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공교육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 학기말에 들어섰다. 아이가 졸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초등 입학을 앞둔 조카와 최근 알게 된 주변인들을 보면서 취학 전 여러모로 알아보았던 것들이 생각난다.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기에, 6살에 5월에 이사를 하면서 이왕이면 유치원 전학보다는 입학에 맞춰 유치원부터 옮겨두고 2개월간은 약간의 장거리 통학을 했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녔기에 출근길에 학교까지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지하철역에 어머님과 아이를 하차시켰다. 지하철역에서 다소 거리가 있던 거리를 2개월간 오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녔을 텐데, 어머님도 손자도 유치원 등하굣길에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다 함도 감사한 일이다.
4월 생이라 12월 생보다는 아무래도 성장 면에서 좀 빠르기도 했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의 독서 수준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고학년들이 읽는 책들도 가까이했다. 남편도 조기 입학을 했어서 나이상 유리한 점이 있었던 거 같았고, 가족들도 동의해서 조기입학 신청을 잠시 고민했다.
조기입학에 대한 선택권은 오롯히 부모의 결정에 따른다. 물론 일찍부터 자기주장을 근거 있게 내세우는 아이였기에 의견을 묻기는 했지만, 아직 미취학 아이다. 또한 미성년자와 관련된 사항은 모두 법정보호자인 부모에게 1차적으로 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서 조기입학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한참 다양한 채널들을 활용해서 검색하던 기간을 가졌다. 늘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야 오롯이 내가 내린 결정을 내가 책임진다지만, 아이의 삶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지금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여러가지 고민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았던 무게라 보인다. 다만, 초등학교 조기입학은 그래도 선택권을 하나 더 부여받은 것이고 그 카드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니 다소 여유가 있었던 거 같다.
조기입학이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많이 쓰이진 않는단다. 특히 최근(내가 고민했던 6년 전)에는 무엇보다 아이의 체격 발달, 운동 신경이 또래보다 건장하지 않다면 아무래도 치일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학업적인 부분에서는 곧잘 할 거고 유치원에서 배우는 활동이 아이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거 같아 조기입학을 해볼까 하던 건데, 내 아이는 마냥 가냘픈 체격이다.
관할 교육청에 문의하면 주소지에 따른 초등학교 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립초등학교를 조기입학했을 때의 선생님과 학우들에 대한 시선보다는 도보로 통학 가능한 사립 초등학교에 추첨권을 한 번 더 받을 기회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독서 교육과 맛있는 급식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타 사립초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인 학비로 맞벌이 가정에게 당시 인기가 가장 높았던 초등학교였다.
우선 학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기에 2015년 10월 신광초등학교 입학 설명회 참가 신청을 먼저 했다. 그리고 11월 13일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 그간 나름 지역에서 유명한 사립유치원 설명회를 몇 곳 참석했었고, 매번 국공립유치원이 되었다. 유치원은 사립과 공립 시설은 비교 자체가 안되었다.
시설도 그렇고 아이의 성향상 세심한 케어가 필요할 거 같아 마음이 끌렸던 사립... 조기입학 신청으로 7살에 추첨을 넣어보고 이번에도 떨어지면 8살에 다시 도전해보자. 그리고도 안되면 내가 낸 세금을 다시 찾아 쓰는 거다.
만약 추첨이 되었다면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거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먹고 조기입학을 신청했다. 2015년 신광초 신입생 추첨에선 뽑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 11월 신광초 입학설명회를 재차 참석해보고 8살에 두 번째 넣은 입학원서도 낙첨의 맛을 안겨주었다. 그 외에도 당시 국립에서 빠지긴 했지만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추첨에서도 떨어졌다.
유치원 입학 추첨 4번, 초등학교 입학 추첨 3번 모두 낙! 아이의 운명은 공립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사립 국제중학교 입학 추첨에도 행운은 다른 이에게 갔으니 엄마·아빠에게 교육비를 아껴주려는 운명적인 것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