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대의 피아노로 시작한 1984년 LA올림픽
안녕하세요. 이번 주 화요일 정말 날씨가 추웠죠?
다들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 유념하시길 바라요.^^
다가오는 2018년 2월 9일부터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진행됩니다.
지난 1일부터 101일간의 여정으로 성화봉송도 진행되고 있고, 서울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KTX가 시행되면서 평창 동계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펼쳐질 15개 종목의 경기도 기대되지만, 개막식과 폐막식의 화려한 행사도 기대 되실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할 음악은 1984년 LA올림픽 개막식에서 84대의 피아노로 연주된 클래식 곡으로, 우리들에게 이미 매우 익숙한 곡입니다.
아마 음악을 들어보시면 "아! 이 음악 들어봤어!" 하실 것 같아요.ㅎㅎ
클래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곡가
뉴욕 브루클린 출생인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쉰은 유태계 러시아인인 이민의 아들입니다.
거쉰의 가정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으나 화목했고, 부모님들도 자녀들의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거쉰이 나이 12살 때 형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어려운 살림에도 그를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였고 화성학을 배우게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거쉰은 여느 음악가처럼 학교에 진학한 것이 아닌 악보 출판사에 전속 피아니스트로 취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음악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에 전속 작곡가로 취직한 것이죠.
거쉰은 학문적으로 음악을 배웠다기보다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1919년에 '스와니'가 대히트를 치면서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4년간 약 50곡의 파퓰러 송을 작곡했습니다.
이후에 재즈계의 거장인 화이트맨에게 알려지면서 그 악단에서 피아노를 연주했고, 심포닉 재즈라는 장르를 미국 내에서 구축하여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후에도 'F장조 피아노 협주곡'과 '파리의 미국인' 등 대표적인 곡을 작곡하였으며, 라디오와 영화계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였는데 1937년 39세의 나이로 뇌종양 때문에 급서 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곡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서머타임'인데,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는 멜로디를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파퓰러 송이 아닌 클래식 음악에도 그의 멜로디메이커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데, 더 많은 곡을 작곡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나 안타깝습니다.
우연에 의해 탄생한 음악 클래식 재즈 협주곡
'랩소디 인 블루'는 1924년 2월 12일 뉴욕의 에올리언 홀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음악회는‘현대음악의 실험(An Experiment in Modern Music)'라는 제목을 가졌으며, 거쉰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폴 화이트먼이 지휘했습니다.
이 음악회가 끝난 후 1927년 말까지 화이트먼 악단은 이 곡을 84회나 재연했으며 레코딩은 백만 장이 넘게 팔려나갔습니다.
사실 이 곡은 조지 거쉰이 5주 만에 작곡한 곡으로, 원래 제목은 '아메리칸 랩소디'였고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이었습니다.
'랩소디 인 블루'라는 제목은 거쉰의 형인 아이라 거쉰의 제안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이 곡의 탄생에는 재미있는 비화가 있는데, 3가지 정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1942년 1월 3일, 맨하튼 브로드웨이에서 조지 거쉰과 버디 드 실바는 당구를 치고 있었고, 그의 형인 아이라 거쉬은 <뉴욕 트리뷴>지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신문에 조지 거쉰이 몸담고 있는 화이트먼 악단의 콘서트 리뷰 기사가 실렸고, 기사 말미에는 "조지 거쉰은 재즈 협주곡을 작곡 중이다."라고 적혀있었다. 이를 본 조지 거쉰은 놀라 화이트먼에게 다음날 전화를 걸었고, 자신의 라이벌인 빈센트 로페스가 거쉰의 실험(재즈음악과 전통 클래식의 융합)음악을 표절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조지 거쉰은 보스턴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이 음악의 악상을 떠올렸는데, 열차의 바퀴와 선로가 부딪히며 내는 소음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2. 초연 당시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조지 거쉰의 악보에는 약 1페이지가량이 비어 있었다. 물론 지휘자인 화이트먼과는 미리 합의가 된 상황이었지만, 그로페가 쓴 총보에도 ‘(피아니스트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때 연주를 계속한다는 표시가 있었다. 초연 당시에 1페이지가량의 공백 부분에는 거쉰이 즉흥적으로 연주한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없어서 악보에 적지 못했을 뿐, 그의 머릿속에는 보스턴행 기차 안에서 이미 모든 음악이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3. '랩소디 인 블루'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도입부의 클라리넷의 글리산도 일 것이다. 이 클라리넷의 도입부는 당시로서는 꽤나 신선했고 현재도 이 부분으로 '랩소디 인 블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글리산도가 리허설 도중에 탄생한 것이다. 화이트먼 밴드의 클라리넷 연주자인 로스 고먼이 연습 중에 거쉰에게 장난하는 의미로 했던 행위였는데, 거쉰에게 좋은 호응을 얻어 "좀 더 울부짖는 듯이 연주해줘."라는 주문을 받고 실제 연주에서 적용하게 되었다.
*글리산도: 음에서 음으로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기법
이제까지 제가 소개해드렸던 음악들은 주로 유럽 음악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한 조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는 가장 미국적인 색채가 잘 녹아들어 있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들어오셨던 유럽의 음악과는 색다른 느낌을 받으 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자는 이 음악을 '흑인의 음악을 이해한 백인의 음악'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진지하고 학구적이었던 유럽의 음악가들과 다르게, 실전에서 또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았던 멜로디메이커 조지 거쉰이 자신이 느껴왔던 조국을 잘 표현해낸 음악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로 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ss2GFGMu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