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POSTCITY 편
작년에 찾았던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일렉트로니카 2019. 코로나로 올해는 온라인으로 대체된 페스티벌을 보면서 무리해서라도 다녀오길 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엔 휴가를 영혼까지 끌어모아 출장과 병행하는 강행군에 넋이 나가 있었지만요. 참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입니다. 그래서 어렵기도, 재밌기도 하지요.
아르스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5일간 am 10 ~ am4 (거의 하루 종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장소에서 전시, 공연, 세미나, 강연, 밋업 등이 펼쳐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인 스케줄을 짜야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어요. 미디어아트 특성을 닮아 페스티벌의 커리큘럼도 오픈마인드 그 자체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인상 깊었던 전시작품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메인 본부인 포스트 시티에서 만난 작품들입니다. 페스티벌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과 기업, 학생, 연구기관의 실험적인 미디어 설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로보틱스 인스톨. EEG로 측정된 뇌파를 학습하여 로봇의 움직임에 반영되지만, 딱히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과도화된 정보사회에서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설치작품입니다. 거창하고 어려운 기술이 쓰인 이 무용한 작품을 보며 관객들도 호탕한 헛웃음을 짓고 한참을 보다 지나갑니다.
반딧불이에서 영감을 받은 60개의 작은 로봇 무리들이 레이저를 내뿜습니다. 각각의 로봇은 빛 감지기를 통해서 비주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며 서로 부딪힘을 피해서 움직입니다.
로봇이 움직이며 나는 소리와 빛, 랜덤 한 움직임이 마치 정말 살아있는 쥐 같이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해파리에서 추출한 발광 실크로 만든 조각상. 3D 입체안경을 끼고 보면 표면이 일렁거리는 느낌을 줍니다. 몸이라는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 보고자 하는 시도를 담은 작품입니다.
밖에서는 투명한 유리처럼, 안에서는 거울 같은 설치물에 들어가면 체험자의 모습이 연속의 조각으로 나눠져 보입니다. 작품이 회전하면서 그림이 여러 장 연속되어 보이는 애니메이션처럼
자신이 미디어스케이프로 보이게 됩니다. 새로운 형식의 Selfie를 제시한 이 작업을 직접 체험해보니 reflection 되어 맺히는 이미지가 마치 영화 메트릭스에서 나오는 데이터 형상처럼 느껴졌습니다.
햅틱 인터렉션을 이용하여 만든 살아있는 등고선.
사용자가 테이블 안의 모래로 모양을 만지면 실시간으로 등고선이 매핑됩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콘텐츠로 교육에도 활용되기 좋아 보였습니다.
원형 LED 바를 지나는 순간 모션 트래킹 카메라가 사진을 촬영. 카메라 앞에 머무는 시간 동안 캡처된 사진의 길이가 늘어나며 실시간으로 사운드와 함께 스크린에 매핑됩니다.
국내 광주에서 진행되었던 ISEA 2019에도 있었던 작품이어서 반가웠으며 이 곳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 벙커 속 작은 정원 사이를 거닐면 사운드와 라이트가 반응합니다. 새로운 숲의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한쪽 구멍에 얼굴을 대고 말을 하면 나의 소리가 변형되고 증폭되어 반대편에서 울려 들립니다.
다양한 국가와 시기의 라디오가 동시 재생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시간을 불러온 듯한 묘한 기분이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우체국 집하지 전체 구석구석을 채운 작품들을 하나씩 보려면 꼬박 하루 이상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작품들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투박한 공간에 파악하기 힘든 기괴한 작품부터 와우! 탄성을 내뱉을만한 대형 작품까지 다양했으나 공통적으로 이를 만든 작가들의 들끓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3편에서는 미디어 연구기관의 꽃 아르스일렉트로니카 센터의 전시와 수도원에서 펼쳐진 AI + Music 퍼포먼스, 성당과 공원에서 펼쳐진 공연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