듯이 내 삶을 청소해 주는 "당신의 인생을 청소해 드립니다." 청소업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유 없이 지치는 회사생활, 복잡한 인간관계,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는 통장잔고들 사이에서 건강하고 정돈된 하루를 보내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가벼운 근력운동하기. 3km 정도의 짧은 러닝과 산책으로 활기찬 아침 시작하기.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간단한 아침 식사 후의 독서까지. 상쾌한 아침을 마지한 후엔 2km 남짓한 회사로 걸어서 출근을 해요.


출근 후엔 프로페셔널하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식사는 오후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게 가볍게 먹어요.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독서하기. 오후 업무를 마친 후엔 6시 정시퇴근! 또다시 걸어서 퇴근을 하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전화통화를 하고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식사를 준비해요. 배달음식이 간편하기는 하지만 식사 후 나오는 쓰레기와 높은 배달비 때문 에라도 집에서 간편하게 해 먹어요. 식사 후엔 운동을 하거나 친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계발 시간을 가져요. 잠들기 전엔 피부관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다이어리를 쓰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요.


아! 주말에는 좋아하는 캠핑, 등산, 러닝,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낸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원하는 제 삶의 모습이에요.

어떤가요?

매일매일이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늘 제가 상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즐거운 분위기에 과음을 하거나, 운동 중 다치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기도 하고 무리한 활동으로 체력이 바닥나기도, 혹은 한 달에 한번 호르몬에 영향을 받을 때면 하루의 일정이, 한 주의 일정이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그래서 내 삶을 청소해 주는 청소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운동 중 발생한 부상을 케어해 주고, 혹은 부상이 생기지 않게 미리 컨디셔닝을 해주고 운동스케줄을 짜주면 좋겠어요.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지 않게 미리 납부해야 할 세금에 대비해서 소비 캘린더를 작성해 주고, 충동적인 소비를 하지 않게 옆에서 워워~진정시켜 주고 납득시켜 주는 그런 청소부요. 가끔 무리한 날이면 바닥난 체력을 위해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식단과 영양제를 준비해 주고 집 정돈 조차 할 힘이 없는 저를 위해 집을 청소해 줄 그런 청소부 말이에요.



문제는 실제로 이런 일을 해줄 청소부가 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제 몫이란 거예요. 과거에는 머리가 복잡하다는 생각을 했고, 안정된 삶을 살고 싶어 노력을 했고, 이제와서는 내 삶이 좀 심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나이가 아직 28살이라 서툴러서 그런 걸까요? 컨디션을 관리하는 일도, 돈을 다루는 일도, 나 자신을 가꾸고 정돈하는 일도, 주변 사람을 챙기는 일들 모두 어쩜 이리 서툴고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저희 엄마는 27살의 나이에 저를 낳아서 기르며 직장생활까지 하셨는데 말이에요. 어쩌면 그동안 너무 걱정 없이 살았던 걸까요?


그렇다고 해서 삶이 매번 복잡한 건 아니에요. 마치 삶이 여러 개의 큰 덩어리로 이루어진 것처럼 어떤 시기엔 일이 잘 풀리고 자신감이 넘치면서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에너지가 넘치는 순간도 있고 또 어떤 시기엔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고 쉽게 지치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도 있어요. 제 삶에 긍정덩어리와 부정덩어리가 시기별로 번갈아서 찾아오는 느낌이에요.



'가벼움은 예술이다. 평소 우리는 수천 가지의 무게에 눌려 있다. 과거, 잃어버린 행복, 실연, 현재 이뤄야 할 것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아라는 무게에 눌려있다.'

                                                                                    출처 : 도서 <모든 삶은 흐른다>



가벼운 삶에서 오는 만족감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걸까요. 과거에 붙잡혀 있는 생각, 후회, 현재와 미래에 이뤄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난 그런 심플한 삶이요. 이제는 스스로 제 삶의 청소부가 되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삶이 심플하게 잘 흘러갈 때는 좋은 에너지들이 흘러넘쳐서 과해지지 않게, 그래서 순식간에 부정적인 시기를 맞이하지 않도록. 부정적인 시기가 찾아왔을 때는 크게 낙담하지 않고 쉽게 삶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놓으려고요.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시기가 오면 그 순간을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다시 제가 원하는 흐름으로 시간을 이끌어 갈 수 있었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좀 더 치열하게 삶에서 보다 긍정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갈 예정이에요.







'삶이란 바다처럼 다양한 색을 띤다. 어느 날은 눈부신 푸른색이었다가 또 다른 날은 짙은 회색이다. 바다의 빛이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처럼 산다는 것도 그러하다.'

                                                                                             출처 : 도서 <모든 삶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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