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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츄르 Sep 09. 2022

브런치 어플 메인 노출 후기

브런치 홈탭의 추천도서 선정 후기

때는 잠도 거의 자지 못하고 시뻘건 눈으로 키보드를 폭행하듯 두드리고 있는, 악에 수요일이었다. 전날 광고와 판매를 진행하기로  플랫폼의 말바꿈 때문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다. 영업자가 전화상 협의한 내용을 확인 사살하는 메일들에 메일 회신이 아닌 전화로만 답을 했기 때문이다. 전화가  편한가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모든 것이 확정되고 뒤통수를 맞았다. 세금계산서 발행일정 얘기를 꺼낼 때가 되어서야 기존에 협의했던 금액의 1.5배를 부르며 이게 최대 할인가라며 오리발을 내민 거다. 이러면 내가 곤란해진다며 비굴하게 숙여도 봤지만 상대는 단호했다. 금액은 물론 크지 않았다. 나에게는 크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돈이었고, 처음부터  금액으로밖에 진행을 못한다고 확실히 얘기했다면 아무 것도 문제될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컨펌되고 보고가 끝난 상황에서 엿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상사였어도 깰만한 상황이라 혼날 각오를 하고 다시 모든 것을 진행했다.

회사원 짬밥이 그래도 7년차다. 어지간한 건 아주 사소한 것까지 문제가 되거나 책잡히지 않도록 기록과 증거를 남겨두는 편인데 핸드폰이 구형 아이폰인 죄로 통화 녹음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마 아무리 구두였어도 명백히 진행하겠다고 한 내용을 번복할 것으로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그깟 몇 푼 안되는 돈 더 벌자고 이렇게 예의없는 짓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제안하는 상품이, 우리 브랜드가, 아니 더 나아가 내가 몸담은 업계 전체가,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 다시 제휴를 하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을 정도로 본인들이 보기엔 형편없었던 거지. 하긴, 7년차 연봉이 다른업계 신입 수준인데 오죽하겠나. 아니면 아무리 함부로 굴어도 제발 우리거 해달라며 매달릴 거라 생각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었던가. 그 어떤 경우이든 내게는 상처가 되었다. 다행히 크게 혼이 나지는 않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전날 잠도 제대로 못잤다. 배신감과 자책과 열등감이 뒤섞인 매우 비위생적인 기분으로 업무를 미친듯이 쳐내다가 화장실 가면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때까지는 휴대폰을 확인할 일이 없었다. 업무 단톡방이 몇 개 있고 그걸 또 일찍 확인해 날 부르는 말에 빠르게 대답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어서 피씨 카톡을 깔아놨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적인 메시지들도 확인이 되어 휴대폰 볼일이 없었다.

출근하고 방광이 찰 때까지의 시간동안 한번도 켜지지 않았던 휴대폰 화면을 켠 순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휴대폰 화면이 생전 울릴 일 없던 브런치 알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최근에 글을 올리지도 않는데 갑자기 구독자와 좋아요가 폭발하다니, 자연스럽게 예전에 다음과 카카오뷰 메인에 내 글이 노출됐을때 이런 일이 일어났던게 떠올랐고, 통계에 들어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회수가 높지 않았다. 1,000도 되지 않는 조회수를 보며 나는 의문에 빠졌다. 보통 카카오나 다음 메인에 노출되면 조회수가 금방 1만 대가 되고, 하루 2,3만 정도는 가는데 조회수에 비해서 구독자수나 좋아요 수는 많이 늘지 않았던 게 기억났다. 그런데 체감 상, 구독자 수와 좋아요가 그때보다 10배는 빨리 느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이게 뭔일인가, 기분 좋으면서도 궁금함 때문에 말려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별 생각 없이 홈 탭을 클릭했다.

응?

내 브런치 북이 브런치 어플 홈 탭에 떠있었다. 처음에 접속해서 알림을 봤을때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알림이 크게 떠있어 보지 못했던 거다.

처음에는 내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혹시나 하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보인다고 했다. 브런치 홈 화면에 늘 추천 브런치북이 떠있는건 봤지만 그건 구독자 수가 많거나 인기있는 브런치나 그렇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브런치 홈화면 정책이 바뀌어서 본인 브런치북이 있는 사람은 그게 노출되거나, 아니면 평소에 자주 들어가서 보았던 타인의 브런치북이 노출된다고 생각했다.

"뭐 좀 확인좀 해줄 수 있겠니."

결국 나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를 호출했다. 브런치 어플이 가장 많이 깔려있는 업계는 아무래도 책이나 글과 관련된 곳일거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너 아무나, 내 브런치 들어와 본적없는 출판사 사람들한테도 이렇게 뜨는지 확인해줄 수 있어?"

다른 사람들 브런치 어플에도 내 브런치북이 보인다는 친구의 확인사살을 받은 후에야 나는 비로소 내 브런치북이 메인 화면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일단 브런치 앱을 켤 때마다 내 브런치북이 보이니, 신기하고 뿌듯해서 자꾸만 브런치 어플에 접속하게 됐다. 고맙게도 좋아요와 구독을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해 오전의 그 불쾌한 감정들은 씻은듯이 사라졌다. 내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세상 아직 살 만하구나 싶었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홉시가 되자,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브런치 어플 홈 메인에서 내 브런치북은 내려왔다. 짜릿한 기분이 가라앉자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별 거 아닌 걸수도 있었다. 브런치 북을 발행하고 나면 돌아가면서 AI가 한번씩 추천 브런치북으로 메인에 띄워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날의 경험은 퍽퍽한 삶에 기분좋은 전환이 되었다. 덕분에 힘을 내 소소한 글이나마 계속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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