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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 Jun 14. 2024

숏드라마 플랫폼의 숙제 및 한국 기업의 기회

1. 최근 들어 숏드라마 플랫폼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중국이 글로벌에서 몇 천억을 벌고있다니 한국도 콘텐츠하면 빠지지 않는데! 라는 생각에 관심이 많으신 거 같습니다. 이 서비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마케팅비가 엄청난 걸로 아는데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라는 질문에, 저는 "그것은 결국 숏드라마라는 콘텐츠의 본질에 달려있지 않을까요?"란 답을 드립니다.


2. 콘텐츠의 본질... 이는 숏드라마는 제품인가 작품인가? 아니면 둘 다 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즉 숏드라마라는 틀 안에서 도파민 넘치게 5초 내에 눈을 잡아끌면서 빌드업을 해가고 주제 의식과 미학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숏드라마 플랫폼이 지속가능하게 잘 될 거 같고(회차당 과금모델일지는...), 천편일률적인 주제로 비슷한 감정선을 건드리며 충동적 소비를 이끌어내는 데 그친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굳이 숏드라마 플랫폼으로 가지 않고 틱톡(더우인)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전 제품으로서의 숏드라마는 이미 가치 및 활용 가능성이 입증되었다고 봅니다)


3. 중국 콘텐츠를 보다보면 가끔 어이가 없을 정도의 '개연성 없음'이 등장합니다.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전개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전개가 단기적인 자극과 만족감을 주는 셈이고 이것이 숏드라마의 강력한 셀링포인트로 작용해 숏드라마는 제품으로 급성장 해왔죠.


4. 현재 글로벌을 선도하는 중국의 숏드라마는 엄청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바탕으로 1년에 수천 개가 제작되고 유통되지만, 대부분 이런 형태의 '제품' 입니다. 공업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소 비용 및 제작기간으로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고 버려지는 구조이죠. 중국기업들이 이 모델의 끝이 어딘지 모를리가 없습니다. 이 상황의 끝에는 결국 바이트댄스와 유튜브, 메타만 웃고 있겠죠. 그래서 중국 기업들이 이걸 타개하기 위해 한국에 와서 작품을 만들자고 하는 겁니다. 그들은 제품으로서의 숏드라마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지하고 있기에, 한국에서 작품으로서의 숏드라마를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5. 중국에서도 이 문제의식을 가진 현지 예술가들이 비용을 높여 웰메이드를 만들어보려 했으나 숏폼 콘텐츠 플랫폼에서 기타 영상들에 비해(숏드라마 말고 다른 숏폼) 경쟁력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손해를 보는 형국이고 그나마 한국 업체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6. 숏드라마에서 "숏"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드라마"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숏에 찍으면 현재 중국의 주류 숏드라마가 되는 것이고 "드라마"에 찍었다가는 유통 플랫폼 내 도파민 넘치는 다른 콘텐츠에 도태될 것이니... 결국 작품으로서 숏드라마가 자리잡으려면 세상에 없던 하나의 장르가 개화되어야 할 거 같네요. 그 최전선에 한국 기업들이 자리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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