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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Jan 04. 2021

도합 188세 4명의 10년짜리 행복 찾기 프로젝트

2020년 12월 31일을 보낸 우리 가족의 이야기

2020년은 여러모로 변화도 진통도 많았던 해였다. 코로나 때문이거나 혹은 다른 연유에서 거나,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빠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고, 나도 작은 방을 얻어 독립을 했다. 부모님은 앞으로 두 분이서 살게 될 그 언젠가의 시기를 대비하며 부부상담을 시작하셨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새삼 놀라웠던 사실은, 엄마 아빠는 거진 30년이 넘는 시간을, 나와 오빠는 평생을 함께 살아왔지만 서로가 서로를 정말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생각과 경험은 멀리 팽창해 나가고 그 가운데에는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안다는 오만함만 자라난 것이다. 그 간극에서 오는 오해는 때로 상처를 낳았다. 가족이라는 핑계로 다른 이에게는 절대로 요구하거나 바라지 않았을 것들을 원하게 되면서. 심지어는 표현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2019 @Taichung


나를 누구보다 잘 알만한 사람이 나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이니까 내가 이렇게 행동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해 주겠지.    


가족임에 감사할 만한 기억도 많지만, 함께 해온 모든 시간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전의 겨울에 떠났던 제주도 여행은 최악의 기억으로 남았다. 몇십 년 만의 폭설이 내려 그 어느 때보다도 하얗고 평화롭던 제주도의 풍경 속에서 날 선 한 마디 한 마디가 차곡차곡 쌓여 서로를 오갈 데 없이 만들기도 했다. 


겨울과 봄 사이 어디쯤


이런 일들이 우리 영화의 엔딩이 아닌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 것도 가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또 모진 세상 속에서 온갖 일을 겪다 보면 내미는 손이 많아지더라도 쉬이 잡을 수 있는 손은 결코 많지 않은 법이라. 




어쩌다 가족이 되어버린 우리는 2020을 보내고 2021을 맞이하는 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아빠가 생각한, 엄마가 그린, 오빠가 꿈꾸는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우리가 걸어온 길에서 같은 것을 보고도 우리는 어떤 다른 생각을 해왔을까. 


행복에 대한 질문을 10개 정도 추려, 같은 질문에 대해 서로의 답을 쓰고 나누고 공통의 선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10년 뒤, 다시 써보기로 했다. 올해엔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30년 남짓한 길을 정리해보고, 10년 뒤에는 그 간의 모습들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2020년 12월 31일, 열띤 토론의 흔적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이게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과연 우리는 서로의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런지. 가족이기 때문에 바라게 되는 일방적인 이해 없이, 편견 없이 서로의 얘기를 들을 수는 있을런지.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안고 시작해보려 한다.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상대방이 내가 내다볼 수 있는 저 어디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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