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자기소개서(X) 자기 소설서(O)
어제 종일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면서 글쓰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에 자주 들어갔는데 거기서 이런 말을 들었다. "자소서가 진정한 소설이지요.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내 보기(읽기) 좋게 만드는 거잖아요." 우스게 소리로 자소서는 없는 말 지어내는 자기 소설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다르게 해석했다. 소설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개연성 있게 조합해 보기(읽기) 좋게 만드는 작업인 것처럼 자소서도 내가 가진 이야기를 개연성 있게 조합해 보기(읽기) 좋게 만드는 것이다. 자 그럼 어제까지 알아봤던 내가 가진 네 가지(장애물, 강점, 성향, 지식)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보자.
먼저 내가 가진 네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장애물
중력 문제- 아이를 케어하는 주양육자다.
약점- ADHD일지도 모른다? 많은 역할에 비해 시간관리 능력이 약하다. 의지박약이고 게으르다. 추신: ADHD라는 것을 진단받아 시간 관리 능력이 약하다는 핸디캡을 정확하게 명명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브랜딩 하기는 더 좋을 수 있다. 물론 마음은 ADHD가 아니면 좋겠지만 말이다.
강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육아, 자영업)에서 나는 고급 입문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리고 프로 작심3일러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결심한 일을 해내기 위해 사방의 진을 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다.
성향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것에 대한 장점과 약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나에 빠져들면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어떤 것에 쉽게 중독되고, 그래서 그것을 경계하지만 새로운 주제를 만나 그것을 알아내는 방법으로 검색 포털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뒤져서 주제의 모든 것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 때문에 어떤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지식
구글링, 디깅 하는 나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지적 관심사를 대표하는 세 가지 키워드: 육아, 장사, 달리기? 자기 계발?? 다이어트????
회색 글자는 글쓰기 훈련소의 8일 차까지 미션을 수행하면서 미쳐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다. 그럼 위의 네 가지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기소개를 만들어보자.
짧은 자기소개(100자 내외)
두 아이를 키우며 작은 사업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커리어와 가정 그리고 나 자신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 매일 달리고, 읽고, 씁니다. (75자)
중간 길이의 자기소개(500자 내외)
반조리 떡볶이 '떡실신떡볶이’를 브랜딩 하여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5년간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시키면서 장사에 대해 배우는 기회가 되었고, 이제는 온라인을 통한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천성이 게으른 저는 부지런히 스스로를 단련하며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지런함과 느긋함은 서로 반대쪽에 있는 단어 같지만 사실은 같은 선상에 있는 단어입니다. 부지런함은 느긋함을 만들어 내고 느긋함은 부지런함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저는 이 것이 저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한다는 것은 많은 고충이 따르는 일이지만 작은 순간을 즐기며 아이가 자라는 만큼 저 역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합니다. 저는 이 것들을 토대로 저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더 많은 연결이 생겨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436자)
긴 자기소개 (1000자 내외)
나의 긴 자기소개는 진짜 입사지원서를 쓰며 썼던 자소서를 떠올리게 했고 여기까지 다 소개하는 게 맞는 건지 다시 고민하게 되어 잠시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나를 돌아보는 자기 발견 프로그램에서도 내가 나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드러 낼 수 있는지가 참으로 큰 화두였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질문들이 제 안에 남아 있나 봅니다. 이 프로그램을 마칠 때는 좀 더 다듬고 수용해서 드러낼 수 있는 긴 자소서가 완성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