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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디어아트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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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재애그 Oct 03. 2020

폐공장과 미디어아트의 힙한 만남, 제주 카페 <공백>

우아한 로봇의 춤을 보고싶나요? 유럽보다 더 파격적인 갤러리를 소개합니다

아담한 해변을 따라 펼쳐진 시골마을은 상상만 해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적이는 관광지보다 조용한 제주의 동쪽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구석 구석 멋스러운 공간들이 숨어있는 평대리, 세화, 종달리같은 보물들을 특히 애정한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드릴 유니크한 공간이 있습니다. 팀보이드(Team VOID)의 로보틱스아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구좌읍 동북리의 갤러리 카페 <공백>입니다.

탁 트인 바다로 연결된 입구. 언뜻보면 폐공장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제주공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달리다보면 투박한 회색 지붕이 보입니다. 언뜻보면 폐공장 같아서 '여기가 맞나?' 싶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걷다보면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매우 힙스러운 인더스트리얼 형태의 갤러리가 등장합니다.

건물의 틀만 남겨져있는 신기한 구조.

카페동을 지나면 갤러리동이 나옵니다. 건물의 외관부터 훑어보도록 동선이 짜여져있어요.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건물 아래 부분이 보랏빛 조명과 무심한듯 쌓여있는 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건물이 하나의 기묘한 작품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기묘한 보랏빛 조명이 공간의 무게를 더해준다.

신비한 통로를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면, 반전미가 있는 탁 트인 내부 공간이 나타납니다. 바닥과 천장 그리고 가운데 하늘로 연결된 창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화이트로 연결시키면서 마치 고대 신전같은 경건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공간과 빛을 활용한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제임스터렐의 작품을 제주스럽게 해석한듯한 느낌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공장을 재해석해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유럽의 미디어아트 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탄약공장을 개조해 만든 독일 미디어아트의 중심도시 카를스루에의 ZKM, 오스트리아 린츠의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개최지인 우체국 POST CITY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디어아트 그룹 팀보이드(Team VOID)의 로보틱스아트 작품

유럽 버금가라하는 이 공간의 중심에는, 주인공 팀보이드의 로보틱스 작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거울이 달린 로봇암 두 대가 대칭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마치 우아한 왈츠를 추는듯이 보입니다. 거울의 가운데에 서면 나의 모습이 앞과 뒤로 반사되어 무한한 이미지가 생성됩니다.

공간의 사운드도 참 인상 깊습니다. 로봇암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기계음과 텅 빈 공간을 가득 메우는 전자음악이 어우러져서 공간에 압도되는듯한 묵직한 느낌을 가져옵니다.

미디어아트 그룹 팀보이드(Team VOID)

서울대 공대 출신 송준봉, 배재혁, 그리고 석부영으로 이뤄진 미디어아트 그룹이다.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작품활동으로 국내외 호평을 받고 있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드물게 로봇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한다. 현대자동차 제로원, 젠틀몬스터, 나이키 등 기업의 브랜드를 독특한 아트로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