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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란 Feb 04. 2020

 너도나도 교육전문가가 될때까지 쓰는 글(1)

마시멜로와 코코아

한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하늘은 파란 잉크를 쏟아 부은 듯이 눈이 시리게 맑다. 푸른 잎이 무성한 거대한 나무가 저 앞에 보인다. 아름드리 나무 꼭대기에 동화속에서만 본 것 같은 나무 집이 오늘 한나가 찾아가는 곳이다. 한나는 이마에 송골송골한 땀을 손등으로 닦아낸 후 삐그덕 거리는 나무 계단을 밟고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이라고 할수도 없는 엉성한 나무 발판들은 한나가 밟을 때마다 지탱하기 어렵다는 듯 끽끽거린다. 금방이라도 부러져버릴 것만 같아서 내려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나무집은 생각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었다. 아래서 볼때는 몰랐는데 모두 다 올라온 후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이정도면 4층 높이 정도 되려나. 현기증이 나서 어지러웠다. 그때 나무집의 문이 열리고 남자가 나왔다.
“오, 잘 찾아오셨군요! 운전해서 오셨나요? 여기 네비게이션이 안 잡혔을텐데, 주소가 없어서 말이죠.”


남자의 외모는 압도적이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근육질이었는데 살이 찐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도 꽤나 험악한 인상이었지만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마치 물에 기름이 뜬 것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약간 기괴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한나를 집안으로 안내한 뒤 의자를 내밀며 앉으라고 했다. 실내는 의외로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정돈되어 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캠핑용 컵을 감싸쥐고 연신 호호 불어가며 후루룩 마셨다.




“몽쉘 박사님이세요?”



한나는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네, 제가 몽쉘이예요. 다들 그냥 몽쉘 통통이라고 부르죠. 코코아 드실래요? 원하면 마쉬멜로도 넣어 드릴수 있어요.”
“아뇨. 이렇게 더운 날 코코아라니, 다른건 없나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든지.”


몽쉘은 어린아이처럼 멋적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여기가 전기사용이 좀 어려워서 얼음은 준비를 미처 못했네요. 다음엔 준비해 놓을게요.”
“전기사용이 어려운데 물은 어떻게 끓이셨어요? 코코아는 물이 필요하잖아요.”


몽쉘은 수줍게 보온병을 가리켰다. 한나는 피식 웃으며 진짜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전, 한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론’ 수업을 듣기 위해 이러닝 서비스를 웹에서 찾던 중 후기가 제일 많고 별점이 높은 교육 과정을 찾게 되었다. 교수명에는 ‘몽쉘박사’라고 되어있었고, 후기는 다른 교육 과정에 비해서 무려 2배나 많이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교육에 비해 교육 비용도 비싸고 기간도 더 길었다. 한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왕 배울거면 제일 좋은 교수님에게 배우자!’하는 생각으로 덜컥 수강신청을 했다. 그게 잘한 선택이었는지 생각하며 몽쉘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찾기도 어렵고 불편한 곳에서 교육을 하시는 거예요?”

몽쉘은 접시에 비스킷을 놓다가 한나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사고의 전환이요! 교육은 종합예술입니다. 예술은 고리타분해지는 순간 생명이 끝나는 거죠. 교육도 마찬가지죠.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세요. 나무냄새 느껴지죠?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과 나무냄새, 비오면 빗줄기가 나무에 후드득 부딪히는 소리는 듣고 있기만 해도 힐링 그 자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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